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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담당 기자가 추천하는  ‘일’과 ‘사람’을 다룬 신간들

 

1. 베테랑의 몸  / 희정 / 한겨레출판 / 정리 중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서유미 외 / 문학동네 / 정리 중

3.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세라 자페 / 현암사 / 정리 중

4. 디지털 팩토리 / 모리츠 알텐리트 338.47004678A466dKㄱ / 사회실(3층)

 

 

 

조해람 기자

모처럼만의 황금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휴식은 달콤하지만 연휴가 끝난 뒤 출근할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쌓인 업무, 인간관계, 거래처들…. 아예 연휴 기간에 출근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저도 연휴 중 하루는 당직근무가 예정돼 있답니다.

저는 작년부터 노동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노동 분야를 취재하다 보면 가끔, ‘일이 뭐길래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누군가와 ‘일’이라거나 ‘출근’ 같은 주제로 대화를 했을 때, 행복한 웃음보다는 한숨을 들은 경험이 저는 훨씬 많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우리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계약’을 맺은 것 뿐인데, 왜 항상 몸과 마음이 어딘가 짓눌린 듯 힘겹게 살게 되는 걸까요.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배워 왔는데 내 현실은 왜 이럴까요.

간단히 답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생각할 거리를 함께 나눌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연휴를 맞아 최근 인상깊게 읽은 노동 관련 신간들을 소개합니다. 일하는 모든 이들의 고민을 어루만지고, 우리의 노동은 왜 이렇게 됐고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짚어보고,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책들입니다. 올해 하반기 나온 신간들로 추렸습니다.

#1 ‘베테랑의 몸’ 희정(글)·최형락(사진) | 한겨레출판

 

조해람 기자

 

“저 자세를 안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일한 사람만의 태가 있다.”

 

일이 몸에 붙고, 몸이 일을 닮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생 한 가지 노동을 꾸준히 해 온 ‘베테랑’들입니다. 이들에게 일은 나와 뗄 수 없는 무엇, 긍지, 자부심, 때로는 아픔, 결국에는 ‘삶’과 동의어가 됩니다. ‘베테랑의 몸’은 노동 현장에서 삶의 잔뼈가 굵어진 장인 12명의 인터뷰 모음집입니다.

어떤 이들은 ‘베테랑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어떤 이들은 손부터 내젓습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자신의 일에 대해 말할 때면 아이처럼 눈을 빛냅니다. 제철 식자재를 보면 어떤 요리를 해줄지 생각만으로도 즐겁다는 조리사 하영숙, 보이지도 않는 바닷속 바위의 위치를 ‘감’으로 찾아 그물을 내리면 늘 틀림이 없는 어부 박명순·염순애 부부, 아흔 평생 수많은 신문과 책을 찍어온 1934년생 식자공 권용국까지. 덤덤하지만 누구보다 단단한 장인들의 자부심에서는 도를 닦는 구도자의 자세까지 읽힙니다.

베테랑들에게 늘 ‘일의 기쁨’만 있는 건 아닙니다. 세신사 조윤주는 IMF 사태에 회사가 망한 뒤 청소·간병 등 “여자 일자리”를 전전했고, 끼니도 거르며 그림을 그리던 일러스트레이터 전포롱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사회가 말하는 ‘예쁜 몸’을 그리지 못해 파스텔을 놓았습니다. 고층빌딩 외벽을 타고 하늘을 누비는 로프공 김영탁의 걱정은 ‘남의 방충망을 잘못 밟아 물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베테랑들은 역시, 쓰러지지 않습니다. 장인으로서의 자부심과 타인과의 연대를 두 다리로 삼아 다시 일어납니다. ‘믿을 건 내 기술뿐’이라는 마음으로 살던 32년차 세공사 김세모는 이제 “베테랑은 내가 아니라 우리가 일한다는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전포롱과 같은 고민에 빠졌던 배우 황은후는 이제 자신의 몸을 ‘어떤 배역이든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터’로 연마합니다. 타인의 노동을 대상화하거나 낭만화하지 않고 그대로 존중하는 희정의 문장이 따뜻하고, 최형락의 감각적인 사진으로 눈이 즐겁습니다.

