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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집 1세기…현역 시인들이 ‘경전’ 삼는 시집은?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56648.html

 

시인 80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시’를 물었다

창비·문지시인선 시인 80명 설문조사
‘최애 시인’ 현역은 황지우·이성복·김혜순

 

‘한국 현대 시집 1세기’를 계기 삼아 한겨레가 창비 시선,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을 통해 시집을 출간한 적 있는 시인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가장 좋아하는 시인 5명’의 상위 그룹에 언급된 시인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종삼, 김소월, 황지우, 허수경, 이상, 김혜순. 한겨레 자료사진
 

2024년은 한국 최초의 창작시집인 김억의 ‘해파리의 노래’가 올해 101살, 최초의 자유시 ‘불놀이’를 담은 주요한의 첫 시집 ‘아름다운 새벽’은 100살, 근대문학사에서 대중 시집의 전범을 세운 김소월의 첫 시집 ‘진달래꽃’이 99살 되는 해다. 한국 시집 100년의 경계. 시인들에게 당신의 시인, 당신의 소설가, 당신의 자긍심과 안부는 물론 문학판의 공정성, 현 정부 출판 정책에 대한 평가, 21세기 반시적(反詩的) 사건 등 30여가지를 물었다. 한국 문단사에 없던 방식과 규모의 설문조사다. 2회에 걸쳐 2024년 ‘시인의 초상’을 그린다. 편집자주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샅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시인들의 시’로 꼽힌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이다. 1948년 10월 문예지 ‘학풍’에 실린 이 시를 끝으로 남쪽에서 백석의 시는 더 볼 수 없게 된다. 고작 94편 남기고 그해 신의주 거쳐 고향 정주로 돌아간 때문이다. 시는 그 귀향길을 상상했던 것일까. “나 혼자도 너무 많”다는 백석을 많은 현역 시인들이 어떻게 품어왔는지 이번 조사로 여실해진다.

 

 

시인의 시와 시집 그리고 시인의 시인

 

올 상반기 창비·문학과지성사 시선 출신 시인 80명이 ‘지난 100년, 가장 좋아하는 국내 시’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꼽았다. 2위 ‘흰 바람벽이 있어’를 포함해 백석 시 8편(총 32표)이 전체 255편에 들었다. 시인들은 “방언 구사와 초현실적 현실 처리”의 매력, “인간적 정서와 구체적 경물이 어우러져 깊게 울리는 절창” 등으로 백석 시를 평가했다.

 

‘최애 시 목록’에 가장 많은 시를 배출한 이는 14편의 김수영(총 33표), 11편 김종삼(총 18표), 10편의 서정주(총 18표) 순이다. 2000년 등단한 한 시인은 김수영의 ‘사랑의 변주곡’을 꼽으며 “수영의 시는 이상적인 시민이라기보다 욕망을 가진 존재로서의 현실적인 시민상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현역 중엔 이성복(9편·10표), 황지우(5편·5표)에 이어 4편씩의 김혜순(5표)·신해욱(4표), 3편씩의 김행숙·백무산·심보선·오규원·이수명·이장욱·이제니·장석남·진은영 시가 많이 들었다.

 

‘남의 김수영, 북의 백석’은 ‘가장 좋아하는 시인 5명’을 묻는 항목에서도 확인된다. 나란히 33표로 1위를 차지했고, 김종삼(18표), 윤동주(17표), 최승자(16표), 기형도·김소월(14표), 정지용·허수경(11표)이 뒤따랐다. 단독적 시 세계에 더불어, 시의 사회성, 시인의 삶을 평가한 응답자들이 많았다. 한 시인은 윤동주-정지용-백석-김수영-신경림을 차례로 꼽아 “시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 꺼내 경전처럼 꺼내 읽는 시인들”이라며 “시도 좋지만 이 시인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시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삶도 떳떳했다”며 김소월-정지용-윤동주-신경림-허수경을 솎은 또 다른 시인도 이유는 비슷하다. 남성 대세에서 최승자·허수경의 족적이 또렷하다. 전체 거명된 110명 가운데, 12표의 황지우가 현역으론 으뜸. 이성복(10표), 김혜순(7표), 장석남(5표)이 뒤를 이었다. 이편의 김혜순과 황지우는, 저편의 허수경·서정주와 함께,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집 3권’ 목록(전체 118종)에 각기 4종씩 꼽혀 가장 많았다.

