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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전쟁, 참사…긴 터널 속 10권의 길잡이 ② 번역서

 

 

그래픽 동혜원 hwd@hani.co.kr, 게티이미지뱅크
 

‘역대 최악의 대선’과 정치의 실종,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팬데믹, ‘세월호’를 겪고도 또다시 마주한 사회적 참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꺾어놓은 세계 평화와 공존의 비전,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는 미중 갈등과 언제 내려앉을지 몰라 위태로운 세계 경제, 코앞에 닥친 기후 위기에도 끝없이 유예되는 대응….

여지껏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면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온 듯합니다. 문제는 고개를 돌려봐도 그 터널이 여전히 우리 앞으로 뻗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간절한 바람과 달리 ‘전환’은 그리 쉽게 오지 않을 듯합니다. 터널의 한가운데, 2022년 끄트머리에 서서 ‘올해의 책’ 스무 권을 꼽아봅니다. 한 해 동안 <한겨레> 책지성팀이 여러분께 소개하기 위해 꾸역꾸역 읽어낸 책들 가운데 국내서 10권과 번역서 10권을 골랐습니다.

 

저 끝에서 손짓하는 불빛까지는 못 되겠지만, 터널을 지나는 여러분의 머리에는 냉기를, 가슴에는 온기를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신자유주의 이후, 국가가 돌아온다

 

거대한 반격 : 포퓰리즘과 팬데믹 이후의 정치 / 파올로 제르바우도 / 다른백년

320.5 G361gKㄴ  사회과학열람실(3층)

 

포퓰리즘 국면과 팬데믹을 거치며 주권, 안전, 보호, 돌봄 같은 가치들이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 사회학자 파올로 제르바우도는 <거대한 반격>에서 글로벌, 세계화, 외주화 등 ‘외향정치’를 추구했던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동이 포퓰리즘 국면을 겪은 뒤 점차 ‘신국가보호주의’로 향해가고 있는 거대한 흐름을 포착해 제시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신자유주의가 지워버렸던 “정치공동체의 장소적·영토적 성격”의 귀환, 그러니까 국가와 주권·보호·통제 같은 ‘내향정치’의 가치들이다. 이는 좌·우파 모두에게 주어진 조건으로, 좌파는 우파의 ‘유산자 보호’에 맞서 ‘사회 보호’를 추구해야 한다 주장한다. 

 

플랫폼 자본주의가 만드는 디스토피아

 

 

노동자 없는 노동 : 플랫폼 자본주의의 민낯과 미세노동의 탄생 / 필 존스 / 롤러코스터

331.25 J78wKㄱ    사회과학열람실(3층)

 

디지털 기술을 앞세운 플랫폼 자본주의는 인간의 노동이 필요없는 세상이 곧 도래할 듯 군다. 그러나 영국의 대안적 싱크탱크 연구원이 쓴 책 <노동자 없는 노동>은 정작 우리가 우려해야 할 것은 ‘노동 없는 세상’이 아니라 ‘노동자 없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책은 단돈 몇 푼으로 사진 속 개와 고양이를 분간하는 등의 파편화된 작업을 수행하며 알고리즘을 교육시키는 ‘미세노동’의 세계를 탐사한다. 자본은 공식 경제 영역에서 밀려난 잉여인구를 노동자 보호 수단들이 제거된 비공식 경제 영역으로 내몰고, 아예 이를 표준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과연 누구의 천국이고, 누구의 지옥인가? 

 

인간 의식을 진화로 설명해내기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무생물에서 마음의 출현까지/대니얼 데닛/바다출판사

128.2 D399fKㅅ  인문과학열람실(3층)

 

과학과 철학을 가로지르며 끊임없이 ‘의식의 문제’를 파고들어왔던 대니얼 데닛이 자신의 50여년 연구를 종합한 결정판. 박테리아처럼 단순한 움직임만 있는 세계에서 어떻게 천재 작곡가 바흐와 같은 인간의 마음이 탄생했을까 묻는다.

‘심신이원론’으로 오랫동안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길을 가로막아온 ‘데카르트 중력’에서 벗어나, 지은이는 인간이 자연선택의 연쇄 속에서 유전적 본능에 근거하지 않은 행동방식(‘밈’)을 유전해온 궤적에 주목한다.

