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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 올해의 책① 국내서 10권

 

2023년 한겨레 ‘올해의 책’—국내서 10권

 
클립아트코리아
 
 

시간의 진행이 곧 역사의 진보로 이어진다는 순진한 믿음을 버린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날이 갈수록 세상은 더 나빠지고 살기는 더 팍팍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지난해가 제시한 숙제를 미처 마치기도 전에 올해는 또 새로운 숙제를 우리 앞에 들이민 듯한 느낌입니다. 그렇게 풀지는 못하고 쌓이기만 하는 숙제를 어떻게든 풀어 보고자 우리는 책을 읽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속에 정답이 모두 들어 있지는 않다고 해도 문제를 풀기 위한 실마리는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한겨레’ 책지성팀이 1년 동안 읽고 소개한 책들 가운데에서 스무 권을 ‘올해의 책’으로 골라 보았습니다. 국내 저자의 책 10권과 번역서 10권으로 나누었고, 특정 분야나 출판사에 쏠리지 않도록 안배도 했습니다. 책을 고르면서 새삼 책을 쓰고 만들고 읽어 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사코 나빠지려고만 하는 세상에 그나마 제동을 걸어 주는 게 곧 여러분들이라고 믿습니다. 한겨레 책지성팀

 

전사들의 노래 : 서지 않는 열차를 멈춰 세우며 / 홍은전 / 오월의봄  362.4 홍68ㅈ  사회실(3층)

 

 

인권기록활동가 홍은전 작가가 박길연·박김영희·박명애·이규식·박경석·노금호 장애인권활동가 6명의 생애를 총천연색으로 복원한 책이다. 뉴스 속에서 투쟁하는 모습으로만 알고 있을 활동가들의 삶의 굽이굽이를 탐색해 그들을 온전하게 담아냈다. 이동권 투쟁부터 장애등급제 폐지 운동까지 한국 장애인권운동사로 불려도 손색이 없지만, 책은 더 나아간다. 고통과 슬픔에 발목 잡힌 한 인간이 삶을 직면하고 한 발자국 더 내딛는 지점을 세밀하게 포착해 보여주면서, 그들이 어떻게 “스스로 지도가 되는지” 이야기한다. 한 인간의 삶에 대한 보편성과 특수성을 아름답게 교직한, 그야말로 ‘좋은 이야기’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과거사 정리는 끝나지 않았다”

베를린이 역사를 기억하는 법 1, 2 / 장남주  / 푸른역사 / 943.086 장211ㅂ  사회실(3층)

 

 

독일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작가 장남주가 두 권짜리 두툼한 책을 글과 사진으로 채웠다. 통일 과정을 다룬 2권도 흥미롭지만, 독일의 유대인 박해에 집중한 1권이 특히 인상적이다. 1985년 바이츠제커 대통령이 나치 항복 40주년 기념 의회 연설에서 이날을 항복이나 패전이 아닌 해방의 날이자 기억의 날이라고 선언한 것이 큰 계기가 되었다. 자국 역사의 치부를 까발리고 줄기차게 사죄하고 반성하는 데 대한 반발과 저항이 독일에서라고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과거사) 정리는 끝나지 않았다”는 연방 문화부 장관의 말은 과거사를 대하는 독일 정부와 시민 사회의 태도를 단적으로 알려준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작품·자료로 떠난 흥미진진 문학기행

한국 근대 문학 기행 1~4 / 김남일 지음 / 학고재 / 구입 중

 

 

 

소설가 김남일이 쓴 ‘한국 근대 문학 기행’은 작품 무대를 발로 밟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작품과 자료, 사진을 통한 간접 기행에 해당한다. 휴전선에 가로막힌 평안도와 함경도가 포함되어 있기에 그것은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현장을 직접 가지 못하는 대신 작품과 자료에 대한 천착은 한층 밀도가 높아졌다. 조선 망국기에서 해방까지를 배경 삼은 작품들을 샅샅이 훑고 작가와 작품 및 그 무대를 충실히 안내하는 지은이의 공력과 열정에 감탄이 절로 인다. 북녘을 무대로 한 작품들과 그곳 풍광을 담은 사진, 작품 속에 구사된 북방 말투를 접하다 보면 갈 수 없는 땅을 향한 그리움이 새삼 사무친다.최재봉 선임기자

 

 

불하받은 권력’ 만든 해방 공간

1945년 해방 직후사 : 현대 한국의 원형 / 정병준  / 돌베개 / 정리 중

 

 