 

 

하지만 기호의 스펙트럼은 실로 광대하다. 교직자였던 한 시인은 “김소월에 비해 백석이 너무 과대 포장됨. 마찬가지 이유로 김수영 대신 김춘수”라며 김춘수의 ‘처용’, 서정주의 ‘동천’, 이상의 시전집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시인 박상순 역) 3종을 ‘최애 시집’으로 내밀었다.

시·시집 애호도 조사에서 주요 순위 밖 장석남·박용래·최정례·이장욱 등이 눈에 띈다. 최정례는 시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등 2편과 시집 ‘개천은 용의 홈타운’을 각 항목에 올린 이로, 2021년 영면했다. 소설·평론도 쓰는 이장욱은 시집 3권, 시 3편이 각 부문에서 지목됐다.

한국 시 국면을 바꾼 시인의 현재성

위 세 질문의 답변 안에 한국 시집 100년의 국면이 모두 관통된다. 그 영향은 지극히 현재적이다. 2002년 등단한 한 시인은 한용운의 ‘님의 침묵’, 이성복의 ‘정든 유곽에서’, 허수경의 ‘혼자 가는 먼 집’,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 김소월의 ‘여자의 냄새’ 순의 5편을 ‘최애 시’로 꼽으며 “우리 현대시사의 핵심을 이루는, 변혁의 기점이 되었던 시”로 평했다. 좋아하는 시집으로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과 김혜순의 ‘죽음의 자서전’을 꼽은 한 시인(2008년 등단)은 기형도를 “죽음을 테마로 한국 현대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놓은 시인”, 김혜순을 “그가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세계에는 국경이 없으며, 스스로를 매번 경신 중”인 “현재 한국 시의 간판”으로 평가했다. “작품만 봐도 누군지 알 정도로 독보적인 시 세계를 구축한 시인들”의 “흉내 낼 수 없는, 문장 안에 신비로움을 품고 있는 시”로 “이러한 시들은 점점 더 찾아볼 수 없어서인지 애틋해진다”며 김이듬·임솔아·신해욱·이제니·이근화의 시를 추어올린 시인(2015년 등단)도 있다.

당대 시인들의 외국 시로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심보르스카)의 것이 독보적이다. ‘소개하고 싶은 외국 시(집) 3’에 110편·종 가까이 추려진 가운데, ‘끝과 시작’(17표), ‘검은 노래’, 유고시집 ‘충분하다’(이상 1표씩) 등 국내 출간된 시집 전부를 아울러 총 19명이 쉼보르스카의 작품(특정 시 수록 시집 포함)을 추천했다.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두 번은 없다’)고 위로하며 노벨 문학상(1996)을 받은 여성 시인이다. 샤를 보들레르는 ‘악의 꽃’(10표),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2표)로, 울라브 하우게(올라브 헤우게)는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6표),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2표)로 다음 많이 호명됐다. ‘두이노의 비가’ 등의 라이너 마리아 릴케(총 8표),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등의 파블로 네루다(칠레), ‘절망이 벤치에 앉아 있다’ 등의 자크 프레베르(프랑스, 이상 6표),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의 아르튀르 랭보, ‘단 하나의 눈송이’ 등의 사이토 마리코(이상 5표)가 뒤를 이었다. 일본 시인 미즈노 루리코(‘헨젤과 그레텔의 섬’), 다니카와 슌타로(‘이십억 광년의 고독’) 등이 3표씩 받으며 주목을 받은 반면, 페르난두 페소아와 앤 카슨 등은 2표에 그쳤다.

 

 

이제 독자의 시간

최근 출판계에선 ‘2030 독자’의 시 문학 유입 추세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잖다. 1980년대 ‘시의 시대’에 견줄 바 못 되나, 쇼트폼과 영상의 시대에 특히 한국 사회에서 시의 생태는 여전히 도드라진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시인들 열에 일곱이 “국외에 견줘, 국내 시인과 시집이 매우 많다”(30%)거나 “많은 편”(40%)이라고 볼 정도다. 이런 평가는 세대 전반에서 골고루다.