정보의 축적, 재생산,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가 인간 의식과 문화의 중심에 있는데, 지은이는 이 또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시스템으로 풀어낸다. 

 

서로 ‘물어 죽이는 축제’로의 초대

 

분해의 철학 : 부패와 발효를 생각한다  / 후지하라 다쓰시  / 사월의책 / 정리 중

 

일본 농업사학자 후지하라 다쓰시가 쓴 <분해의 철학>은 ‘여지껏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인간의 입맛대로 규정되지 않는 자연 속에서 ‘분해’란 도대체 무엇인가 묻는 철학을 전개하는데, 인간이 오랫동안 무시하거나 은폐해온 분해를 이 세상에서 가장 근본적인 작용으로 바라봄으로써 오직 생산과 소비에만 몰두해온 근대 문명을 비판한다.

 

환경이나 생태, 지속가능성 같은 개념에는 자연을 인간의 입맛대로 이상화하려는 태도가 드러나곤 한다. 그러나 분해를 중심에 놓는 사유는, 일말의 인간중심주의마저 털어내고 ‘무정한’ 이 세계를 바로 볼 수 있도록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내년에도 여성은 난소보다 자궁보다 더 큰 우주

 

완경선언 : 팩트와 페미니즘을 무기로 내 몸과 마음을 지키는 방법 / 제니퍼 건터 /  생각의힘“

618.175 G977mKㄱ  자연과학열람실(4층)

 

완경을 둘러싼 침묵과 수치심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팩트와 페미니즘을 장착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선언이 요구되기까지 완경은 “폐경”으로 불리었으며 고갈과 상실의 결과였을 뿐이다.

1812년 ‘완경기’라는 용어가 등장했음에도 출산도구로 여성을 취급하는 남성지배적 사고가 견고한 탓인데, 모성사회일지언정 발기부전을 두고 “페니스가 ‘닳디 닳아서 못 쓰게 됐다’”고 했겠는가. 올해도 철학, 인문사회,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 서적이 적지 않았다.

그 가운데 <완경선언>은 몸이 곧 의식이고 언어이며 사회를 구성하는 단위임을 새삼 자각시키고, 동성집단 내에서도 약자가 되는 중년의 여성을 뷰파인더 한가운데 두고 있다는 점에서 올돌하다.

 

아름답고 단단하고 오만한 장애인의 전보

 

우리 사이와 차이  / 얀 그루에 /  아르테

362.4 G886jKㅅ  사회과학열람실(3층)

 

당장 보도블록 턱, 당장 지하철 무승차 대응과 다퉈야 하는 한국의 장애 가진 사람에겐 실로 먼 책. 물을 한잔 뜨러 갈 때도 동선, 지점마다 수반되어야 할 자신의 체위, 동작을 매양 계산하고 외고 저자가 그것을 책 세 쪽에 걸쳐 복기할 수 있는 이유는 언어학자라서가 아니다.

휠체어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출신 대학 교수인 얀 그루에가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갈망하는 자유는 영원불멸의 테제가 아니다. 그는 당장의 감각, 당장의 자유, 당장의 존재이길 바란다. 한국과는 멀어도 결국 당도할 수밖에 없는 얘기. 아름답고 단단한, 심지어 오만한 문장으로 가득하다. 노르웨이 예술학교 교수이기도 한 손화수씨의 번역에 힘입었다. 

 

10년 번역으로 잃어버린, 그리고 ‘되찾은 시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마르셀 프루스트 / 민음사

843.912 P968rKㄱ  인문과학열람실(3층)

 

모른다는 이는 없어도 읽었다는 이는 많지 않은 프랑스의 대표적 고전. 비의지와 의식의 교차로 오랜 기억을 복원하며 작가 스스로의 소명을 ‘간증’해가는 과정이 실로 유장하고 난해하기 때문이다.

1950년대 판본이 국내 소개되어 오다 1987년 프랑스 플레이아드 전집(7편)을 저본 삼아 김희영 한국외대 교수와 민음사가 2012년 ‘스완네 집 쪽으로’(1·2권)를 옮겨 펴낸 후 꼬박 10년에 걸쳐 올해 말 마지막 편 ‘되찾은 시간’(1·2권)까지 모두 13권으로 완역 기획의 대장정을 마쳤다.