1945년 8월15일 일본의 항복 선언이 곧바로 식민지 한국의 해방과 독립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역사학자 정병준은 1945년 해방 공간에서 어떤 힘들이 어떻게 교차하며 ‘현대 한국의 원형’이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해방 공간’을 창출해 한국인들의 자생적 권력으로 등장했던 ‘건국준비위원회’는 일제·한민당·미군정 등으로부터 집요하게 공격받고 실책을 저지르며 힘을 잃어갔고, 미군정은 ‘문고리 권력’에 휘둘려 냉전 시작 이전부터 ‘반탁운동’을 벌이는 등 한반도를 대결 구도로 몰아갔다. 그 결과 해방 공간의 열망은 무력화됐고, 이 땅을 장악한 것은 미군정으로부터 ‘불하받은 권력’이었다.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가라앉지 않는 섬, 4·3의 제주

제주도우다 1·2·3 / 현기영 / 창비 / 811.32 현19ㅈ  인문실(3층)

 

 

제주 4·3으로부터 산 자 또한 산 자는 아니었다. 지난 반세기, 죽어 산 자들이 봉인한 기억을 가까스로 풀어 해원하려던 이들 선두에 작가 현기영(82)이 있고, 후미에 한강(53)도 있었다. “애당초 죽은 사람”이라며 ‘기억하기’를 거부하다 손녀 부부의 설득 끝에 열흘 동안 울며 자신이 경험한 4·3의 참상을 쏟아낸 안창세가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배경. 하지만 3만명의 ‘안창세’를 구원 못 하는 한 제주의 4·3은 복원된 게 아니다. 일제 말부터 1948년 해방 제주의 겨울까지 5년 안팎 숱한 제주인들의 시간이 소설 3권에서 “더듬더듬” “천천히” 흐르는 까닭이다. 4·3 작가의 마지막 4·3 소설, 문학적 소명의 표상.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지금 여기’ 여성주의를 위하여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성정치학의 쟁점들 / 정희진 / 교양인 / 305.42 정98ㄷ  사회실(3층)

 

 

2005년 ‘페미니즘의 도전’이라는 책을 통해 남성 언어로 길들여진 한국 사회에 균열을 내며 여성주의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여성학 연구자 정희진이 18년 만에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이라는 책으로 페미니즘의 최전선에 섰다. 작가는 ‘지금 여기’ 한국 여성들이 놓인 구조적인 모순을 천착하고, 그 구조 안에서 다양한 대응을 해가는 여성들의 행위에 주목하면서 여성주의 담론을 비판적으로 새롭게 재구성한다. 여성주의자들이 성소수자나 난민에 대해 적대적인 것을 어떻게 바라볼지, ‘피해자 중심주의’가 왜 여성에게 불리한지 등 첨예한 현안을 두루 다룬다. 양선아 기자

 

한자, 창조·변형의 복합적 산물

한자의 풍경 : 문자의 탄생과 변주에 담긴 예술과 상상력 / 이승훈 / 사계절 / 412.9 이58ㅎ 인문실(3층)

 

 

황제의 사관이었던 창힐이 새와 짐승의 발자국 모양에서 영감을 얻어 한자를 창제했다는 설은 2세기 초에 나온 최초의 한자 사전 ‘설문해자’에서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렇지만 한자는 어느 개인의 발명이라기보다는 집단적 창작이라 보는 것이 정설이다. 이승훈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한자의 풍경’에서 “한자의 발전은 단방향의 직선적 계승이 아니라 어떠한 형태가 창조되고 변형되고 또 일부는 도태되는 복잡한 과정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한자가 추상화·복잡화하면서 그 문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내면과 외적 삶 역시 변화하는 과정, 흥미로운 한자 어휘들의 유래 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이해할수록 더 경이로운 자연의 신비

인간은 왜 인간이고 초파리는 왜 초파리인가 : 운명을 가르는 생명의 레시피 / 이대한 / 바다출판사

576.5 이222ㅇ  자연실(4층)

 

 

진화유전학의 ‘젊은 기수’ 이대한 성균관대 교수가 첫 단독 저작을 통해 우리를 진화유전학 연구의 최전선으로 안내한다. 인간은 감각할 수 있는 생물학적 세계(‘표현형’) 너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하는 생명 프로그램의 세계(‘유전자형’)를 직접 탐사하는 데에 이르렀다. 지은이는 생명이 마치 스리디(3D) 프린터처럼 똑같은 재료(유전자)를 가지고도 다양한 레시피(유전체)에 따라 엄청나게 다양한 요리(표현형)를 만들어낸다는 데 주목한다. 질병과 지능을 빚는 유전자가 따로 있는지, 표현이 아닌 행동도 유전하는지, 진화란 궁극적으로 우연인지 필연인지 등 진화유전학의 최전선에서 맞닥뜨린 질문들도 해설한다. 최원형 기자