다만 질적 평가는 다르다. 현대시와 독자의 괴리가 명확한지, 그 경우 무엇이 원인인지로 비롯한다. 스마트폰, 소비자본주의 등 외부 요인을 차치한다면, 시의 난해성이 첫 쟁점이다. “언어적 기술에만 치우친 난해한 요즘 시”(1990년 등단 시인) 내지 “해석하기 어려운 시만 등단시키고 출판, 평론하는 세태”(2014년 등단 시인), “전체적으로 시가 너무 길어지며, 시의 본령인 압축미나 리듬, 긴장감을 잃어버렸다”(2011년 등단 시인) 지적하는 부류와, “시가 어려워져 멀리하기보다 책, 문학과 멀어지”(2019년 등단)거나 “독서문화가 황폐해진 것”(2001년 등단 시인)으로, 되레 “행·연을 가른 것만 시가 아닌, 모바일 이모티콘, 문자 등 다양한 형태로 대중들은 시적 쓰기·읽기에 열렬히 참여하고 있다”(1981년, 1989년 등단자) 보는 부류가 맞선다. 2015년 등단 시인은 이를 “시와 독자의 진화 과정”으로도 본다. 1999년 등단 시인은 “자발적으로 시를 찾고 배우고 쓰는 사람도 많다”면서도, 문학적 권위주의, 문학집단의 시대착오(권력편중이나 성추문들) 등에 대한 대중의 염증을 더 중요한 실태로 지적했다.

 

 

그럼에도, 당대 시인들의 ‘시인으로서의 자긍심’(0~10점)은 높은 편이다. 10점 만점에 평균 7.55점. 등단 시기를 밝힌 이들만 보면, 1990년 이전 등단자(17명) 7.53점, 1991~2000년(14명) 8.07점, 2001~2010년(17명) 8.0점, 2011~2021년(21명) 7.24점이었다. 세대를 아울러 전체 58명이 7점 이상을 부여했다.

왜일까. “시인이 되고 싶지 않았으며 시인이 되지 않으려 발버둥쳤”으나 “시가 인생에 찾아와 주어서”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으므로” 나아가 “시의 진정성과 진실성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메아리가 될 수 있겠다 믿어서” “적어도 덜 부끄럽고 싶어서” 많은 이들은 “시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시인이 되고자 했던 이유’에 대한 답변)고 ‘한때’를 회고한다. 그리고 이들은 대중의 말이, 시대의 말이 무엇이든 “단, 하루도 시 쓰기를 중단한 적이 없다” “시인이 되고 싶었을 때부터 시를 쓰지 않은 해는 없었다” “40여년간 단 한 번도 시 쓰기를 중단한 적이 없다” 말한다.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

 

 

 

아직 시가 어려운 당신에게

 

아직도 시가 어렵다면?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시인들의 시집을 추천드립니다! 동시대 시인들과 호흡하면서 읽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01. 아이들 타임 / 조시현 / 구입 중

02. 검은 머리 짐승 사전 / 신이인 / 811.15 신69ㄱ  인문과학열람실(3층)

03. 소멸하는 밤 / 정현우 / 811.15 정94ㅅ  인문과학열람실(3층)

04.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 김경미 / 811.15 김14ㄷ

       인문과학열람실(3층)

05. 성격소품 / 이나헌 / 구입 중 

06.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 양안다 / 811.15 문91문 v.186  인문과학열람실(3층)

07. 빛의 체인 / 전수오 / 811.15 전57ㅂ   인문과학열람실(3층)

08. 나는 다른 행성에 있다 / 하경숙 / 구입 중

 

 

 

 

< 출처 : 예스24 >

:
Posted by sukji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  강신주

001.3 강59ㅎ  인문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불교 철학의 여덟 가지 키워드와 여덟 편의 시,
동서양의 중요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
‘한 공기의 사랑’과 ‘아낌의 정신’을 배우다

“사랑한다”는 말이 익숙한 시대다. 그런데 사랑은 우리를 자꾸만 공허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 다시 말해 ‘아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때다. 철학과 삶을 연결하며 대중과 가슴으로 소통해온 철학자 강신주의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불교 철학을 담은 여덟 단어와 동서양 철학, 문학을 통해 ‘사랑’과 ‘아낌’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책이다.