김 교수는 독자와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직역 위주로 “원문의 떨림을 전달하는 데” 애쓰면서 세세한 주석과 각 편마다의 해설로 시대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미·중 갈등의 본질을 꿰뚫다

 

제국의 충돌 : 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  / 훙호펑 / 글항아리

327.51073 공15ㅊKㅎ  사회과학열람실(3층)

 

미국과 중국 사이 이른바 ‘제국의 충돌’을 분석할 때 가장 흔하게 쓰이는 틀은 ‘신냉전’으로, 이는 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주의 체제 사이 불가피한 이데올로기 대립을 전제로 삼는다.

홍콩 출신 사회학자 훙호펑의 책 <제국의 충돌>은 미·중 갈등의 실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게 해줄, 더 넓고 깊은 시야를 제공한다. ‘차이메리카’라 불렸던 과거 미·중 공생 시기에도, 오늘날 갈등 상황에도, 언제나 그 핵심에 있는 것은 ‘자본 간 경쟁’이다.

지정학적 충돌이란 현상 너머에 있는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 역시 과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할 것이다. 

 

근대 정치사상의 다리를 놓은 중세의 고전

 

평화의 수호자  / 파도바의 마르실리우스 / 길

320.1 M372dKㅎ  사회과학열람실(3층)

 

마르실리우스는 서양 고대 사상과 근대 사상 사이에 다리를 놓은 중세 후기 정치철학자다. <평화의 수호자>는 마르실리우스 정치사상이 집결된 저작이며 근대 인민주권 사상의 원천이 된 고전이다. 마르실리우스의 근본 관심은 교황과 황제라는 이중권력이 서로 싸우는 상황에서 어떻게 평화를 찾아낼 것인가에 있다.

이 책은 교회 권력을 세속 권력에 복속시키는 방식으로 정치권력을 단일화할 때 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나아가 세속 권력의 단일성을 입증해 가는 과정에서 모든 권력의 토대를 ‘인민’ 또는 ‘시민 전체’에서 찾는다. 이 발상에서 인민주권과 사회계약이라는 근대 정치사상의 원리가 자라났다. 

 

포스트모더니즘 논란 일으킨 그 책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자본주의 문화 논리  / 프레드릭 제임슨 / 문학과지성사

809.91 J31pKㅇ  인문과학열람실(3층)

 

미국 문화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의 1991년 저작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 자본주의 문화 논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지식계를 휩쓰는 데 동력 노릇을 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은 20세기 후반 미국 대중문화를 넘어 현대 자본주의 문화 전반을 설명하는 용어로 올라섰다. 제임슨은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발전에 적용한 변증법적 방식을 끌어들여, 포스트모더니즘을 후기자본주의가 낳은 필연적인 문화 양식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진보이자 파국’으로 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그러나 제임슨의 포스트모더니즘론은 ‘백인 남성’의 관점에서 나온 서구중심주의적인 이론이라는 탈식민주의 진영의 공격에 직면했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
Posted by sukji

 

[2020년 한겨레 선정 올해의 책-번역서] 성찰하는 말들, 회복해야 할 가치 

 

전염병 탓에 통째로 소거된 듯한 2020년. 그래도 우리는 살아갔고 사랑했고 슬퍼했고 분노했다. 사회 부조리와 모순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며, 굳어 움직이지 않는 현실에 끊임없이 작은 돌멩이를 던졌다. 그렇게 우리는 가까스로 한 걸음을 나아갔다. <한겨레> ‘책&생각’은 2020년과 작별하며 ‘올해의 책’을 국내서와 번역서 각 10권씩 꼽았다. ‘책&생각’ 필진와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책지성팀이 선정했다. 추천작 전체는 <한겨레> 누리집 ‘책&생각’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책 순서는 가나다순)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능력주의

공정하다는 착각 / 마이클 샌델 , 함규진 역 / 와이즈베리 / 306.0973 S214tKㅎ  사회과학열람실(3층)

 