 

하위주체에 주목한 고전문학사

한국고전문학사 강의 1~3 / 박희병 / 돌베개 / 811.09 박98ㅎ  인문실(3층)

 

 

고전문학자 박희병 교수가 정년을 앞두고 있던 2021년 봄학기 서울대 강의를 책으로 묶었다. 단군신화에서부터 19세기 말까지 고전문학의 흐름을 32개 강의에 담았고, 수강생들과 주고받은 질의응답을 매 강의 말미에 덧붙였다. 지은이는 문학사 속 인간을 크게 세 가지 지평 속에서 파악하고자 하는데, 사회·역사적 지평, 집단적 지평, 젠더적 지평이 그것이다. 그는 특히 여성과 서얼, 중인 같은 “하위 주체”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 고유의 풍속인 토풍과 중화의 영향을 뜻하는 화풍의 길항과 습합을 통해 한국고전문학사에서 주체성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룬 것 역시 큰 특징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지적으로 음란한, 이 낯선 소설

말하지 않는 책 / 김솔 / 문학동네 / 811.32 김55ㅁ  인문실(3층)

 

 

올해 가장 낯선 소설들의 작가를 꼽으라면 김솔이겠다. (그로선 여일함인가) ‘낯섦’은 삶의 이면, 즉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이자 그 진실이 드러나는 형식이다. 반기는 곳 없는 자본주의 세계를 ‘혈류의 속도’보다 느리게 그러나 끝없이 걷는 자(앤솔러지 ‘전두엽 브레이커’ 수록 단편 ‘걷는 여자, 걷는 남자’)를 통해 생존의 본질을, 문맹임에도 직접 쓴 시와 노래 가사로 구원을 증명하는 자(소설집 표제작 ‘말하지 않는 책’)를 통해선 책과 문자의 본질을 사유시킨다. 대부분의 종족 언어가 소멸한 시대(‘퍼플 케이크’)를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 우화이길, 쉽게 읽히길 거부하는, 지적으로 음란한 이 소설들은 더 호명되어야 한다.

 

 
< 출처 : 한겨레 >
:
Posted by sukji

 

위기의 시대 등불이 된 '올해의 책' 24권 <매일경제 *예스24시> 

 

 

 

동아일보 선정 올해의 책

 

01. 하얼빈 / 김훈 

02.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03.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04.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05. 녹스 / 앤 카슨

06. 인생의 역사 / 신형철

07.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 진은영

08.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이나다 도요시

09. 정상은 없다 / 로이 리처드 그린커

10.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 한청훤

 

경향신문 문화부 선정 올해의 책

 

01. 시스템 에러 / 롭 라이히

02. 보통 일베들의 시대 / 

03. 공감의 반경 / 오월의 봄

04. 편향의 종말 / 제시카 로델

05. 정상은 없다 / 로이 리처드 그린커

06.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 /  희정

07. 야생 쪽으로 / 이저벨리 트리

08.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09.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 진은영

10. 다정한 서술자 / 올가 토카르추크

 

조선일보 선정 올해의 책 

 

01. 정상은 없다 / 로이 리처드 그린커 

02. 제국의 충돌 / 훙호펑 지음

03.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04. 화이트스카이 / 엘리자베스 콜버트

05. 이토록 평범한 미래 / 김연수

06.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07. 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08. 인생의 역사 / 신형철

09. 달토끼  /  최영아 

10. 기소영의 친구들 / 정은주

 

문화일보 선정 올해의 책

 

01.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 진은영

02. 헤어질 결심 (각본집) / 박찬욱 외

03. 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04.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05. 가녀장의 시대 / 이슬아

06. 프렌즈 / 로빈 던바

07. 카스트 / 이저벨 윌커슨

08. 보통 일베들의 시대 / 김학준

09. 이토록 평범한 미래 / 김연수

10. 공감의 반경 / 장대익

 

작가.출판인 40인 추천 올해의 책

 

 

인터파크 선정 올해의 책 & 음반

 

01. 거꾸로 읽는 세계사 / 유시민

02. 작별인사 / 김영하

03. 불편한 편의점 2 / 김호연

04.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이어령

05. 하얼빈 / 김훈

06. 프루프(Proof) / 방탄소년단

07.  클래식 2집 PANORAMA / 김호중

08.  MMM / 영탁

09. IM HERO / 임영웅

10. ODDINARY / 스트레이 키즈

 

