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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 김인정

302.5 김69ㄱ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 소개

 

수전 손택 이후 20년,
‘지금 이 시대의 고통’을 다루는 저널리스트, 김인정이 세계를 향해 던지는 뼈아픈 질문
“우리는 너무 손쉽게, 너무 많은 죽음을 본다”

 
 

2023년 8월, ‘칼부림’, ‘살인 예고’, ‘무차별 범죄’와 같은 키워드가 뉴스를 뒤덮었고, 충격적인 현장을 담은 영상과 이미지가 끝없이 유포되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벌어진 참사의 이미지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목격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사와 범죄를 실시간으로 목격한 사람들은 출퇴근길 지하철도 두렵다고 호소하고, 작은 소동을 흉기 난동으로 오인하여 대피하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


뉴스와 소셜미디어가 합세해 지금 전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생중계하는 시대, 전 세계를 연결하는 저널리스트 김인정은 수전 손택 이후 20년 ‘타인의 고통’을 다시 시대적 화두로 가져온다. 이제 타인의 고통은 단순히 연민과 대상화를 넘어 더 많은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을 위해 경쟁하는 ‘고자극 콘텐츠’가 되었다. 너무 많은 죽음을 지켜보는 ‘고통 구경하는 사회’에서 죄책감과 무력감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스마트폰이 희생자가 심폐소생술을 받는 모습을 담을 때, CCTV 화면이 범죄자가 흉기를 들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드론 카메라가 지하차도에 시내버스가 잠겨 있는 모습을 비출 때. 이러한 장면들의 효용은 무엇일까? 고통을 보는 일은 그저 사회적으로 불안감과 공포심을 가중하며, 전 국민을 트라우마에 빠지게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고통을 구경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아닌, 목격한 뒤 우리에게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는 국내 재해 현장과 홍콩 시위 한복판, 광주 평화광장과 캘리포니아주의 마약 거리를 종횡무진하며 고통을 변화의 시작점으로 만드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함께 뒷이야기를 씀으로써 변화를 만들어내는 ‘공적 애도’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리의 ‘응시’는 어떻게 변화의 동력이 되는가. 이 책과 함께, 연민과 공감, 대상화라는 한계를 끌어안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차근차근 모색할 수 있다.

 

 

 출판사 서평

 
 

“우리는 이색적인 죽음에만 즉각 반응한다”
‘고통의 포르노’를 넘어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고통의 균형

이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고통 중 뉴스의 거름망을 통과하여 우리가 보게 되는 고통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극적이며, 이색적인 고통이라는 것이다.
2022년 SPC 제빵 노동자 끼임 사고는 산업재해로서는 이례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다. 많은 기사가, 노동자가 소스를 배합하는 과정에서 기계에 어떻게 끼었는지, 죽음의 순간을 생생히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서술했다. 자극적인 묘사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훼손된 신체로 충격을 주고 나서야 대중이 반응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보이는 고통’만 주목받는 사이, ‘보이지 않는 고통’과 ‘보여줄 수 없는 고통’은 상대적으로 소외된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끼임 사고로 신체가 절단되는 일뿐만 아니라, 고압 전류를 다루는 전기원들이 연달아 백혈병에 걸리는 일에도 관심을 둔다. 꼭 ‘스펙터클한’ 고통만 보여줄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흔한 고통이 문제가 아닌 문화가 되고,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가 ‘계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되지 않는 패러독스 속에서, 저자는 잘 보이지 않는 고통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이는 위계를 부여하여 기우뚱해진 고통의 저울에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홀로 고치다 숨진 김 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석탄 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 우리가 기억하는 이름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여전히 하루에 6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다.”_p.100

