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100년맞이 기획, 2000년생이 온다
[동아일보 100년맞이 기획 2000년생이 온다]<1> 성인 된 2000년생, ‘공정세대’가 온다
http://news.donga.com/List/Series_70030000000854/3/70030000000854/20190304/94371930/1
[동아일보 100년맞이 기획 2000년생이 온다]<2> 적응 잘하는 ‘인싸’가 좋아
http://news.donga.com/List/Series_70030000000854/3/70030000000854/20190305/94389390/1
[동아일보 100년맞이 기획 2000년생이 온다]<3> 나는 ‘人코노미스트’ 입니다
http://news.donga.com/Main/3/all/20190306/94408176/1
[동아일보 100년맞이 기획 2000년생이 온다] < 4> 사랑과 생활의 균형 ‘러라밸’
http://news.donga.com/Main/3/all/20190307/94423876/1
[동아일보 100년맞이 기획 2000년생이 온다]<5·끝> 모바일 네이티브 첫 세대
http://news.donga.com/Main/3/all/20190308/94442666/1
[광화문에서/김윤종]2000년생이 86세대에게
http://news.donga.com/Main/3/all/20190314/94532446/1
자신과 연관된 불공정에 분노… “큰 성공 어려워” 소박한 삶 지향
사람 사귈 때도 ‘가성비’ 따져
동아일보는 2000년생과 기성세대 사이에 원활한 소통을 위해 ‘웹뉴(웹툰 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만나 심층 인터뷰한 2000년생들의 생각을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내용을 4컷 웹툰에 담았다. 1회 ‘넘사벽’ 웹툰은 ‘조국과민족’으로 유명한 강태진 작가가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2000년생 입장에서 위트를 담아 제작했다.
“그 사건이 제 인생을 바꿨죠.”
그 사건은 2016년 5월 17일 새벽 서울 서초구의 한 노래방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벌어졌다. 30대 남성은 일면식도 없던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 대학 신입생 조모 씨(19·여)는 고교 1학년이었던 당시 남녀 공용 화장실에 갈 때 누가 들어올까 불안에 떨었다고 했다.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어요.” 조 씨는 이후 여성 인권에 눈을 뜨고 행동에 나섰다. 고교 시절 여성 인권에 대한 신문을 제작해 교내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 “앞으로 인권단체의 세미나나 캠페인에 참석할 겁니다.”
2000년생들이 올해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나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4일에는 전국 대학이 일제히 개강했다. 동아일보는 2000년생의 사회 데뷔에 맞춰 ‘2000년생이 온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우리 사회와 대학이 이전 세대와 확연히 구분되는 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이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한국 사회와 대학이 어떻게 2000년생과 소통하고 배려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본보는 2000년생 30명과 전문가 10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별도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취재팀이 만난 2000년생은 자신과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공정성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공정세대’라고 규정했다. 2000년생은 또 ‘수저계급론’처럼 거대한 사회 불평등 이슈에는 크게 분노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로 인정하고 적응하는 데 집중하며, ‘개천에서 난 용’을 꿈꾸기보다 소박한 인생을 추구한다. 2000년생은 사람을 만날 때에도 ‘가성비’를 따진다. 시간과 돈, 감정을 소비하는 관계를 맺기보다는 익명이 편할 때가 많다. 설렘은 느끼고 싶지만 얽매이는 건 버거워하는 2000년생은 연애에서도 ‘러브 앤드 라이프 밸런스(러라밸)’를 중시한다. 부모 세대인 ‘X세대’(1970년생)가 경제발전의 과실을 누리면서 기존 체제에 ‘반항’했다면 자녀 세대인 2000년생은 평소 순응적으로 생활하다가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문제를 만나면 크게 반발하는 특징을 보인다.
▼ “교육제도 혼란-취업대란 직격탄 세대… 기성세대와 완전히 다른 삶, 이해 필요” ▼
대학들에서는 이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최근 대학에서는 2000년생의 선배들이 ‘공정성 담보’를 위해 수업시간 출석을 3번 불러달라는 요구를 했다. 수업 시작 직후, 수업 중간, 수업 끝나기 직전 3번을 불러야 손해 보는 이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충청권의 한 대학에서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음파를 활용한 전자출석 시스템까지 등장했다. 올해 대학가에서는 이처럼 고도화된 전자출석 시스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기성세대에게는 2000년생이 ‘종잡을 수 없는 아이들’이다. ‘요즘 애들은 자기만 안다’, ‘패기가 없다’, ‘낭만을 모른다’고 단정 짓기도 한다. 2000년생들은 그런 어른들에게 ‘꼰대’라며 반발한다. 이런 세대 간 인식 차이는 ‘문화 충격’, ‘세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00년생은 기존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를 살아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하는데, 기성세대와 사회, 대학의 준비는 미흡하다고 입을 모은다.
2000년생은 출생 당시 ‘즈믄둥이’로 불렸다. 새로운 천년을 이끌어갈 기둥 세대라며 김대중 대통령이 즈믄둥이에게 희망증서를 전달하는 이벤트까지 열 정도로 국내외가 떠들썩했다. 하지만 이들이 처음 접한 학교는 혼란 그 자체였다. 중학교 시절 자율형사립고 폐지 논란이 일었다. 고교 시절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도입이 무산되는 등 대학입시가 요동쳤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전과 달리 요즘 세대는 열심히 해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여긴다”며 “이걸 이해하는 게 기성세대가 2000년생과 소통하기 위한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동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