▶ 알라딘 독자 선정 올해의 책

 

01. 파친코 / 이민진

02. 불편한 편의점 2 / 김호연

03.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04. 하얼빈 / 김훈

05. 거꾸로 읽는 세계사 / 유시민

06.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07.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미나리마 에디션) / J.K. 롤링 지음

08.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이어령 

09. 헤어질 결심 (각본집) / 박찬욱 외

10.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나태주

 

:
Posted by sukji

 

 

팬데믹, 전쟁, 참사…긴 터널 속 10권의 길잡이 ① 국내서

 

 

그래픽 동혜원 hwd@hani.co.kr, 게티이미지뱅크
 

‘역대 최악의 대선’과 정치의 실종,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팬데믹, ‘세월호’를 겪고도 또다시 마주한 사회적 참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꺾어놓은 세계 평화와 공존의 비전,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는 미중 갈등과 언제 내려앉을지 몰라 위태로운 세계 경제, 코앞에 닥친 기후 위기에도 끝없이 유예되는 대응….

여지껏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면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온 듯합니다. 문제는 고개를 돌려봐도 그 터널이 여전히 우리 앞으로 뻗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간절한 바람과 달리 ‘전환’은 그리 쉽게 오지 않을 듯합니다. 터널의 한가운데, 2022년 끄트머리에 서서 ‘올해의 책’ 스무 권을 꼽아봅니다.

 

한 해 동안 <한겨레> 책지성팀이 여러분께 소개하기 위해 꾸역꾸역 읽어낸 책들 가운데 국내서 10권과 번역서 10권을 골랐습니다. 저 끝에서 손짓하는 불빛까지는 못 되겠지만, 터널을 지나는 여러분의 머리에는 냉기를, 가슴에는 온기를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불평등은 세대를 가로지른다

 

그런 세대는 없다 : 불평등 시대의 세대와 정치 이야기 / 신진욱 /개마고원

305.2 신79ㄱ  사회과학열람실(3층)

 

586, 엠제트(MZ), 이대남 등 손쉬운 세대론이 난무하는 시기, 사회학자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그런 세대는 없다>에서 ‘기성세대 대 청년’이라는 세대불평등 담론의 허구성을 작심하고 파헤쳤다. 청년과 기성세대의 현실,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 등을 깊이 들여다본 지은이는 같은 세대라 해도 결코 동일한 속성을 공유하지 않으며, 핵심 문제는 ‘세대 간 불평등’이 아니라 ‘세대 내 불평등’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세대를 가로질러 발생하는 불평등의 실체를 호도하여 세대 사이의 불평등인 양 허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누구인가? “대립의 담론이 지워버린 현실의 삶들”을 직시하기 위한 길을 열어준다. 

 

성명미상의 삶을 아프게, 웃기게, 놀랍게

 

이중 작가 초롱  / 이미상 /  문학동네

811.32 이39ㅇ  인문과학열람실(3층)

 

올해 ‘단 하나의 소설책’으로 꼽을 만하다. 성명미상의 사람들을 서사 복판에 세운다는 의지의 필명으로, 2018년 문단에 내놓은 첫 단편 ‘하긴’(2019년 젊은작가상)부터 올 상반기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까지 전체 8편을 엮은 이미상 작가의 첫 소설집.

386세대의 허위, 좌절 따위를 자식세대와의 관계를 통해 통렬히 은유하고, 이른바 엠제트(MZ)세대가 중층적 분절적으로 겪는 실존, 윤리의 무게 등을 ‘리드미컬’하게 다뤄낸다.

‘하긴’의 첫 단락엔 “이름이 거하면 인생이 이름에 잡아먹힌다”는 문장이 박혀 있다. 전체 주제를 추리자니 거해졌을 뿐, 작가적 명분이 아닌 이름 없는 자들의 실체적 형상을 이미상은 웃기게, 아프게, 빗대고 내치듯 그린다. 이 소설들이 과연 온전히 국외번역될 수 있을까. 

 

한국 정신사 ‘화쟁 전통’ 세운 원효의 진면목

 
 

원효의 발견  / 남동신 /  사회평론아카데미  / 구입 중

 

남동신 서울대 교수가 쓴 <원효의 발견>은 우리 역사상 최고의 불교사상가로 꼽히는 원효의 생애와 저술과 사상을 두루 깊숙이 파헤쳐 들여다본 책이다. 지은이는 새로운 시각으로 본 원효상을 과감하고도 면밀하게 그려낸다.