“고통은 어떻게 드라마가 되는가”
뉴스는 하지 못하고, 넷플릭스는 해낸 것

2023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나는 신이다〉가 불러일으킨 반향은 엄청났다. 대중의 이례적인 공분에 검찰총장까지 나섰고, 대규모 로펌의 변호인단이 전원 사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11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도가니〉는 자칫 묻힐 뻔한 인화학교 성폭력 사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딱딱한 뉴스를 생생한 스토리텔링으로 전달했다는 것, 그럼으로써 뉴스가 만들어내지 못한 변화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이들이 뉴스에 등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양한 콘텐츠가 현란한 화면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지금, 건조하게 사실을 전달하는 뉴스에 마음을 포개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뉴스의 위기를 직면하며, 저자는 “뉴스는 세상의 수수께끼들을 보여주지만, 모든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는 못한 불완전한 매체”임을 인정한다. 그러므로 뉴스는 보는 것에서 끝나는 매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기자와 시청자가 함께 뉴스를 완성해 가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 책을 읽은 김지수 기자는 “단죄하거나 단정하지 않는 저널리스트가 있는 사회는 희망이 있다”고 했다. 1장에서 고통을 소비하는 세태를 진단한 저자는, 2장에서는 사회가 납작하게 대상화하는 고통의 맥락을 복원한다. 3장에서는 나의 타임라인에서 소외된 낯선 고통의 모습을 발견하고, 마지막 4장에서는 모든 이야기를 변화로 꿰어낼 공적 애도의 자세를 제안한다. 공동체가 뉴스의 뒷이야기를 써 내려가도록 독려하는 이 구성은,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선연한 지도가 된다.

‘나일 수 있었다’는 무책임한 말들,
알고리즘과 구독에 갇힌 타임라인을 빠져나와 세계와 접속하는 법

“그들은 우리와 너무나도 닮았다”. 2022년 다니엘 해넌 전 영국 보수당 의원이 우크라이나인들을 일컬어 한 발언은 국제적인 논란을 즉시 불러일으켰다. 선의에서 비롯되었을지언정, 순식간에 유럽 바깥에서는 생명이 위협받는 것을 당연한 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떳떳한가. 홍콩 시위 때 많은 매체가 우리가 자주 가는 관광지이며 좋아하는 영화의 촬영지였다는 등의 수식을 더했다. 참사와 재해를 전하는 뉴스에서 “나일 수 있었다”는 경구는 클리셰처럼 등장한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고통을 마주했던 저자는 소셜미디어를 주축으로 뉴스의 소비가 극도로 개인화된 시대, 우리가 다른 집단과 사회, 지구 공동체를 감각하는 능력을 상실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극도로 편향된 필터 버블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공감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나와 연관되지 않은 일 역시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의 테두리를 빠져나와 더 큰 ‘우리’의 세계를 생각하는 길을 알려준다. 이는 나의 가시권 안에 한정된 연민으로 흐트러진 고통의 질서를 복원하고, 좁은 타임라인에서 빠져나와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죽음은 애도할 만한가”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에 빚지고 있다

“슬픔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노력을 무력화하는 익숙한 경구는 늘 애도를 사적인 영역으로 밀어넣는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는 ‘공적 애도’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이야기한다.
최악의 고통과 끔찍한 상실을 겪어낸 뒤, 사건을 공론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중 앞에 고통을 꺼내든 사람은 취약해진다. 그들을 ‘감정적’이며 ‘비이성적’이라고 비난하고,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며 힐난하기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는 부정과 분노를 이겨내고, 트라우마를 반복 재생하면서까지 고통을 들고 일어선 이들에 대한 존중이 아니다.
그들은 같은 이름의 다른 고통을 막을 수 있는 길을 가리킨다. 상실과 슬픔, 우울과 기억의 혼돈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자 하는 그들을 위해, 우리는 성실하게 슬퍼해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무엇을 잃었는지 사유하고 고쳐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파편으로 남겨진 외로운 사적 애도를 위해, ‘왜’, ‘무엇을’, ‘어떻게’를 이야기 속에 채워주어야 한다. 이때 애도가 정치로 흐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에 빚지고 있다. 어떠한 죽음과 상실은 사회의 결핍을 가시화된 기호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 공동체가 슬퍼하기로 한 죽음은, 그들이 욕망하는 사회의 모습을 알려준다.
그러므로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타인의 고통뿐만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 미래를 향해 있다. 무엇을 애도하는 사회인가. 이 죽음은 애도할 만한가.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고통을 보여주는 일

1장. 새롭고 특별한 고통이 여기 있습니다

좋아요와 리트윗, 그 이상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뉴스가 끝난 뒤에 시작되는 것