이 책은 고(苦), 무상(無常), 무아(無我), 정(靜), 인연(因緣), 주인(主人), 애(愛), 생(生)을 키워드로 하여 전체 8강을 통해 ‘한 공기의 사랑과 아낌의 정신’을 이야기한다. 김선우 시인의 시 8편으로 각 주제를 열어, 싯다르타와 나가르주나, 임제, 백장 등 불교 사유와 함께 동서양 과거와 현재의 중요한 철학적 사유를 종횡으로 아우르며 주제의 핵심에 다가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착수처’를 제시하여, 지금보다 더욱 성숙하게 ‘아낌’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독자를 이끈다.

 

출판사 서평

 

사랑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두 공기, 세 공기가 아닌 ‘한 공기의 사랑’이다

‘EBS CLASSⓔ’와 ‘철학자 강신주’의 콜라보레이션
살면서 꼭 한 번은 들어야 할 명강!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있다면, 우리는 다른 존재에게 있어
한 공기의 밥만큼만 사랑해야 한다.
스스로 사랑이라고 믿지만 두 공기, 세 공기의 밥이 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강 고(苦) 아픈 만큼 사랑이다」 중에서

“사랑한다”는 말이 익숙한 시대다. 그런데 사랑은 우리를 자꾸만 공허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 다시 말해 ‘아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때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가?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이 ‘기브 앤드 테이크’의 관계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철학과 삶을 연결하며 대중과 가슴으로 소통해온 철학자 강신주의 신작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은 불교 철학의 핵심을 담은 여덟 단어와 동서양 철학, 문학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사랑에 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게 하고, 사랑과 아낌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한다. 이 책은 TV 강연 프로그램 EBS 〈CLASSⓔ〉에서 총 16회에 걸쳐 방송된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과 동시 기획되어 출간되었다. TV 강연을 통해 뜨거운 울림을 주었던 ‘사랑과 아낌의 인문학’을 한층 더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불교 철학의 여덟 가지 키워드와 여덟 편의 시,
동서양의 중요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
‘한 공기의 사랑’과 ‘아낌의 정신’을 배우다

이 책은 고(苦), 무상(無常), 무아(無我), 정(靜), 인연(因緣), 주인(主人), 애(愛), 생(生)을 키워드로 하여 ‘한 공기의 사랑과 아낌의 정신’을 이야기한다. 김선우 시인의 시 8편으로 각 주제를 열어, 싯다르타와 나가르주나, 임제, 백장 등 불교 사유와 함께 동서양 과거와 현재의 중요한 철학적 사유를 종횡으로 아우르며 주제의 핵심에 다가간다.
1강 ‘고(苦); 아픈 만큼 사랑이다’에서는 사랑의 바로미터인 고통의 감수성을 이야기한다. 우리 삶이 ‘고통’인 이유, 그 고통을 완화하는 것이 ‘행복’이며, 상대의 고통을 완화시켜주려 하는 것이 바로 ‘사랑’임을 사물(四物)과 공양(供養)의 의미,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최소 폭력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2강 ‘무상(無常); 무상을 보는 순간, 사랑에 사무친다’에서는 ‘덧없음’이나 ‘허무함’이 아니라 언젠가 사라질 것을 대하는 ‘지금’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무상의 감각과 대비되는 ‘영원’에 대한 집착, 니체의 ‘영원 회귀’를 통해 무상의 의미에 깊숙이 들어간다.
3강 ‘무아(無我); 영원에도 순간에도 치우치지 않아야 비로소 보이는 세상’에서는 본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하는 ‘제법무아’의 가르침, 단견에도 상견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를 통해 사랑과 자비의 길을 역설한다.
4강 ‘정(靜); 맑고 잔잔한 물이어야 쉽게 파문이 생긴다는 이치’에서는 들끓는 마음과 고요한 물과 같은 마음을 통해 번뇌와 망집의 뿌리를 짚어보고, 혜능이 말한 ‘때가 끼지 않고 틀이 없는 마음’, 원효가 말한 ‘생멸문과 진여문’, 열반에 이르면 열반에 머물 수 없는 까닭을 통해 타인의 마음과 세상에 반응할 수 있는 인간을 그려본다.
5강 ‘인연(因緣); 만들어진 인연에서 만드는 인연으로’에서는 연기의 논리, 인연의 논리, 인과의 논리를 통해 ‘생성’을 살펴보고, 질 들뢰즈의 ‘아장스망’, 혜능의 첫 설법 등을 통해 우리 존재가 어떤 인연들로 구성되는지,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6강 ‘주인(主人);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 아니 그만둘 수 있어야 자유다’에서는 주인으로 영위하는 삶,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 스피노자의 ‘기쁨과 슬픔의 관계’, 임제의 ‘수처작주 입처개진’을 통해 ‘진짜 세계’에서 ‘진짜 나’로서 살아가는 법을 말한다.
7강 ‘애(愛); 이렇게 피곤한데 이다지도 충만하다니’에서는 상대의 고통과 수고로움을 모두 감당하고자 하는 ‘아낌’의 마음을 ‘자중자애와 애지중지’. 백장 스님의 ‘일일부작 일일불식’을 통해 살펴본다.
8강 ‘생(生); 아끼고 돌볼 것이 눈에 밟힌다면’에서는 아낌의 자유 ‘사랑=자유’, 아낌의 언어 ‘네가 있는 것만으로 좋아’, 아낌의 예술 ‘연기의 지혜로’, 아낌의 마음 ‘물망 물조장’을 통해 이제까지의 논의를 아우르며 ‘아낌’의 핵심에 다가간다.
각 장의 말미에서는 ‘착수처’를 제시하여, 지금보다 더욱 성숙하게 ‘아낌’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독자를 이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한 공기의 밥이 되도록
온몸을 다시 만드는 일,
그것은 감성과 지성, 혹은 심장과 머리를
통째로 바꾸는 일이다”