이 책이 공들여 구명하는 것은 원효의 핵심 사상인 ‘일심’과 ‘화쟁’의 본뜻이다. <대승기신론 소‧별기>와 <금강삼매경론> 같은 대표 저술에서 원효는 중관사상에 머무르지 않고 유식사상을 끌어들여 서로 회통시켰다. 이때 회통의 근거가 된 것이 ‘일심’이다.

원효는 7세기 후반 동아시아를 휩쓴 신역‧구역 갈등을 일심 사상으로 극복함으로써 한국 정신사의 화쟁 전통의 첫머리를 장식했다. 

 

‘빨치산’ 아버지의 보편성 부각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 창비

811.32 정79ㅇ  인문과학열람실(3층)

 

정지아는 빨치산 출신 부모와 자신의 이야기를 쓴 ‘실록’ <빨치산의 딸>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신춘문예로 등단하기 한참 전이었다. 등단 뒤에도 중단편소설들에서 부모 이야기를 꾸준히 썼던 그가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장례식 사흘을 배경으로 아버지의 지난 삶과 그가 관계 맺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뭉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들려줘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작가는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이 소설을 두고 “가벼워지니 널리 보이고, 널리 보이니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빨치산’이라는 특수성보다 ‘아버지’라는 보편성이 더 중요한 소설”이라고 자평했다. 

 

‘선공후사’ 헌걸찬 정신 돋보여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  / 정수일 /  아르테  / 구입 중

 

 

‘간첩 깐수’로 세상을 놀래킨 문명사가 정수일이 미수(88살)를 맞아 통일과 문명교류학 정립에 바친 평생을 회고록으로 풀어냈다. 얄팍하고 각박하기만 한 시절, ‘나’보다는 시대와 역사, 민족을 앞세우는 선공후사의 정신이 돋보인다.

신생 중국의 전도유망한 외교관 자리를 박차고 통일 사업에 몸 바치겠다며 ‘환국’을 결단한 일에서부터, 간첩 활동으로 들어간 감옥에서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그곳을 연구실 삼아 책을 읽고 원고 집필에 매진한 기개, 출옥 뒤 지구 곳곳을 누비며 실크로드학과 문명교류학의 현장을 확인한 실증 정신, 북과 남 두 부인과 딸들에 얽힌 개인적 회한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체제’ 낱낱이 파헤치다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넘어서 : 동아시아 냉전과 식민지‧전쟁범죄의 청산  / 김영호 외 / 메디치미디어

950 김64ㅅ  사회과학열람실(3층)

 

올해는 전후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규정한 ‘샌프란시스코 체제’가 구축된 지 70년 되는 해였다. 샌프란시스코 체제란 전범국 일본이 미국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성립한 체제를 말한다.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넘어서>는 이 조약에 내장된 문제들과 이 체제가 일으킨 문제들을 낱낱이 밝힌다. 조약 체결로 일본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 됐고 전쟁범죄자 대다수가 면죄부를 받았다.

역사 문제와 영토 문제를 묻어버림으로써 심대한 후유증을 낳은 것은 더 큰 문제다. 이 책은 한‧중‧일 시민이 힘을 모아 샌프란시스코 체제가 낳은 시대 역행을 저지하고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시대에 빛 던지는 ‘주역 강해’

도올 주역 강해  /  김용옥 / 통나무

181.211 김66ㄷ  인문과학열람실(3층)

 

<도올 주역 강해>는 철학자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가 쓴 <주역> 해설서다. 지은이는 지난 2천여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탄생한 주요한 <주역> 해석을 바탕에 깔고서 이 난해한 책을 오늘의 언어로 바꾸어 우리 시대를 이해하는 데 빛을 주는 책으로 빚어낸다.

<주역>은 우주 만물과 인간 세계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책이자 그 변화를 점치는 책이다. <주역>에는 깊은 ‘우환의식’이 배어 있다. 세상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그 실존의 한계상황에서 하늘에 뜻을 묻는 것이 점이었다. 사사로움을 넘어선 물음이었기에 역에 대한 해석을 통해 윤리학적‧형이상학적 사유가 자라날 수 있었다. 

 

‘사랑의 윤회’를 믿는다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 진은영 /  문학과지성사

811.15 진68ㄴ  인문과학열람실(3층)

 

진은영 시인이 10년 만에 내놓은 네번째 시집. “사랑의 윤회를 믿는” 시인은 이전 시집들에서도 줄기차게 사랑을 노래해왔다. 다소 난해할 수도 있는 그의 시들이 그럼에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비결이 바로 거기에 있다 하겠다.