 

▶ 책 속으로

“여기에 한 번 그물을 던졌는데, 안 잡힌다고 계속 자리를 이동하면 안 돼요. 물때가 맞으면 고기들은 와요. 사람은 거짓말해도 고기는 거짓말 안 해. 언제고 와. 끝까지 참고 기다리면. 몇 번 해 보고 포기하는 사람은 안 돼. 못 잡아.”(어부 박명순·염순애, 121p)

세신사가 빨간색이나 검정색의 속옷을 입는 이유가 있었다. “눈에 잘 띄어야 손님이 다가오기 쉽잖아요.” 영업 전략이었다.…(중략)…강해 보인다거나 촌스럽다거나 화려하다거나, 그런 한가한 감상은 들어올 자리가 없는 작업복이었던 게다. (세신사 조윤주, 223p)

주름진 손으로 돌같이 검은 활자를 차분히 쌓아 올리는 그를 보자니, 일터가 고요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롯한 집중. 어쩐지 그 모습이 기원을 품고 돌탑을 쌓는 것만 같았다. 차곡차곡 쌓아올려 완성을 이룬다. 세월의 풍파에 다소 허물어질지라도.(식자공 권용국, 361p)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서유미 외 | 문학동네

 

조해람 기자

 

“세상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지구를 지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일하는 게 힘들까?”

 

우리 사회의 ‘먹고사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보자며 소설가들이 뭉쳤습니다. 소설 ‘표백’과 여러 번의 방송 출연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장강명 작가의 제안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한국소설이 드물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 11명의 작가들은 ‘월급사실주의’라는 이름으로 동인을 결성했습니다. 이런 규칙도 세웠습니다. “한국 사회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다.” “당대 현장을 다룬다”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

소설가들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노동을 예리한 눈으로 꼼꼼히 포착했습니다. 식품 공장 여성 노동자들(김의경 ‘순간접착제’), 먹고살기 위해 설계 비위를 저지르는 건설현장 소장(임성순 ‘기초를 닦습니다’), 코로나19로 구조조정에 내몰린 여행사 직원들(장강명 ‘간장에 독’)까지. 11편의 단편은 너무나 현실적인 오늘날 ‘나’와 ‘너’의 이야기들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상에도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플랫폼’이라는 이름 아래 점점 쪼개지고 녹아내리는 노동시장이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은 “비정규직 근무, 자영업,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노동은 물론 가사, 구직 학습도 우리 시대의 노동”이라고 말합니다. 배달노동과 상하차를 전전하는 청년(주원규 ‘카스트 에이지’), 아파트와 아파트를 바삐 오가는 청년 여성 학습지 교사와 그를 바라보며 과거 같은 일을 했던 경험을 떠올리는 또다른 여성(서유미 ‘밤의 벤치’)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의 노동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들의 처지에 가닿습니다. 그렇게 ‘나’를 넘어 ‘너’를, ‘우리’를 생각하게 되는 게 이야기의 힘입니다. 점점 쪼개지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는 ‘다른 위치’에 선 이들의 얼굴을 종종 잊게 만듭니다. 11편의 단편소설을 건너고 건너다 보면, 우리가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떠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책 속으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몇몇 천재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부동산에 매겨지는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성실한 노동의 가치는 추락한다.…(중략)…나는 저 현상들의 한가운데 있으며 그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원인도 모르고 대책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그 고통에 대해서는 쓸 수 있다.(장강명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11p)

그러면 다시 묻겠지. 오늘도 오후 세시에 지하철 2호선에서 나갈 자신이 있냐고, 오토바이에 올라타 돈 벌 자신 있냐고…(중략)…끝으로 하나만 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내 지겨운 스무 살, 사과받지 않고도 살아갈 자신 있냐고.(주원규 ‘카스트 에이지’, 271p)

“근데 제가 부품처럼 느껴져요. 일이 년에 한 번씩 교체되는 부품이요. 여길 떠날 때쯤 제가 얼마나 마모되어 있을지 모르겠어요.”