‘정의’에 대해 묻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질문을 더 뾰족하게 가다듬었다. ‘능력주의는 정의로운가?’ 이 질문이 한국 사회의 폐부를 찔렀는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샌델은 능력주의가 승자에게는 오만을, 패자에게는 절망을 주는 방식으로 쌍방향 폭정을 저지르며 공동체를 황폐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또 능력주의의 이상은 ‘이동성’에 있지 ‘평등’에 있지 않다며,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체제라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간다. 샌델은 트럼프가 아니라 민주당을 비판한다. 트럼프의 당선은 패자의 절망과 모욕감을 정확히 읽어낸 “합당한 결과”이며, 민주당은 이 점을 놓쳤다는 것이다. 교육·정치·종교·철학을 넘나드는 유려한 논증이 여러 생각 거리를 건넨다.

 

민족이 근대에 탄생했다고?

민족 / 아자 가트·알렉산더 야콥슨 , 유나영 역  / 교유서가  / 320.54 G258nK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민족과 민족주의가 언제 탄생했느냐는 1980년대 이후 역사학계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민족이 유구한 전통을 지닌 것이라는 ‘전통주의’ 시각은 민족이 정치적·경제적 근대화의 산물이었다는 ‘근대주의’ 시각의 공격을 받고 역사의 퇴물 취급을 받았다. 아자 가트와 알렉산더 야콥슨이 쓴 <민족>은 근대주의에 대한 전통주의 반격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한 저작이다. 이 책은 인류사 전체를 아우르며 민족이라는 실체가 형성돼 변모해 온 과정을 거시적 관점에서 상술한다. 특히 근대주의 역사학자들이 ‘유럽중심주의’ 오류를 저질렀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민족’은 국가가 탄생하는 역사의 초기 단계에 이미 형성돼 정치적으로 커다란 힘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난다.

 

 

남성 편향적 데이터가 여성을 지운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황가한 역 / 웅진지식하우스 / 305.420721 P438iKㅎ 

사회과학열람실(3층)

 

‘젠더 데이터 공백’이라는 개념을 제시해 보이지 않는 차별을 가시화했다.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남성을 ‘기본값’(디폴트)으로 설정하면 필연적으로 여성에 대한 ‘데이터 공백’이 발생하며, 이는 여성에게 적게는 불이익, 심하면 생명의 위협까지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자동차 충돌시험에서 주로 177㎝, 76㎏인 표준 남성 체격의 인형(더미)을 사용하는데, 여성은 이보다 작고 가볍기 때문에 실제 교통사고가 났을 때 남성보다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 중립적으로 ‘보이는’ 매끈한 제도 속에서 차별을 느낄 때 읽으면 흐릿하던 차별의 실체가 마치 새로 맞춘 안경을 쓴 것처럼 한결 또렷하게 다가올 것이다.

 

 

‘극우 예언가’ 우엘벡의 냉소와 혐오

세로토닌 / 미셸 우엘벡, 장소미  역 / 문학동네 / 843.914 H837sKㅈ  인문과학열람실(3층)

 

‘극우의 예언가’로 불리는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의 최신작. 2018년 11월 노동자들이 벌인 유혈 시위 ‘노란 조끼 운동’을 예언했다고 해서 또 다시 화제가 되었다. 주인공인 사십대 중반 남성 플로랑은 노르망디에서 목축을 하는 농업대학 동창 에메릭을 찾아간다. 유럽연합의 우유 쿼터제 포기로 타격을 입은 에메릭은 아내마저 떠나자 유혈 시위를 벌이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소설의 다른 한 축은 항우울제 복용으로 성기능 장애를 겪는 플로랑이 과거에 사귀었던 여성들을 다시 만나는 과정을 통해 그려지는 그의 성생활 흥망사다. 타인과 외부 세계는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냉소와 혐오로 일관하는 지극히 우엘벡적인 인물 플로랑의 독설을 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른들의 거짓, 소녀의 각성

어른들의 거짓된 삶 / 엘레나 페란테 , 김지우 역 / 한길사 / 853.92 F373vKㄱ  인문과학열람실(3층)

 

세계적 베스트셀러 ‘나폴리 4부작’의 작가 엘레나 페란테가 그로부터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소설.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로 이루어진 나폴리 4부작이 서민층 주거 지역인 ‘아랫동네’의 두 소녀 레누와 릴라의 60여 년에 걸친 우정과 갈등의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은 중산층 거주지 ‘윗동네’의 십대 소녀 조반나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책 표지에 묘사된 바, 식탁 밑에서 몰래 뒤엉킨 아빠 친구와 엄마의 다리는 조반나로 하여금 환멸과 반항을 거쳐 각성과 성장으로 나아가게 하는 촉매가 된다. ‘나폴리 4부작’의 주요 인물을 연상시키는 빅토리아 고모를 비롯해, 전작과 비교해 가며 읽을 만한 포인트들도 여럿 있다.