시집 제목에서 보듯, 그는 새 시집에서도 매력적인 사랑의 노래를 들려준다. 또한 이 시집은 2014년 세월호 충격 이후 그가 처음 내놓는 것이어서, 그 참사가 남긴 상흔과 그것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려는 안간힘 역시 시집에는 역력하다.

“스무 살도 못 되게, 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그날 이후’)이라 아빠에게 말하는 예은이의 생일시는 많은 독자를 울렸다. 

 

깻잎 한 장에 담긴 이야기

 

깻잎 투쟁기 :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  / 우춘희 / 교양인

331.544 우817ㄲ  사회과학열람실(3층)

 

크고 작은 제조업체는 물론 농업과 어업 같은 1차산업 현장에서도 이주노동자의 존재가 필수적이게 된 지도 벌써 오래다. 2020년 겨울 캄보디아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사건은 그런 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 책은 사회학자인 지은이가 참여 관찰 방식으로 기록한 최초의 농업 이주노동자 연구서다. 지은이는 크메르어를 배우고 캄보디아 현장 연구를 거쳐 직접 깻잎 밭에서 일하며 이주노동자들과 ‘사업주’인 농민들을 만났다.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인권침해, 농촌의 변화, 고용허가제의 불합리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밥상 위 깻잎 한 장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0원살이’ 2년이 알려준 자유

 

0원으로 사는 삶 : 나의 작은 혁명 이야기 /  박정미 / 들녘

811.4 박73ㅇ  인문과학열람실(3층)

 

온통 돈으로 굴러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쓰지 않는 삶이 가능할까. 이 책의 지은이는 그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더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시작은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워킹 홀리데이로 떠난 영국에서 해고를 당하고 빈털털이가 된 뒤 고민 끝에 ‘0원 살이’를 결심했다. 유기농 농장에서 일을 하며 자급자족하는 ‘우핑’과 더 엄격한 노동 공동체 등을 거쳐, 런던의 빈 배와 빈 건물에서 지내며 대형 마트의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재고 음식물로 배를 채웠다.

히치하이킹으로 유럽 각국과 인도까지 여행하면서 돈이 아닌 사람에게 의존하는 삶을 깨우친 그는 지금 지리산의 빈집에서 살고 있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

 

 

팬데믹, 전쟁, 참사…긴 터널 속 10권의 길잡이 ② 번역서

 

 

그래픽 동혜원 hwd@hani.co.kr, 게티이미지뱅크
 

‘역대 최악의 대선’과 정치의 실종,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팬데믹, ‘세월호’를 겪고도 또다시 마주한 사회적 참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꺾어놓은 세계 평화와 공존의 비전,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는 미중 갈등과 언제 내려앉을지 몰라 위태로운 세계 경제, 코앞에 닥친 기후 위기에도 끝없이 유예되는 대응….

여지껏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면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온 듯합니다. 문제는 고개를 돌려봐도 그 터널이 여전히 우리 앞으로 뻗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간절한 바람과 달리 ‘전환’은 그리 쉽게 오지 않을 듯합니다. 터널의 한가운데, 2022년 끄트머리에 서서 ‘올해의 책’ 스무 권을 꼽아봅니다. 한 해 동안 <한겨레> 책지성팀이 여러분께 소개하기 위해 꾸역꾸역 읽어낸 책들 가운데 국내서 10권과 번역서 10권을 골랐습니다.

 

저 끝에서 손짓하는 불빛까지는 못 되겠지만, 터널을 지나는 여러분의 머리에는 냉기를, 가슴에는 온기를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신자유주의 이후, 국가가 돌아온다

 

거대한 반격 : 포퓰리즘과 팬데믹 이후의 정치 / 파올로 제르바우도 / 다른백년

320.5 G361gKㄴ  사회과학열람실(3층)

 

포퓰리즘 국면과 팬데믹을 거치며 주권, 안전, 보호, 돌봄 같은 가치들이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 사회학자 파올로 제르바우도는 <거대한 반격>에서 글로벌, 세계화, 외주화 등 ‘외향정치’를 추구했던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동이 포퓰리즘 국면을 겪은 뒤 점차 ‘신국가보호주의’로 향해가고 있는 거대한 흐름을 포착해 제시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신자유주의가 지워버렸던 “정치공동체의 장소적·영토적 성격”의 귀환, 그러니까 국가와 주권·보호·통제 같은 ‘내향정치’의 가치들이다. 이는 좌·우파 모두에게 주어진 조건으로, 좌파는 우파의 ‘유산자 보호’에 맞서 ‘사회 보호’를 추구해야 한다 주장한다. 