“……부품이 나빠?” (지영 ‘오늘의 이슈’, 287p)

 

#3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세라 자페 | 이재득 역 | 현암사

 

조해람 기자

 

“우리는 왜 열심히 일할수록 더 지치고 외로워질까.”

올해 초 온라인에는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았습니다. 누군가 직장생활의 힘듦을 토로하면 ‘누가 그 일 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고 빈정대는 식이죠. 그런데 ‘누칼협’이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말일까요? 사실 우리는 예전부터 비슷한 말을 들어 왔습니다.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 ‘네가 선택한 일이잖아’….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세상은 ‘네 일을 사랑하라’며 꾹 참으라고 합니다. 이런 경험, 다들 있지 않나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세라 자페는 ‘네 일을 사랑하라’는 현대사회의 계율을 ‘만들어진 신화’라고 단언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일을 사랑해야 한다’같은 미사여구는, 결국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착취하도록 몰아넣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자페 스스로도 이 ‘사랑하는 일’ 이데올로기에 붙잡힌 처지를 고백합니다. “난 오늘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장장 12시간을 보냈다. 현재 시각 오후 8시. 전자레인지에 데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수프를 먹으며 꽤 잘 쓴 내 글을 보고 흡족해하고 있다.”

10명의 직장인을 만난 자페는 1부에서 가정주부·가사도우미·교사 같은 돌봄노동자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주로 여성이 많이 일하는 직군인데요. 자페는 사회가 여성들에게 ‘사랑과 돌봄은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고된 노동을 강요했다고 폭로합니다. 우리가 아는 ‘가족’이란 자본주의의 존립을 위해 근래 등장한 시스템이며, 이를 지탱하기 위한 돌봄·요리 등을 여성에게 ‘몰빵’했다는 겁니다.

‘즐기는 일’을 다룬 2부에서는 예술가·운동선수부터 프로그래머, 시간강사, 인턴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건강이 상하는 줄 알면서도 밤을 새우는 프로그래머, 무급으로 인턴들을 착취하면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동경과 희망고문을 자행하는 기업들의 모습을 고발합니다. 이 함정에 탈출구가 있을까요. 자페는 일에 대한 ‘만들어진 사랑’ 대신, 함께 노동하는 내 옆의 사람을 향한 사랑을 시작하자고 제안합니다.

▶ 책 속으로

일은 절대로 당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일터에서 행복해야 한다는 강요는 늘 일하는 사람에게 감정 노동을 요구한다. 일에 무슨 감정이 있단 말인가.(‘일하러 오신 걸 환영합니다’ 26p)

다시 말해 교사들은 아마도 최고의 사랑 노동자들인 듯하다. 예산을 줄여야 할 때면 그 줄어든 범위 내에서 더 많은 일을 해내라는 기대를 받으면서도, 그런 예산 삭감으로 문제가 생기면 비난을 떠안는 것도 교사들이다.(‘사명감이라는 이름으로: 교사’ 127p)

밤늦게 일하는 사무실은 파티 같기도 하고 뭔가 중요한 일에 다 함께 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한다. 스튜디오 고보의 홈페이지에는 또 이런 내용이 있다. “재미가 저희가 하는 일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재밌는 게임을 만들려면 게임을 만드는 일도 재밌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재밌다는 분위기는 윗선에서 직접 압박을 주지 않아도 매일 더 오래 일하도록 직원들을 가두기 위한 계획에 불과하다.(‘좋아하는 일이니까 다 괜찮지는 않습니다: 프로그래머’ 367p)

#4 ‘디지털 팩토리’ 모리츠 알텐리트 | 권오성·오민규 역 | 숨쉬는책공장

 

 

조해람 기자

 

“플랫폼은 오늘날 디지털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공장이 될지도 모른다.”