2장.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날씨는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거짓말
재해는 어떻게 문화가 되었는가
아픔이 혐오가 될 때
빈곤 포르노를 넘어, 개인의 고통에 대한 사회의 책임
어떤 이야기는 이름을 갖지 못한다

3장. 나와 닮지 않은 이들의 아픔

우리가 알고리즘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면
트리거 워닝: 눈길을 사로잡거나 돌리게 하거나
고통의 현지화가 필요할 때
지역에서 유독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
만들어진 전쟁, 젠더 갈등

4장. 세계의 뒷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그저 뉴스거리로 끝나는 많은 일들
연민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고 해도
언어, 계급, 인종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언어
사적 애도를 위한 공적 애도

나가며: 영원히 움직이는 텍스트
참고한 책들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슬픔을 통과한다 : 어떻게 애도할 것인가  / 브룩 노엘

155.937 B635iKㅂ

인문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애도의 슬픔을 제대로 겪고 나오도록 일러주는 안내서!

죽음으로 인한 상실은 자아와 세계를 완전히 뒤흔들어놓기에, 한번 끔찍한 상실을 겪고 나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삶을 바라볼 수 없게 된다. 애도 중인 사람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재난 상황에 처해 심장을 틀어쥔 고통을 느끼게 되는데, 애도하는 이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은 물론 애도를 직접 겪는 사람들조차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더 힘든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슬픔을 통과한다』에서 저자들은 애도의 한가운데를 통과해서 나온 수많은 사람이 슬픔은 어떻게 위로하면 되는지 일러준다. 복잡한 모습을 하고 있는 우리의 애도를 가능한 한 여러 각도에서 세밀하게 직조하고,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은 사람과 애도 중에 있는 그를 지켜보는 이들 모두 저마다의 속도로 슬퍼하는 게 필요하며, 일상을 되찾는 것은 한발 한발 천천히 해도 된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애도자가 불편하거나 비정상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분노와 두려움 같은 감정에도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표출되지 않은 분노는 내면의 우울 혹은 외부로의 공격성으로 변화할 수 있다면서, 안전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할 실질적 방법들을 제시한다. 이와 같은 내용들을 통해 애도엔 지름길이 없고, 회복탄력성 같은 그럴듯한 말을 되새기며 눈물을 닦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갑작스럽게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애도의 시기와 단계에 따라, 고인과의 관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출판사 서평

 

 

모든 사람은

오직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도하고
저마다의 속도로 슬픔을 통과한다

사랑하는 이를 갑작스레 잃고 애도 중인 모든 이,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모든 이에게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슬픔을 통과한다』는 우리가 애도의 슬픔을 제대로 겪고 나오도록 일러주는 안내서다. 이 책은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은 사람과 애도 중에 있는 그를 지켜보는 이들 모두 저마다의 속도로 슬퍼하는 게 필요하며, 일상을 되찾는 것은 한발 한발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애도엔 지름길이 없고, 우리는 ‘회복탄력성’ 같은 그럴듯한 말을 되새기며 눈물을 닦지 않아도 된다. “애도의 형태와 깊이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우리 사회는 애도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준 적이 없다. 그래서 이것마저 배워야 하는 일이 되었고, 이 책은 애도의 한가운데를 통과해서 나온 수많은 사람이 슬픔은 어떻게 위로하면 되는지 일러준다.