 

플랫폼 자본주의가 만드는 디스토피아

 

 

노동자 없는 노동 : 플랫폼 자본주의의 민낯과 미세노동의 탄생 / 필 존스 / 롤러코스터

331.25 J78wKㄱ    사회과학열람실(3층)

 

디지털 기술을 앞세운 플랫폼 자본주의는 인간의 노동이 필요없는 세상이 곧 도래할 듯 군다. 그러나 영국의 대안적 싱크탱크 연구원이 쓴 책 <노동자 없는 노동>은 정작 우리가 우려해야 할 것은 ‘노동 없는 세상’이 아니라 ‘노동자 없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책은 단돈 몇 푼으로 사진 속 개와 고양이를 분간하는 등의 파편화된 작업을 수행하며 알고리즘을 교육시키는 ‘미세노동’의 세계를 탐사한다. 자본은 공식 경제 영역에서 밀려난 잉여인구를 노동자 보호 수단들이 제거된 비공식 경제 영역으로 내몰고, 아예 이를 표준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과연 누구의 천국이고, 누구의 지옥인가? 

 

인간 의식을 진화로 설명해내기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무생물에서 마음의 출현까지/대니얼 데닛/바다출판사

128.2 D399fKㅅ  인문과학열람실(3층)

 

과학과 철학을 가로지르며 끊임없이 ‘의식의 문제’를 파고들어왔던 대니얼 데닛이 자신의 50여년 연구를 종합한 결정판. 박테리아처럼 단순한 움직임만 있는 세계에서 어떻게 천재 작곡가 바흐와 같은 인간의 마음이 탄생했을까 묻는다.

‘심신이원론’으로 오랫동안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길을 가로막아온 ‘데카르트 중력’에서 벗어나, 지은이는 인간이 자연선택의 연쇄 속에서 유전적 본능에 근거하지 않은 행동방식(‘밈’)을 유전해온 궤적에 주목한다.

정보의 축적, 재생산,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가 인간 의식과 문화의 중심에 있는데, 지은이는 이 또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시스템으로 풀어낸다. 

 

서로 ‘물어 죽이는 축제’로의 초대

 

분해의 철학 : 부패와 발효를 생각한다  / 후지하라 다쓰시  / 사월의책 / 정리 중

 

일본 농업사학자 후지하라 다쓰시가 쓴 <분해의 철학>은 ‘여지껏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인간의 입맛대로 규정되지 않는 자연 속에서 ‘분해’란 도대체 무엇인가 묻는 철학을 전개하는데, 인간이 오랫동안 무시하거나 은폐해온 분해를 이 세상에서 가장 근본적인 작용으로 바라봄으로써 오직 생산과 소비에만 몰두해온 근대 문명을 비판한다.

 

환경이나 생태, 지속가능성 같은 개념에는 자연을 인간의 입맛대로 이상화하려는 태도가 드러나곤 한다. 그러나 분해를 중심에 놓는 사유는, 일말의 인간중심주의마저 털어내고 ‘무정한’ 이 세계를 바로 볼 수 있도록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내년에도 여성은 난소보다 자궁보다 더 큰 우주

 

완경선언 : 팩트와 페미니즘을 무기로 내 몸과 마음을 지키는 방법 / 제니퍼 건터 /  생각의힘“

618.175 G977mKㄱ  자연과학열람실(4층)

 

완경을 둘러싼 침묵과 수치심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팩트와 페미니즘을 장착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선언이 요구되기까지 완경은 “폐경”으로 불리었으며 고갈과 상실의 결과였을 뿐이다.

1812년 ‘완경기’라는 용어가 등장했음에도 출산도구로 여성을 취급하는 남성지배적 사고가 견고한 탓인데, 모성사회일지언정 발기부전을 두고 “페니스가 ‘닳디 닳아서 못 쓰게 됐다’”고 했겠는가. 올해도 철학, 인문사회,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 서적이 적지 않았다.

그 가운데 <완경선언>은 몸이 곧 의식이고 언어이며 사회를 구성하는 단위임을 새삼 자각시키고, 동성집단 내에서도 약자가 되는 중년의 여성을 뷰파인더 한가운데 두고 있다는 점에서 올돌하다.

 

아름답고 단단하고 오만한 장애인의 전보

 

우리 사이와 차이  / 얀 그루에 /  아르테

362.4 G886jKㅅ  사회과학열람실(3층)

 

당장 보도블록 턱, 당장 지하철 무승차 대응과 다퉈야 하는 한국의 장애 가진 사람에겐 실로 먼 책. 물을 한잔 뜨러 갈 때도 동선, 지점마다 수반되어야 할 자신의 체위, 동작을 매양 계산하고 외고 저자가 그것을 책 세 쪽에 걸쳐 복기할 수 있는 이유는 언어학자라서가 아니다.