 

먼 훗날 한 화가가 2023년 한국의 도시 풍경을 스케치한다면 무엇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릴까요? 저라면 ‘쿠팡 트럭’과 ‘배달의민족 라이더’를 꼭 그려넣을 것 같습니다. 어느덧 도시 풍경의 일부가 된 이들은 플랫폼에서 일감을 구하는 전형적인 ‘플랫폼 노동자’입니다. 오늘날 플랫폼 노동은 물류·배달은 물론 IT, 돌봄노동, 문화예술,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거대한 ‘공장’으로 대표되던 자본주의는 새 시대를 맞는 걸까요?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광고하듯 우리는 드디어 자유롭게 일감과 노동시간·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유토피아에 진입한 걸까요? ‘긱 이코노미’ 시대의 노동을 오래 연구해 온 모리츠 알텐리트는 절대 아니라고 말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공장은 ‘공장 건물’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집과 동네 같은 시공간 전체로 확장됐다는 겁니다.

알텐리트는 아마존 같은 물류센터에서 시작해 전 지구의 플랫폼 노동 현장을 하나씩 해부합니다. 디지털·자동화라는 환상 뒤에 가려진 ‘진짜 노동’의 현실입니다. 하루 종일 서양의 게임 유저들에게 팔 아이템을 ‘파밍’하는 중국의 ‘골드 파머’들, 오류를 찾기 위해 수만 번의 클릭을 반복하는 게임 테스터들, 전 지구에 퍼진 재택근무 노동자들과 SNS 유해 콘텐츠 모니터링 요원들의 사례를 저자는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알텐리트가 발견한 것은 공장 시대의 통제·감시가 일상 속으로 파고든 모습입니다. 플랫폼 기업들이 비공개 알고리즘으로 노동자의 발걸음 하나까지 통제하면서, ‘유연한 고용’을 악용해 노동자에 대한 책임은 피하는 현실이 드러납니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면, 책은 “공장제도에 근거한 노동법은 낡았다”는 자본의 주장에 “온 세상이 공장이 됐다”고 반박합니다.

저자는 자동화에 대한 사회적 질문과 대안적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 사회는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분명한 건 ‘플랫폼’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의 노동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 책 속으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다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피커에게는 시간당 60~180건의 피킹에 대한 명확한 성과 목표가 부여된다. “일단 목표에 도달하면 이튿날이나 다음 시간에는 거의 항상 목표가 더 높아집니다. 한 번은 상사에게 물어봤더니 스포츠맨답게 행동하라고 하더군요.” (‘글로벌 공장’ 79p)

불만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아마존은 정규직보다 훨씬 쉽게 독립계약자를 해고할 수 있으며, 이를 긱 경제 전반에 걸쳐 노동자에 대한 징계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노동자가 고객 불만을 피하고 고객과 플랫폼을 만족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며, 높은 평가 등급을 받아서 더 많은 일감을 얻으려 하고, 긱 경제에서 해고 통지서나 다름없는 계정 정지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들 수 있다.(‘글로벌 공장’ 110p)

분산된 노동자를 분해, 표준화, 감시를 통해 조직화하는 디지털 기술의 가능성이 크라우드워크의 중요한 측면 중 하나이지만, 특정한 계약 및 임금 형태를 통해 구현되는 급진적인 유연성도 또다른 측면을 보여준다.…(중략)…작업자를 규제하는 계약 방식은 최대한 유연성을 촉진하고 플랫폼이 작업자에 대한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분산된 공장: 크라우드워크’ 198~199p)

 

