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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가장 빠르게…'죽음의 바다' 되어가는 한반도 

 

바다 거북이들 '최후의 만찬'…10마리중 8마리 뱃속서 발견된 이것

생태계 위기 직면한 한반도 해역

 

바다거북과 한반도 연안으로 떠밀려온 바다거북 사체에서 실제로 나온 쓰레기. [사진 제공 = 해양과학기술원 / 게티이미지뱅크]
 

비닐, 전단, 그물망, 낚싯줄…. 최근 이 같은 쓰레기가 발견된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한국 연안에서 폐사한 바다거북의 사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은 2017년부터 바다거북 폐사체를 부검해온 결과 34마리 가운데 28마리에게 총 1280개의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의 종류도 다양했다. 필름 포장재와 비닐봉지가 각각 19%, 끈과 그물류는 각각 18%, 16%로 나타났다. 쓰레기에는 한글이나 중국어, 베트남어 등이 쓰여 있었다. 주로 한국 연안에서 바다거북이 플라스틱을 삼킨 것이다. 초식성 바다거북에게서는 섬유형 플라스틱이, 잡식성 바다거북에게서는 필름형 플라스틱이 주로 발견됐다.

홍상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초식 바다거북에게서는 해조류와 자주 엉키는 그물이나 바늘이 나온다. 해파리를 많이 먹는 바다거북은 비닐을 보면 해파리를 봤을 때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플라스틱 하나하나가 바다거북의 위장이나 소화기관에 구멍을 낼 수 있다"면서 "플라스틱이 위장에 가득 차면 포만감을 느껴 바다거북이 다른 먹이활동을 하지 않으며 영양이 부족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생명의 원천' 바다가 위기다. 사람이 버린 쓰레기와 대규모 저인망 어업,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은 한반도 연안 바다의 해양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대표적인 '밥반찬' 어종으로 꼽혔던 명태는 이미 귀한 몸이 된 지 오래다. 2014년 해양수산부 등은 살아 있는 명태 1마리에 50만원이라는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표적인 과학기술 석학기관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해양환경보호 성명서'를 국제한림원연합회(IAP) 성명서로 공식 발표했다. 이들은 바다가 다시 회복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해양 건강성 악화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물질 △기후변화 △남획을 제시했다.

성명서 작성을 주도한 김수암 부경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위치한 북서태평양 지역은 대단히 특이한 지역"이라면서 "다양한 해양생물이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 생산력이 나타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세계 인구의 25%가 밀집해 있어 강을 통한 쓰레기 배출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역이 급격하게 산업화되며 오염물질의 해양 배출도 대단히 많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는 미래 해양생태계의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힌다. 지난 2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는 '해양생물에 대한 기후위험지수'라는 논문이 게재됐다. 대니얼 보이스 교수 연구팀은 온실가스 배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2100년까지 해양 상층에 사는 생물 가운데 84%가 높은 수준의 멸종 위험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우리나라는 바다 해류의 영향으로 연안 바다 온도가 다른 곳들에 비해 빠르게 상승한다. 기상청이 지난 1월 발간한 '해양기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20년까지 한반도 연근해의 표면층 수온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지만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연평균 온도 상승률은 0.0221도로, 전 지구나 동아시아보다 높았다.

김영호 부경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큰 2개의 대기가 순환하는 경계에 있다"며 "지구 온난화 때문에 열대쪽에 있는 남부 순환이 북쪽으로 더 올라오면서 한국의 바다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나온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따뜻한 구로시오 해류 역시 일본과 우리나라 해안에 조금 더 붙어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까지도 온도 상승이 가팔랐고, 앞으로도 한국 연안의 바다 온도 상승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장 수온 변화로 한반도 연안 바다에서 급격한 해양생태계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 해역은 위로는 한대 해역부터 온대 해역을 거쳐 아래로는 아열대 해역까지 걸쳐 있다. 현재까지의 수온 변화는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도 온대 해역이 유지되는 상태다.

문제는 미래다. 단순히 수온 상승으로 한반도 바다가 아열대화된다는 것 이상의 변화가 예상된다. 윤석현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관은 "바다의 표층수온 변화는 체온이 변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사람의 체온이 36.5도에서 1도 올라가면 단순 감기로 볼 수 있지만, 38.5도가 되면 병원에 가야 한다. 1도가 더 오르면 죽을 수도 있다. 바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다 표면의 수온이 상승하면 바깥쪽 바닷물이 깊은 바다에 있는 물과 혼합이 잘 안 된다"며 "흔히 혼합층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점차 얇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적인 식물 플랑크톤의 비중이 줄어들고 현미경으로도 식별이 어려운 초미세 플랑크톤이 증가한다"며 "작은 플랑크톤이 늘어나면 이를 먹이로 삼는 작은 해양생물의 비중이 늘어난다. 전반적 해양 생산력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바다 수온 변화가 '다가올 위협'이라면 남획에 따른 해양생태계 변화는 과거 1970~1980년대의 과오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례다. 국내에서는 명태뿐 아니라 말쥐치도 과거 남획 때문에 어획량이 줄어든 사례로 꼽힌다. 한때는 연간 30만t 이상이 잡히며 우리나라 연안에서 가장 흔한 어종으로 꼽혔으나, 현재 어획량은 연간 1만t을 밑돈다. 치어 방류 등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크게 진척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 역시 이들이 한반도 연안에서 실종된 원인으로 꼽힌다.

미세 플라스틱도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맨체스터대 연구팀은 우리나라의 인천·경기 해안과 낙동강 하구 등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전 세계에서 2~3번째로 높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미세 플라스틱 오염이 이미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양식업 등에 사용되는 스티로폼 부표도 한반도 인근 바다에 미세 플라스틱이 유입되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섬유 형태의 미세 플라스틱 중 일부가 해양수산물의 생식 기능과 신경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최근 조개의 일종인 지중해담치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 지중해담치에게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과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소화기관과 아가미 조직에서 항산화 효소와 신경독성 관련 효소 활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정화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연구관은 "바다에 나가면 항상 선장들에게 담배꽁초 좀 바다에 버리지 말라고 당부한다"며 "담배 필터가 미세 플라스틱이 되는데, 이게 플랑크톤에게 들어가면 이들이 정상적인 생식활동을 할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바위나 돌멩이에 산란하는 해양생물이 플라스틱에 산란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수산자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한번 해양생태계에 충격이 일어나면 이 충격은 기후, 오염 등 외부 요인과 관계없는 새로운 충격으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로 미래에 어떤 일이 생겨날지 예상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수암 교수는 "환경이 변화하거나 독성물질이 투입되며 먹이사슬 내 한 종류의 생물이 전멸한다면, 이들을 섭취해 살아가는 이들의 생물의 번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또 "가령 대기 이산화탄소가 해양으로 흡수되면 해수의 산성화가 유발되며 동물 플랑크톤의 성장이 느려진다"며 "이는 먹이사슬이 파괴돼 어류와 같은 수상동물이 공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출처 : 매일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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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