휠체어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출신 대학 교수인 얀 그루에가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갈망하는 자유는 영원불멸의 테제가 아니다. 그는 당장의 감각, 당장의 자유, 당장의 존재이길 바란다. 한국과는 멀어도 결국 당도할 수밖에 없는 얘기. 아름답고 단단한, 심지어 오만한 문장으로 가득하다. 노르웨이 예술학교 교수이기도 한 손화수씨의 번역에 힘입었다. 

 

10년 번역으로 잃어버린, 그리고 ‘되찾은 시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마르셀 프루스트 / 민음사

843.912 P968rKㄱ  인문과학열람실(3층)

 

모른다는 이는 없어도 읽었다는 이는 많지 않은 프랑스의 대표적 고전. 비의지와 의식의 교차로 오랜 기억을 복원하며 작가 스스로의 소명을 ‘간증’해가는 과정이 실로 유장하고 난해하기 때문이다.

1950년대 판본이 국내 소개되어 오다 1987년 프랑스 플레이아드 전집(7편)을 저본 삼아 김희영 한국외대 교수와 민음사가 2012년 ‘스완네 집 쪽으로’(1·2권)를 옮겨 펴낸 후 꼬박 10년에 걸쳐 올해 말 마지막 편 ‘되찾은 시간’(1·2권)까지 모두 13권으로 완역 기획의 대장정을 마쳤다.

김 교수는 독자와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직역 위주로 “원문의 떨림을 전달하는 데” 애쓰면서 세세한 주석과 각 편마다의 해설로 시대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미·중 갈등의 본질을 꿰뚫다

 

제국의 충돌 : 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  / 훙호펑 / 글항아리

327.51073 공15ㅊKㅎ  사회과학열람실(3층)

 

미국과 중국 사이 이른바 ‘제국의 충돌’을 분석할 때 가장 흔하게 쓰이는 틀은 ‘신냉전’으로, 이는 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주의 체제 사이 불가피한 이데올로기 대립을 전제로 삼는다.

홍콩 출신 사회학자 훙호펑의 책 <제국의 충돌>은 미·중 갈등의 실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게 해줄, 더 넓고 깊은 시야를 제공한다. ‘차이메리카’라 불렸던 과거 미·중 공생 시기에도, 오늘날 갈등 상황에도, 언제나 그 핵심에 있는 것은 ‘자본 간 경쟁’이다.

지정학적 충돌이란 현상 너머에 있는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 역시 과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할 것이다. 

 

근대 정치사상의 다리를 놓은 중세의 고전

 

평화의 수호자  / 파도바의 마르실리우스 / 길

320.1 M372dKㅎ  사회과학열람실(3층)

 

마르실리우스는 서양 고대 사상과 근대 사상 사이에 다리를 놓은 중세 후기 정치철학자다. <평화의 수호자>는 마르실리우스 정치사상이 집결된 저작이며 근대 인민주권 사상의 원천이 된 고전이다. 마르실리우스의 근본 관심은 교황과 황제라는 이중권력이 서로 싸우는 상황에서 어떻게 평화를 찾아낼 것인가에 있다.

이 책은 교회 권력을 세속 권력에 복속시키는 방식으로 정치권력을 단일화할 때 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나아가 세속 권력의 단일성을 입증해 가는 과정에서 모든 권력의 토대를 ‘인민’ 또는 ‘시민 전체’에서 찾는다. 이 발상에서 인민주권과 사회계약이라는 근대 정치사상의 원리가 자라났다. 

 

포스트모더니즘 논란 일으킨 그 책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자본주의 문화 논리  / 프레드릭 제임슨 / 문학과지성사

809.91 J31pKㅇ  인문과학열람실(3층)

 

미국 문화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의 1991년 저작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 자본주의 문화 논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지식계를 휩쓰는 데 동력 노릇을 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은 20세기 후반 미국 대중문화를 넘어 현대 자본주의 문화 전반을 설명하는 용어로 올라섰다. 제임슨은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발전에 적용한 변증법적 방식을 끌어들여, 포스트모더니즘을 후기자본주의가 낳은 필연적인 문화 양식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진보이자 파국’으로 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그러나 제임슨의 포스트모더니즘론은 ‘백인 남성’의 관점에서 나온 서구중심주의적인 이론이라는 탈식민주의 진영의 공격에 직면했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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