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강신호 소장 “목공·철공소처럼 플라스틱 대장간을 만들어 봅시다” 교육.기타2019. 12. 5. 10:19
멋진 아이디어가 아닌가 싶네요. 체험학습도 되고.... 꼭 성공했으면 합니다. 학우 여러분도 모든 일에 발상의 전환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강신호 소장
“목공·철공소처럼 플라스틱 대장간을 만들어 봅시다”
‘이러다 지구에 플라스틱만 남겠어’
‘환경재앙’ 알지만 안 쓸 수 없고, 현 분리수거는 소각 수준
부수고 녹이는 재활용 체험학습에 생활용품 제작 실험 중
강신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장은 “생산자는 제품을 어떻게 분리해 내놔야 재활용에 유리한지 근거를 소비자에게 제시하고, 소비자는 최종순환 과정까지 생각해 소비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 같은 변화를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플라스틱류’로 쓰레기 수거 차량이 싣고 가게만 하면 소비자로서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기게 만드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플라스틱도 재활용률을 높이고 폐기가 아니라 새로운 물건으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전환이 필요합니다.”
플라스틱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왜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쉽지 않을까. 플라스틱은 도대체 왜 분해가 되지 않을까. 1950년대 본격 상용화되기 시작해 70여년의 역사를 가진 플라스틱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는 큰 편리를 가져다줬지만, 지구환경에는 되돌리기 힘든 재앙이 되고 있다. 플라스틱이 생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린다는 과학자들의 추정조차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세대를 걸치고 걸쳐 정말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만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2012년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를 세워 환경운동에 나서고 있는 강신호 소장(59)이 <이러다 지구에 플라스틱만 남겠어>(북센스)를 펴냈다.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플라스틱 교과서’다. 2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강 소장은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플라스틱을 마구 사용하고 있지만 그 오염물질은 여러 세대에 걸쳐 악영향을 끼치고, 결국 우리가 쓰지 말자고 했을 때는 이미 누군가 질병을 앓고, 어떤 동물은 멸종된 이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플라스틱은 어떤 물질이고, 왜 조심해야 하는지 데이터를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원유에서 나프타를 뽑아내 얻은 탄화수소 혼합물이 고체 형태의 분자구조를 갖도록 거대한 사슬로 엮어낸 것이 지금의 플라스틱이다. 강 소장은 “플라스틱이 재활용도, 분해도 어려운 것은 치밀한 고분자 사슬들 탓에 열분해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플라스틱을 “지구상의 어느 미생물도 분해할 수 없는 ‘아주 고약한 외계물질’ ”이라고 표현했다.
“플라스틱을 거부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전혀 쓰지 않을 수 없다면 최대한 재활용률을 높이는 게 지금 우리가 시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를테면 생수병 하나를 버리더라도, 병의 몸통, 라벨, 뚜껑 등에 3~4가지의 서로 다른 플라스틱이 들어가 있어요. 이것을 깨끗이 씻고 말려서 라벨에 안내돼 있는 PET, PE, PP 등 종류별로 내놓는 것만 생활화하더라도 재활용률이 훨씬 높아질 수 있죠.”
플라스틱에 수분이나 불순물이 섞여 있으면 녹이는 데 문제가 생기고, 다른 종류를 한데 모아 놓으면 다른 물건으로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강 소장은 “지금처럼 뭉뚱그려서 내놓으면, 결국 재활용 수준이 태워서 연료로 쓰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는 대한항공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비행기 엔진 전문가였다. 직장에 다니며 가스로 가동되는 열기관인 가스터빈을 전공해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그런 그가 삶을 전환한 계기는 우연히 귀농한 친구집을 방문한 일이었다. 강 소장은 “경북 봉화로 내려간 친구집에 갔더니, ‘네가 공학도니까 전기세 좀 줄이게 선풍기로 풍력발전기를 만들 수 있을까?’,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지?’라고 묻는데 아차 싶었다”고 했다. 그는 “첨단기술을 공부하면서도 정작 간단한 과학원리를 응용하는 문제, 인간의 삶과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기술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구나 깨닫고 2년 뒤 26년간 다닌 항공사에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새로운 물건으로 만드는 ‘플라스틱 대장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목공소, 철공소가 있듯이 플라스틱공방이 있으면 쓸모있는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플라스틱을 부숴 녹이는 체험학습도 제공하고, 플라스틱이 많이 쓰이는 장난감을 가져다가 손전등이나 스피커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했다고 한다. 그는 “현재는 철제 프레임에 녹인 플라스틱을 블록으로 만들어 의자를 제작하는 작업을 여러번 시도하는 단계에 있다”며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길게 쓸 수 있는 생활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출처 :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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