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0. 10:10
무게 중심은 컴퓨터와 모니터 너머에 있다 : 기술 융합 문화예술교육에서 잊지 말아야 할 몇 가지 교육.기타2023. 4. 20. 10:10
무게 중심은 컴퓨터와 모니터 너머에 있다 : 기술 융합 문화예술교육에서 잊지
말아야 할 몇 가지
학생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게 된 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처음 문화예술교육과 만나는 계기가 된 것은 2017년, 예술교육가 대상 특강이었다. 당시 특강을 인상 깊게 보신 한 교수님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해보자는 제안을 해 주셨다. 평소 전자음악 작곡과 공연을 주로 해왔고, 뮤직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아트 작업이 나의 전문 분야이기에 ‘문화예술교육’은 나에게도 도전과 같은 과제였다. 하지만 워낙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기도 했고, 대학생이 아닌 청소년들과 새로운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설렘이 크게 다가왔다. 또한 평소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관련한 기술적인 내용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흔쾌히 제안을 수락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직접 강의를 시작했다.
처음 기획한 교육은 가상현실을 활용한 프로그램이었다. 가상현실에 대한 기술적 지식에 자신이 있었던 터라 어렵지 않게 수업을 진행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차시가 진행될 때마다 학생들은 조금씩 프로그램에서 이탈하였고, 결국 전체 프로그램을 온전히 마치지 못하고 프로그램은 조기 종료되었다. 이렇게 기술을 통한 문화예술교육에 처음 눈을 떴다. 신고식은 혹독하게 치렀지만 분명 의미 있는 일이기에, 처음 제안을 주셨던 교수님과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성찰과 회의를 거듭했다. 그 결과 다행히 다음 프로그램부터는 무사히 전 과정을 잘 마칠 수 있었고 이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하면서 현재까지 다양한 교육 주제로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시행착오를 딛고, 예술의 본질을 향해
현재 기술을 융합한 문화예술교육은 4차 산업혁명의 특징적인 기술인 메타버스,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과 결합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예술적 경험과 창의적 활동에 더불어 4차 산업혁명 인재의 필수 항목인 문제해결 능력을 더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다. 거기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더해져 온라인이라는 패러다임이 이전보다 더욱 주목받게 되었고 문화예술 분야 역시 온라인의 활용 비중이 커졌다. 나 역시 코딩을 이용한 음악 창작 프로그램, 가상공간을 활용한 AR 프로그램, VR을 이용한 스토리텔링 프로그램 등 기술을 융합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왔다. 매 프로그램마다 적극적으로 기술을 융합하려 노력했으나 시행착오는 항상 존재했고 그 과정을 통해 느꼈던 점을 몇 가지 간추려보려고 한다.
우선, 기술적 융합이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을 넘어서면 안 된다.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기술을 융합한 문화예술교육에서 자칫 기술 학습 교육에 너무 치중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의 경우 앞서 언급한 실패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기술적 내용이 주를 이루고 너무 광범위한 나머지 정작 참여자의 예술적 경험과 표현이 한계를 갖게 되는 경우이다. 참여자의 수준을 고려하여 기술적 수준을 편성하고, 누구나 쉽게 기술을 경험하고 이를 토대로 예술적 표현에 이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수업 중 한 학생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기술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더 알고 싶다고 질문한 적이 있다. 기술을 더한 예술적 표현의 범위를 더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기술 융합 문화예술교육에서도 인문학적 가치와 정서의 함양을 고려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에서 활용되고 있는 기술, 특히 4차 산업과 관련된 핵심 기술들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인문학적 가치를 이루는 것이다. 챗GPT 등 인공지능이 일상화되고 현실에서 인간의 역할과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기술 또한 마찬가지이다. 기술적 내용을 바탕으로 문화, 예술적 교육을 이루고 있지만, 결국 인문학적 소양과 가치, 그리고 그에 따른 예술적 정서의 함양에 중요한 핵심요소로 작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술의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교육을 이끌어야 한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기술이라고 해서 문화예술교육에 단순 적용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융합이 아닌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그칠 수 있다. 기술의 심도 있는 연구와 기획을 통해 프로그램에 융합할 기술의 수준을 정리하고 참여자들의 수준을 고려한 기술 학습 교육 등 기술의 연구는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술 융합 문화예술교육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예술교육가가 기술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나와 같은 연구자가 프로그램의 강사를 맡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예술교육가가 할 수 없는 기술적 내용을 교육하기 위함이었는데, 이 또한 프로그램이 앞선 실패 이유로 남았다. 예술교육가를 대상으로 한 기술교육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수준에 대응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기술 격차를 줄이는 기술 융합
이렇게 많은 당면 과제를 가지고 있는 기술 융합 문화예술교육이지만 기술이 문화예술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현재 초중고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와 기술을 몸으로 겪으면서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이다.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기술에 관대하며 포용력과 이해력이 높다. 기술을 활용하는 예술적 표현과 정서의 함양이 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익숙한 일이다. 따라서 기술을 이용한 문화예술교육이 현재 세대들에게는 더 잘 맞는 옷을 입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참여자들의 기술 습득 능력을 보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기술 융합 문화예술교육은 기술의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기술에 대한 격차는 교육 기회에 온전히 참여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격차의 해소는 단순 디바이스, 인터넷 문제만은 아니다. 체계적인 기술 학습과 더불어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의 경험과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 격차를 기술을 융합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줄여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이다.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사람이다. 기술 융합 문화예술교육 또한 기술이 중심이 되어 문화예술교육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 간의 상호작용과 친밀성으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서로를 인정하고, 그로 인해 행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을 마치며 컴퓨터 너머로 짓던 학생들의 미소가 떠오른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더라도 늘 그 미소들이 존재하길 바란다.
권현우 : 뮤직테크놀로지를 전공하고 전자음악 작곡, 미디어아트 그룹인 COR3A(코리아)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성결대학교 융합학부 차세대미디어학과 조교수로 ‘크리에이티브 코딩’ ‘미디어 사운드’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기술 기반 교육에 대한 꾸준한 관심으로 주말예술캠퍼스, 신기술기반 랩, 원캠퍼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 출처 : 아르떼 3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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