< 출처 : 경향신문 >

:
Posted by sukji

짓기와 거주하기 : 도시를 위한 윤리 / 리처드 세넷

307.1216 S478bKㄱ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도시는 인간에게 무엇이고 어떻게 지어져야 하는가?

노동과 도시화 연구의 세계적 석학 리처드 세넷의 오랜 작업인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3부작의 완결편 『짓기와 거주하기』. 《장인》, 《투게더》에 이어 이번 책에서 호모 파베르는 넓고 깊은 지식과 섬세한 통찰력을 발휘하여 닫힌 도시, 즉 건축적 분리와 사회적 불평등이 서로를 강화해주는 도시가 어떻게,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살펴보고, 그 대안으로 열린 도시를 제안한다.

파리, 바르셀로나, 뉴욕이 어떻게 지금의 형태를 갖게 되었는가를 돌아보면서 제인 제이콥스, 루이스 멈퍼드를 비롯하여 하이데거, 발터 벤야민, 한나 아렌트 등 주요 사상가들의 생각을 살펴보는가 하면, 남미 콜롬비아 메데인의 뒷골목에서 뉴욕의 구글 사옥, 한국의 송도에 이르는 상징적 장소를 돌아다니며 물리적인 도시가 사람들의 일상 경험을 얼마나 풍부하게 하고 사회적 유대를 강화시킬 수 있는지, 혹은 그 반대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출판사 서평

 

도시는 인간에게 무엇이고 어떻게 지어져야 하는가
공간 속을 움직이고 장소에 거주하며,
삶을 짓고 세계를 건설하려 분투하는 인간을 위한 도시사회학
《장인》 《투게더》에 이은 호모 파베르 3부작 완결편

노동과 도시화 연구의 세계적 석학 리처드 세넷의 도시 독법. 이 책에서 그는 고대 아테네에서 21세기 상하이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도시에 대해 사유하고 제안한다. 파리, 바르셀로나, 뉴욕이 어떻게 지금의 형태를 갖게 되었는가를 돌아보면서 제인 제이콥스, 루이스 멈포드를 비롯하여 하이데거, 발터 벤야민, 한나 아렌트 등 주요 사상가들의 생각을 살펴보는가 하면, 남미 콜롬비아 메데인의 뒷골목에서 뉴욕의 구글 사옥, 한국의 송도에 이르는 상징적 장소를 돌아다니며 물리적인 도시가 사람들의 일상 경험을 얼마나 풍부하게 하고 사회적 유대를 강화시킬 수 있는지, 혹은 그 반대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건설되는 물리적 도시인 ‘빌ville’과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정신적 도시 ‘시테cit?’의 관계가 끊임없이 변주되어 있는 이 책에서, 세넷은 넓고 깊은 지식과 섬세한 통찰력을 발휘하여 닫힌 도시, 즉 건축적 분리와 사회적 불평등이 서로를 강화해주는 도시가 어떻게,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살펴보고, 그 대안으로 열린 도시를 제안한다. 열린 도시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고 받아들이며 복잡성을 다루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기후위기 같은 단기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위협과 불확실성에 맞서서도 더 잘 회복될 수 있다.

“살 만한 도시 만들기에 관해 세넷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_〈Times Literary Supplement〉

《장인》 《투게더》에 이은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의 완결편!
노동과 도시화 연구의 세계적 석학 리처드 세넷의 도시 독법
도시는 인간에게 무엇이고, 어떻게 지어져야 하는가?

《짓기와 거주하기》는 노동과 도시화 연구의 세계적 석학 리처드 세넷의 오랜 작업인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의 완결편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세넷은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스스로 삶을 만드는 존재인 인간(호모 파베르)이 개인적 노력, 사회적 관계, 물리적 환경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설명한다.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기술’이 현대사회에서 마땅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설파한 《장인》에 이어, 《투게더》에서는 실제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기술인 ‘협력’에 주목해 사회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3부작의 마지막인 《짓기와 거주하기》는 문명의 물리적 환경인 도시와 호모 파베르의 관계를 탐구한다. 10년 만에 마침표를 찍는 프로젝트의 마지막 책인데, ‘도시’라는 주제는 약 50년 전 출간된 세넷의 첫 책 《무질서의 효용》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회학자, 여행자, 도시계획가로서 평생의 경험과 사유가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세넷은 도시가 인간에게 무엇이고 어떻게 지어져야 하는지를 학문적이면서도 우아하고 섬세한 필치로 펼쳐 보인다.