 

문학과 페미니즘이 선사한 새로운 언어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 에이드리언 리치, 이주혜  역 / 바다출판사 / 824.914 R498eKㅇ 

인문과학열람실(3층)                             

 

미국 시인이자 페미니스트 이론가 에이드리언 리치(1929~2012)의 산문집이다. 1951년 시집 <세상 바꾸기>를 펴내고 데뷔한 그는 <공통 언어를 향한 꿈> <난파선 속으로 잠수하기> 등 여성 인권,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1966년부터 2006년까지 쓴 산문을 모은 이 책에는 시를 쓰면서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공간”을 만드는 과정과 주목받지 못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 자신이 세운 레즈비언 페미니즘 이론 등을 담았다. 문학과 페미니즘을 삶의 중심에 두고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언어를, 나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 나섰던 그의 발자취를 읽을 수 있다.

 

 

‘브라만 좌파―상인 우파’ 불평등체제 혁파하라

자본과 이데올로기 / 토마 피케티, 안준범 역 / 문학동네 / 332.041 P636cK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21세기 자본>으로 세계 경제학계의 총아로 떠오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최근작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시야를 경제 영역을 넘어 정치 영역으로 확대해 경제적 불평등을 지탱하는 이데올로기의 힘에 주목한다. 이와 함께 이 책은 ‘브라만 좌파와 상인 우파’의 정치적 연합을 불평등 구조가 공고해지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1980년대 이후 불평등이 커지는 데 정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 정치에서 ‘브라만 좌파와 상인 우파’ 체제가 가동됐다는 것이다. 전작에서 경제적 불평등의 지속적 심화를 실증했던 지은이는 이번 책에서 극단적 불평등 구조를 혁파하는 방안으로 참여사회주의와 사회연방주의라는 더 급진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감염병과 거대 농축산업의 연결고리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 / 롭 월러스, 구정은·이지선 역 / 너머북스 / 614.518 W193bKㄱ 자연과학열람실(4층)

 

코로나19 팬데믹의 근본 원인은 뭘까.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감염병 추적 연구를 한 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는 “거대 농축산업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감염병의 주범으로 지목한다. 거대 농축산기업이 농장을 지으려고 숲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숨은 병원균이 세상 밖으로 나와, 농축산기업의 유통망을 따라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그는 단순히 백신 개발로 팬데믹을 잠재우는 일시적 방법이 아니라 생활양식의 근간을 바꾸는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구조적 원헬스’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인간과 동물, 생태계의 공존을 추구하는 ‘원헬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문제, 생태계를 위협하는 사회문화 인프라 등을 개혁하자는 것이다.

 

 

혐오와 차별의 뿌리 파헤치기

편견 / 고든 올포트, 석기용 역 / 교양인 / 303.385 A441nKㅅ 사회과학열람실(3층)

 

<편견>은 1954년 초판이 출간된 사회심리학의 고전이다. 한국어판으로는 올해 처음으로 완역됐다. 이 책은 인간이 가진 ‘편견’을 파헤친다. 편견의 두 가지 기본 요소는 ‘잘못된 일반화’와 ‘적개심’이다. 편견은 차별로 현실화한다.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 여성을 향한 2차 가해, 거대 권력에 맞선 이들에게 쏟아지는 비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등을 보라. 책에서 생존을 위한 피해자의 자기 방어를 설명하는 부분은 매우 비극적이다. “내가 죽을 운명의 무언가를 앞에 두고 웃는다면 그것은 내가 울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바이런의 시구가 인용된다. 해법은? “악순환을 깨는 능력”이 있는 입법을, 지은이는 강조한다.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다.김진철 기자

 

 