어머니는 아이가 배고파하면 한 공기의 밥을 준다. 아이는 한 공기의 밥을 먹으면 배고픔이 충분히 해소된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다시 배고픔을 느낄 때 또 한 공기를 먹으면 배고픔의 고통이 사라진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이에게 한 번에 두 공기, 세 공기, 아니 한 가마의 밥을 먹이려 한다면 어떨까? 아이는 배고픔의 고통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배부름의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한 공기의 밥과 같은 존재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공기만큼의 사랑이 필요할 때 우리는 딱 그만큼을 채워주는 사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철학자 강신주가 말하는 ‘고통의 감수성’에 기반한 ‘한 공기의 사랑’이다. 1강의 주제 ‘고(苦)’에서부터 8강의 주제 ‘생(生)’에 이르기까지 각 키워드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을 하려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어떻게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는가’를 깊이 다루고 있다.

아낌, 사랑 그 이상의 의미

‘애’가 ‘사랑’으로 완전히 번역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애’는 ‘사랑’이라는 뜻에 ‘아낌’이라는 뜻을 더해야 제대로 읽히는 글자이니까.
‘너를 아낀다!’는 말은 ‘나는 너를 함부로 부리지 않는다’는 의미,
극단적으로 말해 ‘나는 너를 쓰지 않고 모셔두겠다’는 의미다.
-「7강 애(愛) 이렇게 피곤한데 이다지도 충만하다니」 중에서

“받았으니 주려고 하거나 주었기에 받으려고 하는 자본주의적 태도, 혹은 ‘기브 앤드 테이크(give & take)’의 효율성에 온몸으로 저항하려는 의지, 이것이 아니면 아낌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철학자 강신주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된 이래 그 의미가 희석되고 남용되는 것을 되짚어보면서, ‘애(愛)’의 진정한 의미를 담은 ‘아낌’이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는 친구의 관계, 연인의 관계를 비롯해 부모와 자식 등 가족의 관계마저 ‘기브 앤드 테이크’의 관계가 되기 쉽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아낌’은 사랑 이상의 의미를 담은 단어로서 우리 모두가 하나의 타자에게만큼은 부처가 되고,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되는, ‘기브 앤드 기브 앤드 (…)’의 삶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사랑은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할 그 무엇, 반드시 몸으로 드러나야만 하는 그 무엇이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1강 고(苦) 아픈 만큼 사랑이다
2강 무상(無常) 무상을 보는 순간, 사랑에 사무친다
3강 무아(無我) 영원에도 순간에도 치우지 않아야 비로소 보이는 세상
4강 정(靜) 맑고 잔잔한 물이어야 쉽게 파문이 생긴다는 이치
5강 인연(因緣) 만들어진 인연에서 만드는 인연으로
6강 주인(主人)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 아니 그만둘 수 있어야 자유다
7강 애(愛) 이렇게 피곤한데 이다지도 충만하다니
8강 생(生) 아끼고 돌볼 것이 눈에 밟힌다면
에필로그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