분리와 차별을 넘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기후변화 같은 위협과 불확실성에 맞서 더 잘 회복되는,
열린 도시를 향한 성찰과 제언
세넷은 이 책에서 고대 아테네에서 21세기 상하이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도시에 대해 사유하고 제안한다. 파리, 바르셀로나, 뉴욕이 어떻게 지금의 형태를 갖게 되었는가를 돌아보면서 제인 제이콥스, 루이스 멈퍼드를 비롯하여 하이데거, 발터 벤야민, 한나 아렌트 등 주요 사상가들의 생각을 살펴보는가 하면, 남미 콜롬비아 메데인의 뒷골목에서 뉴욕의 구글 사옥, 한국의 송도에 이르는 상징적 장소를 돌아다니며 물리적인 도시가 사람들의 일상 경험을 얼마나 풍부하게 하고 사회적 유대를 강화시킬 수 있는지, 혹은 그 반대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건설되는 물리적 도시인 ‘빌ville’과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정신적 도시 ‘시테cit?’의 관계가 끊임없이 변주되어 있는 이 책에서, 세넷은 넓고 깊은 지식과 섬세한 통찰력을 발휘하여 닫힌 도시, 즉 건축적 분리와 사회적 불평등이 서로를 강화해주는 도시가 어떻게,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살펴보고, 그 대안으로 ‘열린 도시’를 제안한다. 열린 도시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고 받아들이며 복잡성을 다루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기후위기 같은 단기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위협과 불확실성에 맞서서도 더 잘 회복될 수 있다.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할 겁니까?”
‘도시계획의 어머니’ 제인 제이콥스가 던진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지적 여정
학문적 통찰, 세심한 관찰, 대상에 대한 배려가 어우러진 생생한 글쓰기
문학으로서의 도시사회학, 이것이 에세이다!
세넷의 글은 특색이 있다. “현실의 스냅사진으로 커다란 사유에 생기를 더한다”는 한 언론사의 평가는 결코 수사가 아니다.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다가 그것을 곧바로 사회학적 이론과 사회 현실의 논의로 연결하며, 수시로 화제를 바꾸면서 좌충우돌하는 것 같지만 어느새 핵심을 말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와 사회학적 이론이 지극히 유연하게 연결된다. 세넷은 그의 첫 번째 저서 《무질서의 효용》을 ‘문학의 형태를 띤 사회학’이라고 말하며 도시계획 입문서나 사회학 논문이라기보다는 ‘도시 문화를 성찰하는 에세이’로 읽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주문은 《짓기와 거주하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도 델리의 시장인 네루 플레이스에서 저자가 직접 만난 노점상 ‘미스터 수디르’는 이 ‘문학으로서의 사회학’에서 주인공이라고 할 만큼 4장에 처음 등장한 이후로 마지막 결론까지 곳곳에 등장하는데, 8장에서는 세넷의 상상 속에서 도시를 설계하기까지 한다. 이 외에도 중국 상하이의 Q 부인이나 남미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길 안내하는 소년들과의 경험은 소소한 일상에서의 행위와 사건에서 사회학적 의미를 뽑아내는 세넷의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인상적인 부분이다. 독자들은 마치 세넷과 함께 이들을 만난 듯이 느껴질 것이다. 깊은 학문적 통찰, 세심한 관찰, 대상에 대한 배려가 그처럼 활발하고 생생한 글쓰기의 바탕에 깔려 있다.
또한 이 책은 ‘도시계획의 어머니’라고도 불리는 제인 제이콥스가 세넷에게 던진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지적 여정이기도 하다. 비공식적이고 자유롭고 느슨한 방식을 지지한 제인 제이콥스와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바라보는 큰 규모의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루이스 멈퍼드 간의 논쟁을 소개한 뒤, 세넷은 제이콥스와의 만남을 회상한다. “처음으로 내가 시테와 빌의 관계를 알아내려고 애쓰던 무렵에, 제인 제이콥스에게 시테에 관해서는 그녀가 멈퍼드보다 낫고, 빌에 관해서는 멈퍼드가 낫다고 말한 적이 있다. (중략) 내 말을 듣고 그녀는 퉁명스럽게 돌아서서 이렇게 물었다.”(136쪽)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할 겁니까?” 쉽게 답할 수 없는 이 물음은 1부 마지막에 나오는데, 독자는 세넷이 그 답을 찾았을지, 어떤 답일지 궁금해서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수 없다. 책 곳곳에 나오는 이런 장치는 탁월하고 능숙한 이야기꾼의 솜씨이다.