영성으로 회복해야 할, 인류 살릴 지혜

향모를 땋으며 / 로빈 월 키머러, 노승영 역 / 에이도스 / 305.897 K49bKㄴ 사회과학열람실(3층)

 

‘향모’(윙가슈크)는 아로마 허브의 일종으로 머리를 땋듯 땋아 선물이나 제의에 쓴다. 이 향모는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들에게 “어머니 대지님의 하늘거리는 머리카락”이다. 어머니 대지님 외에도 안개, 개울, 물고기, 곡물, 나무, 독수리, 달님 등이 부족들에겐 감사의 대상이다. 북아메리카 원주민 포타와토미족 출신의 식물학자인 로빈 월 키머러는 이런 토착적 세계관에 과학적 훈련을 보태 새 지식을 창출해낸다. 이 책은 과학서이면서 신화, 역사, 문화가 등장하고 경제서이기도 하다. 아우르자면 생태·영성·철학으로 가득한 에세이다. 인류의 영성을 복원해 기후위기와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인간-세상의 관계를 회복하자는 저자의 생각은, 오늘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김진철 기자

 

<한겨레> ‘책&생각’이 ‘올해의 책’을 선정하며, 가장 아쉬웠던 작품은 두 편이다. 고공농성 노동자에서 시작해 1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서사를 담아낸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창비), 구순의 어머니를 돌아가시기 전까지 간병하며 적어나간 박희병 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엄마의 마지막 말들>(창비)이다. 올해 유독 창비에서 좋은 책이 많이 나왔지만 출판사 편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김영옥 등, 봄날의책) <죽은 자의 집 청소>(김영사) <탈진실의 시대, 역사부정을 묻는다>(강성현, 푸른역사) <진리의 발견>(마리아 포포바, 다른) <타인에 대한 연민>(마사 누스바움, RHK) <팬데믹 패닉>(슬라보예 지젝, 북하우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호프 자런, 김영사) <정치적 부족주의>(에이미 추아, 부키) <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주디스 버틀러, 창비)도 아깝게 선정되지 못했다. ‘전태일 공동 프로젝트’로 출간된 책 10권 중 한 권만 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역사에 남을 위대한 기획이었음을 여기 기록해둔다.김진철 책지성팀장

< 출처 : 한겨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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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

 

 

[올해의 책-번역서] 책은 다리가 되어 과거와 미래를 잇고

 

한반도에 봄 기운이 넘쳤다. 남북의 만남은 북미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추위는 어김없이 닥쳤다. 24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은 새벽 홀로 순찰을 돌다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책은 우리가 발딛고 선 곳을 진실하게 마주하도록 이끈다. <한겨레>는 올해도 국내서 10권, 번역서 10권을 ‘올해의 책’으로 꼽는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정희진 여성학 연구자, 서영인 문학평론가, 표정훈 출판평론가 등 5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한겨레 책지성팀 구성원들이 선정했다.

 

 

 세계사 갈증, 이 책으로 채운다 / 909 G389AKㅈ(전2권) / 사회과학열람실(3층)

1870~1945, 하나로 연결되는 세계
책임 편집 에밀리 S. 로젠버그, 조행복 이순호 옮김/민음사·5만8000원

1945 이후, 서로 의존하는 세계
책임 편집 이리에 아키라, 이동기 조행복 전지현 옮김/민음사·5만3000원

세계사는 한국 출판에서 공백 상태였다. 특정 주제로 세계사를 정리한 책은 넘쳤지만, 야심차게 세계사를 써보겠다는 시도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곰브리치 세계사>나 자와할랄 네루의 <세계사 편력> 등 80여년 전에 쓰여진 책들이 아직도 가장 많이 읽히는 세계사 책이었을 정도니 말이다. 미국 하버드대 출판부와 독일의 체하베크출판사가 함께 내는 6권짜리 대기획 <세계사>로 이런 공백이 메워졌다. ‘초국적 역사’라는 역사학계의 새 관점을 기반으로 서구 중심의 서술을 극복하고, 이주, 젠더, 생태, 문화 등 그동안 세계사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못한 주제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회적 조건이 삶과 죽음을 가른다