오로지 애도에만 집중할 것

죽음에는 망인亡人 외에 또 다른 당사자가 있다. 바로 그를 알고 살아온, 그를 기억하며 살아갈 우리다. 누구든 어느 순간 부모를 잃으며, 형제자매도 우리 곁을 떠나간다. 자식을 앞세우는 부모는 자기 목숨이 붙어 있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커다란 사회재해로 친구를 잃은 또래들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다. 애도하는 자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죄책감이다. 그를 옆에서 지켜보는 또 다른 이들은 위로를 제대로 할 줄 몰라 자책한다. 한 사람의 죽음은 자책의 연쇄고리를 낳는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슬픔을 통과한다』는 우리가 애도의 슬픔을 제대로 겪고 나오도록 일러주는 안내서다. 이 책은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은 사람과 애도 중에 있는 그를 지켜보는 이들 모두 저마다의 속도로 슬퍼하는 게 필요하며, 일상을 되찾는 것은 한발 한발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애도엔 지름길이 없고, 우리는 ‘회복탄력성’ 같은 그럴듯한 말을 되새기며 눈물을 닦지 않아도 된다. “애도의 형태와 깊이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우리 사회는 애도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준 적이 없다. 그래서 이것마저 배워야 하는 일이 되었고, 이 책은 애도의 한가운데를 통과해서 나온 수많은 사람이 슬픔은 어떻게 위로하면 되는지 일러준다. “일상으로 돌아가요” “1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많이 나아졌을 거야”라는 말은 금물이다. 상실을 겪은 이와 겪어보지 않은 이는 커다란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전혀 다른 존재다. 그 간극은 어쩌면 좁혀지기 어렵지만 우리는 그들 곁에 있어주고, 그들의 일상사 처리를 도우면서 애도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이 책은 알려준다. 때론 유가족의 아이를 보살펴주고, 그들의 공과금 납부를 대신 해주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게 그들의 삶을 지탱시켜줄 것이다. ‘당신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너무 비탄에 빠져 있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라는 태도를 취한다면 그와 당신의 관계는 영원히 깨져버릴 수도 있다.
가까운 친구가 죽었다면, “친구 삶의 일부를 가져와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라”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럼으로써 그는 당신 속에 남아 있게 된다. 남편이나 아내를 급작스레 잃었다면 우리는 자기 정체성을 끊임없이 정의하고 또 정의하는 일에 직면하게 된다. 배우자끼리 너무 친밀한 삶을 살아왔다면 애도를 깊숙이 통과한 후 “그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이 책은 현실적으로 조언한다.
동일본 대지진 때 일본인들이 애도를 표한 방식이나, 베트남 전쟁 이후 베트남 국민이 전쟁의 혼을 위로한 방식에 비하면 한국은 애도 행위에 있어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것은 개인의 짐으로 떠넘겨져 어느덧 사회적 대사고가 발생하면 모두들 낮은 우울증의 늪을 알아서 건너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사회에 대한 의무를 지닌 존재다. 그러니 마음이 무거워져야 할 의무에서 너무 빨리 벗어나서는 안 된다. 그건 그 존재의 의미를 의도적(비의도적)으로 삭제하는 일이다.
이 책은 상실을 대하는 우리가 언젠가 황폐화된 죽음의 경험에서 삶으로 건너올 수 있다고 위로하는 일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은 ‘재건’ 작업에 집중되어 있고, 그것은 우리 모두가 이제 다시 ‘죽음’이 아닌 ‘삶’에 초점을 맞추도록 부드럽게 촉구한다.

저는 울고 소리를 질러요. 저는 상처를 입었어요

“저는 그것을 통과해나가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어요. 저는 넘어져요. 울어요. 저는 소리를 질러요.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요. 그리고 저는 서성이고 서성이고 서성거려요. 그러나 저는 그것을 통과해나가려는 중이에요.”

“슬픔은 끈적거리는 것이고 마음에 끔찍한 짓을 해요. 그 일 이후 결코 예전 같을 수 없어요. 모든 것이 바뀌고 인생의 현실은 잔혹해요. 제가 동일시할 수 있는 것은 상처를 핥는 동물뿐이에요. 저는 상처를 입었고, 제 자신의 시간과 제 자신의 방법으로 치유할 시간이 필요해요.”(열일곱 살의 딸을 자살로 잃은 엄마 다이애나)