“이 도시에서, 어떻게들 살고 있습니까?”
공간 속을 움직이고 장소에 거주하며,
삶을 짓고 세계를 건설하려 분투하는
인간을 위한 도시사회학
세넷은 지어진 것the built과 사는 것the lived, 즉 빌과 시테 사이의 균열이 세 가지 이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한다. 첫 번째는 도시의 팽창, 고속 성장이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도시지역 인구비율은 92%에 이른다. 세계적으로도 55%,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며, 이 비율은 계속 증가하여 2050년이 되면 세계인구 10명 중 7명이 도시에 살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가 가장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상대적으로 저개발 상태였던 인도, 중국, 나이지리아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인데, 이들 지역의 델리, 상하이 같은 도시에서 일어나는 폭발적 성장과 그에 따른 몸살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고속 성장을 이루어낸 우리에게도 익숙하다.(4장)
두 번째는 타자의 배제다. 2015년 1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페기다(PEGIDA)라는 반反 이슬람 단체가 시위행진을 했다. 이들은 ‘우리 문화의 보존을 위해 독일에서 이슬람의 추방’을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드레스덴 외의 대다수 지역에서는 반反 페기다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더 많았고, 1년도 채 안 되어 독일은 시리아 내전에서 탈출한 난민들을 형제로서 맞았다. 이제 ‘통합’이 남았다. 세넷에 따르면 난민들에게 통합은 “실제적으로는 구원이지만 경험적으로는 상실”인데, 이들이 새로운 사회에 통합되어 ‘이웃’이 될 수 있을까? 난민 같은 종교적, 인종적, 민족적, 계급적 타자를 오늘날의 도시는 공간적으로 분리시킨다. 우리가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5장)
세 번째는 테크놀로지 이슈이다. 테크놀로지는 삶을 부드럽고 매끈하게 만들어 타자의 무게를 가볍게 해준다. 꿈의 직장을 넘어 ‘신의 직장’이라고까지 불리는 구글. 세넷은 구글 사옥을 둘러보며 세탁소도 있고, 의사를 만날 수도 있으며, 체육관에서 체력 단련도 할 수 있는 이런 자족적 공간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묻는다. 이런 건축 양식은 주변 지역의 주택 가격과 임대료를 올려 젠트리피케이션을 조장하고, 회사가 외부의 자유 시장을 파괴할지라도 내부에서는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교환을 자극하도록 지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아무 저항 없는 내향적 환경이 정말로 창조성을 고무할까? 세넷은 마찰 없는 ‘사용자 친화적’이라는 가치가 사용자들에게 어떤 정신적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한국의 송도와 브라질의 쿠리치바 등 두 종류의 스마트 시티를 비교하며 보여준다.(6장)
이것이 세넷이 읽은 오늘날의 도시와 “속하지 않는 곳을 헤매면서 스스로를 정착시키기 위해 분투하는 존재”(184쪽)인 인간의 모습이다. 하지만 한 인터뷰에서 “인생의 끝자락에서 낙관론자가 되는 것은 아주 이상한 일이지만, 나는 그게 정말로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한 세넷은 도시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모두에게 ‘열린 도시’를 만들 수 있을지 자신의 실험과 도전을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보자고 제안한다.