폭염사회-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 363.3492 K65hKㅎ/ 사회과학열람실(3층)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홍경탁 옮김/글항아리·2만2000원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에서 40도를 넘는 폭염이 일주일간 지속돼, 평소보다 700여명이 더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 참사를 가혹한 기상 조건의 결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미국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폭염사회>는 기상학이나 의학적 부검, 역학 조사가 찾아내지 못하는 참사의 ‘사회적 병인’이 무엇인지 드러냈다. 많은 사람들이 ‘홀로’ 죽어갔으며, 빈곤과 불평등, 약화된 공동체, 민영화에 따른 공적 지원 네트워크의 부재 등 여러 사회적 조건의 차이가 삶과 죽음을 갈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과학이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또 할 수 있는지 제시하는, 우리 시대의 고전이다.

 

 

 올해 가장 뜨거운 논쟁 불러일으킨 칸트 번역

비판기 이전 저작 Ⅱ(1755~1763)
임마누엘 칸트 지음, 김상봉 이남원 김상현 옮김/한길사·3만5000원

학문으로 등장할 수 있는 미래의 모든 형이상학을 위한 서설·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김재호 옮김/한길사·3만2000원

도덕형이상학
이충진 김수배 옮김/한길사·3만5000원

한국칸트학회가 기획한 칸트 전집은 올해 학계를 통틀어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칸트 전집을 번역해 내오던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학회 번역자들과 출판사가 사용한 ‘정본’ ‘공인’ ‘가독성’ 등의 표현을 문제 삼아 번역자들의 학회 탈퇴를 요구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특히 칸트 철학의 핵심 개념인 ‘transzendental’ ‘a priori’의 번역어를 두고 백 교수와 칸트학회장 이충진 교수만이 아닌 칸트 전문가 김상봉, 후설 번역자 이종훈, 철학자 전대호, 전 헤겔학회 부회장 백훈승 등이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번역이 얼마나 치열해야 하는 작업인지 일깨웠다.

 

 만물 관통하는 법칙 찾아가는 야심찬 시도

스케일-생물·도시·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

303.44 W517sK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음 옮김/김영사·3만원

‘크기가 만물을 결정한다.’ 이론물리학자이면서 복잡계 과학의 선구자가 된 제프리 웨스트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가 쓴 <스케일>은 동식물, 도시, 기업, 인간의 행동 등 다양한 영역을 관통하는 일반법칙을 밝히는 과학책이다. 이 책은 생명체를 지배하는 ‘4분의 1 지수 스케일링 법칙’, 사회경제 영역을 지배하는 ‘15% 스케일링 법칙’ 등 ‘크기’라는 관점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알려준다. 정부 정책, 도시 계획, 기업 전략 등 과학과 분리돼 존재할 수 있는 분야가 이젠 거의 남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의미도 적지 않은 책이다. 문제는, 인류의 크기가 인류의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적인 것을 넘어선 인류학’의 최전선

숲은 생각한다-숲의 눈으로 인간을.. / 996.6 K79hKㅊ/ 사회과학열람실(3층) 
에두아르도 콘 지음, 차은정 옮김/사월의책·2만3000원

캐나다 인류학자 에두아르도 콘(50)은 1996년부터 4년 동안 아마존강 상류의 아빌라 마을에서 루나족과 함께 먹고 자고 사냥하며 현장 연구를 했다. 그 관찰과 사색의 결과물인 <숲은 생각한다>는 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인간은 사고가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재규어에게 ‘엎드린 몸뚱이’가 공격해도 좋은 ‘고기’를 표상하듯, 의미를 만들고 그것을 파악하는 ‘기호과정’은 모든 생명의 본질이며 기호의 그물망은 인간을 포함한 숲의 모든 존재들에 걸쳐 있다. 제목 그대로 “숲은 생각한다.” 인간-동물이라는 이원론적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것을 넘어선 인류학’을 만들어가는 사유의 최전선에 놓인 책이다.

 

 개인’으로부터 ‘사람’으로 이행

부족의 시대-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개인주의의 쇠퇴

/ 302.5 M187tKㅂ / 사회과학열람실(3층)
미셸 마페졸리 지음, 박정호·신지은 옮김/문학동네·2만2000원

오랫동안 서구 근대는 개인을 중심에 놓고 합리적으로 조직된 ‘사회적인 것’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프랑스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74)는 <부족의 시대>에서 개인이 아니라 ‘부족’이야말로 오늘날 ‘사회적 삶’의 중심에 있다고 주장했다.