애도가 검은 날개를 펼쳐 감싸면 우린 종종 심각한 병에 걸린 사람처럼 된다. 한번 끔찍한 상실을 겪고 나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삶을 바라볼 수 없게 된다. 취약함의 느낌은 내 앞날조차 단축시키는 것 같고, 다른 가족이나 연인, 친구도 어쩌면 죽을지 모른다는 강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때 세상의 철학은 당신에게 일어난 일을 설명할 수 없다. 많은 애도자가 상실을 처음 겪을 때 “미칠 것 같았다”고 말한다. 죽음으로 인한 상실은 이처럼 자아와 세계를 완전히 뒤흔들어놓는다. 애도 중인 사람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재난 상황”에 처해 “심장을 틀어쥔 고통”을 느낀다. 그런데 애도하는 이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은 물론 애도를 직접 겪는 사람들조차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더 힘든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먼저 애도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애도라는 여행을 다시 이해해야만 한다.
브룩 노엘과 패멀라 블레어는 자신들의 경험과 그들이 만난 수많은 내담자의 사례를 통해 애도자에게 일어나는 일을 현실적인 차원에서 제시하고 설명한다. 동시에 어떤 애도도 객관화하거나, 일반화하지 않으며 그것의 고유함을 잊지 않는다. 애도를 단계별로 설명하면서도 어느 순간 애도가 그런 단계와 전혀 무관하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상정하고, 애도를 부모·자식·배우자·친구 등 관계에 따라 세분화하면서도 그것들이 서로 뒤엉키고 교차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이들의 조언은 그래서 더 현실적인 것이 된다. 다 아문 줄 알았던 상처가 갑자기 치명적인 고통으로 되살아나는 순간, 혹은 인생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이기도 했던 배우자를 잃었을 때 겪게 되는 이중의 고통…… 이 책을 읽은 수많은 독자가 입을 모아 “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처럼 복잡한 모습을 하고 있는 우리의 애도를 가능한 한 여러 각도에서 세밀하게 직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도의 신체적·감정적·정신적 증상들

애도 과정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특히 충격과 혼란이 극심한 시점에는 신체적인 증상 또한 명백하게 나타난다. 가슴 부위의 불편감, 수면 장애, 무기력, 식욕 저하/과식, 입 마름, 떨림, 마비감, 두근거림, 어지러움, 방향감각의 상실, 두통/편두통, 탈진, 숨 참 등은 일반적인 증상이다. 또한 많은 애도자가 정신 산만, 현실 부정, 분노, 약물 의존 경향, 우울감과 불안감, 두려움, 충동적인 생각, 강박적인 생각, 목적 상실 등과 같은 정신적·감정적 증상을 호소한다.
매복해 있던 감정이 평온하던 시기에 갑자기 덮쳐오기도 한다. 저자들은 애도자가 불편하거나 비정상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분노와 두려움 같은 감정에도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분노는 자연스럽고 타당한 감정이며, 표출됨으로써 치유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책은 표출되지 않은 분노는 내면의 우울 혹은 외부로의 공격성으로 변화할 수 있다면서, 안전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할 실질적 방법들을 제시한다. 두려움도 마찬가지다. 애도 초기의 두려움은 애도자로 하여금 죽음에 관한 생각에 매몰되지 않도록 정신을 분산시켜주고, 잠재적인 통제감을 준다. 모든 것이 통제 밖에 있다고 여기는 애도자들에게 이러한 감각은 안도감을 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한편 신체적 증상도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극단적인 회피 행동, 자기 관리의 포기, 장기간 지속되는 우울·불안·부정, 전치된 분노, 자기파괴적인 생각들, 약물 중독 등으로 나타날 때는, 몸과 마음의 엄중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즉시 전문가를 찾아가야 한다고 저자들은 조언한다.