“이제 저자의 시간은 끝나고 독자의 시간이다”
《짓기와 거주하기》를 깊게 읽기 위한 해제
이 책에는 세넷의 《살과 돌》을 번역한 임동근 박사의 해제가 있다. 세넷과 상상 속 인터뷰를 하는 임동근 박사의 마음 속 이야기이기도 한 이 해제는 세넷을 읽을 때 잊지 말아야 할 것들과 《짓기와 거주하기》에 던지는 질문과 화두를 담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책을 깊이, 적극적으로, 다각도에서 읽도록 자극할 것이다. 해제의 마지막 부분을 여기에 옮긴다.
“이제 저자의 시간은 끝나고 독자의 시간이다. 독자가 남긴 흔적들은 앞으로의 세넷과 그 동료들의 책으로 이어지며 다른 시대,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직관을 줄 것이다. 20대부터 시작해 근 50년 동안 발전해온 세넷이 생각하는 ‘도시와 사람’이 ‘도시를 위한 윤리’로 이 책에 담겨 있고, 우리는 여기에 밑줄을 치고 질문을 던진다.”

 

목차

1. 들어가는 말: 비틀린, 열린, 소박한
비틀린│열린│소박한

1부 두 개의 도시
2. 불안정한 기초
도시계획의 탄생- 한 엔지니어 이야기│시테- 읽기 힘든 것│빌│군중│현대적이지만 자유롭지 않다- 막스 베버는 불행하다
3. 시테와 빌의 이혼
사람과 장소의 헤어짐│균열이 커지다│도시를 어떻게 여는가

2부 거주의 어려움
4. 클레의 천사가 유럽을 떠나다
비공식적인 거주 방식- 델리의 미스터 수디르│“그들은 점거하지만 거주하지는 않는다.”- 상하이의 Q 부인│클레의 천사가 유럽을 떠나다- 모스크바에 간 발터 벤야민
5. 타자의 무게
거주- 이방인, 형제, 이웃│기피하기- 두 가지 거부│비교하기- 가까이에 있는 계급│섞기- 정중함의 가면
6. 테크노폴리스의 토크빌
새로운 종류의 개인- 초연한 토크빌│새로운 종류의 게토- 구글플렉스│마찰 없음 기술- ‘사용자 친화적’이라는 것은 사용자들에게 정신적으로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하는가│두 개의 스마트 시티- 처방 혹은 조정

3부 도시의 개방
7. 유능한 도시인
스트리트 스마트- 한 장소를 건드리고, 듣고, 냄새 맡기│걷기의 지식- 낯선 장소에서 자리잡기│대화적 실천-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기│파열 관리- 이민자, 모범적인 도시 거주자
8. 다섯 가지 열린 형태
중심은 동시적이다- 두 개의 중심적 공간과 실패한 설계│구두점 찍힌 곳- 기념비적이고 세속적인 표시들│다공성- 세포막│미완성- 셸과 일반형│다중성- 씨앗 계획
9. 만들기의 연대
공동 제작- 열린 형태로 작업하기│협동은 하지만 가깝지는 않은- 사회성

4부 도시를 위한 윤리
10. 시간의 그늘
자연이 도시를 공격하다- 장기적, 단기적 위협│파열과 결착- ‘정상적’인 도시 시간│수선- 품질 테스트

결론: 여럿 중의 하나

감사의 말
해제
옮긴이의 말

도판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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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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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