후기 근대에 이르러, 소규모 사회집단, 집합적인 감정과 감성, 디오니소스적인 관능과 흥분 등 그동안 근대가 ‘탈주술화’ 과정에서 억눌러왔던 ‘작은 야만인들’이 회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신부족주의’를 공연히 두려워하고 악마화하기보다, ‘지금-여기’의 그 부글거림 자체를 직시하라고 충고한다. 초판이 나온 지 30년이 지났지만, 책이 품은 메시지는 여전히 현재적이다.

 

 신경과학의 오만함에 제동을 걸다

는 뇌가 아니다 / 128.2 G118iKㅈ / 인문과학열람실(3층)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전대호 옮김/열린책들·1만8000원

인공지능, 빅데이터, 뇌과학, 트랜스휴머니즘…. 무섭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예상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논하는 것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된 것만 같다. 이런 성과에 도취된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의 모든 것을 과학이 설명해낼 수 있다고 진지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신예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 예나대 교수는 이런 오만함에 제동을 건다. 그는 <나는 뇌가 아니다>에서 인간을 뇌로 치환시키고, 뇌의 작동원리를 알면 인간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신경과학’의 주장이 어떤 점에서 오류인지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짚어나간다. 해독제 같은 책이다.

 

 72년 만의 원전 번역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유재원 옮김/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는 한국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 받아 왔다. 매력적인 주인공 조르바의 생각과 행동은 많은 이의 세계관을 형성하거나 바꾸는 데 큰 구실을 했다. 한국에서 이 소설의 수용은 작고한 이윤기의 번역에 결정적으로 빚을 졌지만, 영어를 거친 중역이라는 사실은 아쉬움을 낳았다.

그리스어 전문가 유재원이 영어의 도움을 받지 않은 원전 번역 <그리스인 조르바>를 내놓은 것은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유 교수는 작가 이름 ‘카잔차키스’를 ‘카잔자키스’로 바꾼 것을 비롯해 적잖은 오류를 바로잡아 완성도 높은 번역본을 선보였다. 원전 출간 72년 만의 일이다.

 

 ‘올해의 발견’ 플래너건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 823.914 F583nKㄱ / / 인문과학열람실(3층)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문학동네·1만5500원

2014년 맨부커상 수상작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과 또 다른 장편 <굴드의 물고기 책>이 연초에 번역 소개되면서 리처드 플래너건은 ‘올해의 발견’이 되었다. 장편에 어울리는 규모와 무게를 지니면서 동시에 단편을 방불케 하는 문장의 밀도를 지닌 소설. 그것이 플래너건이다.

그가 오스트레일리아 부속 섬 태즈메이니어 출신 작가라는 점도 흥미롭다. 2차대전 중 일본군 포로가 되어 철도 건설 공사에 동원된 오스트레일리아 병사들 이야기인 <먼 북…>, 그리고 19세기 초 태즈메이니어의 식민 감옥을 무대로 삼은 <…물고기 책>에서 보듯, 플래너건은 자신의 고향 섬과 조국의 역사를 자신만의 틀과 어법에 담아 독자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

 

 “여성들이여 침묵하지 말라. 분노하라.”

시스터 아웃사이더 / 824.92 L867sKㅈ/ 인문과학열람실(3층)
오드리 로드 지음, 주해연·박미선 옮김/후마니타스·1만8000원

페미니즘 열풍의 강력한 소용돌이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수많은 페미니즘 고전들을 뒤늦게 상륙시켰다. 그런 고전들 중 일부는 ‘백인 중산층 여성의 시각과 경험만 반영됐다’는 한계를 지적받았지만, 흑인이자 레즈비언 여성이었던 ‘3중 소수자’ 오드리 로드에겐 그런 아쉬움은 없었다.

벨 훅스, 애드리언 리치 등 수많은 페미니스트에게 영감을 줬던 로드의 저서가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분노해야 한다고, 다른 대의를 위해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했던 1984년의 <시스터 아웃사이더>의 메시지가 지금도 유효한 것은 서글프지만, 절망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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