애도에 관한 오해,
상실을 직접 겪은 이들이 말하는 애도

갑작스러운 상실은 애도자들을 이방인으로 만든다. 거기에는 애도에 관한 잘못된 믿음들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저자들은 10년간 수많은 유족과 긴밀히 접촉하며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스물여덟 가지 애도에 관한 오해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바쁘게 살면 벗어날 수 있다, 너무 오래 끌지 말아야 한다, 분노는 부적절하다, 검은 옷을 입어야 한다, 약이나 술로 잊을 수 있다, 상실을 입에 올리면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강해야 한다, 고인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아 다행이다, 죄책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울어야만 한다…… 이 모든 오해와 편견은 자기만의 애도를 통과 중인 많은 애도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상태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자기의심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두 저자는 일찍이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로서, 또 전문가로서 애도 과정에서 흔히 갖는 사회적 편견과 오해로부터 애도자들을 변호하고 보호한다. 애도에는 매뉴얼도 시간표도 없고, 삶이 제각각이듯 애도 또한 고유한 과정임을 상기시켜준다. 술과 약물로 애도를 회피할 수 없음을 알려주고, 마음 깊이 아끼던 누군가가 사라졌다는 현실을 직면할 수 있도록 곁에 있어준다. 미쳐도 괜찮다고 말해주며,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야 하는 상태를 일러준다. 분노와 고통을 표현하라고 이야기하며,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라고 주문한다. 상실감의 깊이가 근거 없는 기준에 의해 함부로 평가받지 않도록 애도자의 편에서 그들을 지지해준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임을 인지키시면서도, 홀로 있고 싶을 때는 그렇게 해도 좋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 책에는 애도를 경험한 수많은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이 등장한다. 생명줄과도 같았던 오빠를 잃은 브룩 노엘, 파트너이자 친구였던 전남편을 잃은 패멀라 블레어뿐 아니라 형제자매를 잃은 사람, 남편을 잃은 아내, 둘도 없던 친구를 잃은 이, 연인을 잃은 사람 등 수많은 애도자가 등장한다. 또 이들은 벌알레르기, 교통사고, 군軍 사고, 범죄 피해, 자살, 9·11 테러 같은 대형 참사 등 각기 다른 사망의 원인과 그로부터 오는 저마다의 곤란을 털어놓는다. 책에 등장하는 애도자들은 자신이 애도 과정에서 몸소 깨달은 바를 독자와 공유함으로써, 애도가 단지 상실의 고통을 통과하는 과정을 차원이 아닌 성장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모이고 쌓여 사회적 차원에서 더 성숙한 애도의 문화를 만들어낸다.

애도 여정의 안내서

이 책은 무엇보다 애도자들이 실제 애도 과정에서 유용한 조언을 얻고, 그것을 자기만의 애도에 적용시키며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쓰였다. 그렇기에 갑작스럽게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애도의 시기와 단계에 따라, 고인과의 관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특징적인 점은 부모를 잃었을 때와 자녀를 잃었을 때, 배우자를 잃었을 때와 친구를 잃었을 때, 자살로 누군가를 잃었을 때와 사회적 재난으로 잃었을 때 애도의 속도와 방식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저마다의 사례로 세밀한 경험들을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2부는 매우 실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애도 중에 있을 때 직장 사람들이나 이웃과 어느 정도로 거리를 두어도 되는지, 아이들에겐 아빠나 엄마가 세상을 떴다는 사실을 어떤 식으로 설명해주면 되는지, 남성과 여성은 슬픔에 대하는 자세가 어떻게 다른지 등을 일러준다. 이것은 다른 이들과의 연결 속에서 애도하는 당신 자신에게 오로지 집중하도록 하는 조언들이다.
애도는 거대한 행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배우자의 사망 후 새로운 삶의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보통 3~5년이 걸리지만, 아이를 잃은 부모의 애도는 10~20년 또는 평생 계속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도 애도자들은 결국 삶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다. 애도하면서 토대를 하나씩 쌓아올려가는 것이다. 애도를 통과해 나온 이들은 말한다. “우울증은 여전히 따라다니지만, 산산조각 났던 그 끔찍한 날로부터 나는 먼 길을 왔다”고.
그렇기에 이 책은 수많은 고통을 남김없이 나누면서도 결국엔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다는 재건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목차

 

서문

1부 낯선 세계: 애도로 향하는 여행
1장 출발 장소: 저자의 메시지
2장 첫 몇 주간을 위한 메모
3장 애도의 감정적·신체적 영향을 이해하기
4장 애도 과정에 대한 잘못된 믿음과 오해

2부 뒤집힌 세계: 산산이 흩어진 자신을 모으기
5장 뒤집힌 세계
6장 다른 이와의 연결
7장 힘겨운 시기들: 명절, 기념일, 기타
8장 따로 또 함께 애도하기: 남성과 여성의 애도에 대한 이해
9장 아이들의 애도 돕기

3부 우리 이야기
10장 친구를 잃었을 때
11장 부모를 잃었을 때
12장 자녀를 잃었을 때
13장 연인·배우자를 잃었을 때
14장 형제자매를 잃었을 때
15장 전사한 영웅들
16장 자살
17장 대형 참사
18장 그 외의 특정 상황들

4부 애도를 지나는 길
19장 앞으로 나아갈 길: 애도의 여정을 이해하기
20장 믿음
21장 자조와 치료
22장 애도 회복 과정과 안내용 연습 자료
23장 여행은 계속됩니다: 저자들이 남기는 메모

부록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 출처 :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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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