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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게 필요한 ‘위로 음식’은? 지친 마음 ‘힐링’하는 음식 에세이

우울과 좌절의 순간, 누군가 해준 따뜻한 밥 한끼 만큼 위로가 되는 것도 없을 것이다. 편안한 사람과 함께하는 소박한 식탁, 온전히 ‘나’만을 위해 내 손으로 정성껏 차린 밥상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음식 에세이’도 꾸준히 출간된다. 흔한 음식 사진 한 장 없이도 어느 순간 입에 군침이 돌고, 이야기만으로도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로, 혹은 여러 다른 이유로 설 연휴 함께 명절 음식을 나누지 못하더라도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음식 에세이를 모아 봤다.

 

■ 나를 키운 엄마의 밥상

- 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내가 먹네 / 홍명진 / 걷는사람 / 구입 중

- 고등어 :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 / 고수리 / 세미콜론 / 811.8 고57ㄱ (인문과학열람실)

 

“어머니는 축산항에 정착한 제주 해녀 1세대였다. 쥐꼬리를 물고 풍덩 풍덩 바다에 뒤어들듯이 고향 섬에서 나왔다는 아버지의 얘기는 블랙코미디에서나 볼 수 있는 슬픈 우스갯소리였다. 자식새끼 먹여 살리젠 나왓주. 환청 같은 어머니의 육성이 되살아났다.”

최근 출간된 <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내가 먹네>(걷는사람)는 소설가 홍명진의 산문집이다. 작가를 먹이고 키운 해녀 엄마와 엄마가 만든 음식들에 얽힌 이야기가 담겨 있다. 뼈째로 먹는 가자미, 남들이 잘 먹지 않는 미역귀, 열두 가지 맛을 내는 곱새고기 등 작가가 하나하나 소환하는 음식들엔 어머니와 가족, 가난했던 옛 시절의 냄새가 짙게 배어있다.

작가의 부모님은 ‘먹고 살기 위해’ 제주에서 육지로 이주했고, 이주한 뒤에도 어머니는 평생 물질을 업으로 삼았다. 음식에 대한 에세이지만, 그리움의 정서가 행간에 걸쳐져 있다. 어머니는 음식으로 고향 제주를 느꼈고, 그런 엄마의 딸로 자란 작가는 음식을 통해 작고한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몸에 새겨진, 오감이 기억하는 음식”이 불러오는 그리움이다. 바다냄새 물씬 나는 맛깔스런 음식 이야기도 좋지만, “나를 먹이고 길렀던 시간들의 페이지”를 되새김질하는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 켠이 뻐근해지는 책이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고등어 :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세미콜론)는 음식과 바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고수리 작가의 에세이다. 이 책 역시 ‘해녀 어머니’의 음식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해녀인 엄마와 역시 제주의 상군 해녀였던 엄마의 엄마, 그리고 작가 자신이라는 엄마까지 세 명의 ‘엄마’가 먹고 자란 바다의 음식, 그 음식 만큼이나 짜고 비릿한 삶의 이야기가 담겼다.

 

■ 음식이 주는 위로

- 음식의 위로 : 다친 마음을 치유할 레시피 여행 / 에밀리 넌 / 마음산책 / 824.92 N972cKㅇ (인문과학열람실)

- 우리는 가끔 외롭지만 따뜻한 수프로도 행복해지니까 / 한은형 / 이봄 / 구입 중

 

“주방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식으로 뭐든 할 수 있었다.”

지난해 출간된 <음식의 위로>(마음산책)는 ‘다친 마음을 치유할 레시피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요커와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음식 전문 기자로 일해온 저자 에밀리 넌이 연이어 닥친 상실과 고통 속에서 자신만의 ‘위로 음식’을 찾으며 스스로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에밀리 넌은 오빠의 자살과 그 충격으로 인한 알코올중독, 파혼과 경제적 궁핍을 차례로 겪은 뒤 다친 마음을 치유할 ‘음식의 힘’에 의지하게 된다. 그리고 친구의 조언대로 레시피를 모으고 요리를 하며 자신을 되돌아 보는 이른바 ‘위로 음식 투어’에 나서게 된다.

책에는 ‘위로 음식’이 지닌 치유의 기능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붉은 양배추찜, 라구 볼로냐, 클램 차우더, 무화과 타르트, 레몬 케이크까지, 저자는 친구들과 친척들을 만나 그들의 ‘위로 음식’ 레시피를 받아적으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치유해 나간다. 작가는 “간절히 잊고자 하는 일에 음식이 해결책이나 설명, 해독제, 진정제가 될 수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어려움을 겪었든 간에”라고 말한다.

그림 한 장 등장하지 않은 레시피를 읽어가며 독자들도 자연스레 자신만의 ‘위로 음식’이 무엇일지 떠올리게 된다. 상처에서 치유로, 비통함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음식 이야기인 셈이다.

최근 출간된 <우리는 가끔 외롭지만 따뜻한 수프로도 행복해지니까>(이봄)는 소설가 한은형의 신작 에세이다. ‘소설가가 식탁에서 하는 일’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작가는 음식을 먹으며 펼치는 상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음식을 먹으며 “한 번도 되어본 적이 없는 아이”가 되어보기도 하고,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거나 오래 전 거쳐 갔던 여행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머릿 속에 작가가 만들어낸 풍경을 그리며 읽게 되는 책이다.

< 출처 :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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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