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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 : 압도적 찬사, 역대급 수상 기록, 영화 〈노매드랜드〉 원작  / 제시카 브루더

331.3980973 B888nKㅅ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압도적 찬사, 역대급 수상 기록, 영화 〈노매드랜드〉 원작
리베카 솔닛, 바버라 에런라이크 추천

미국에서 고정된 주거지 없이 자동차에서 살며 저임금 떠돌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한 노년 여성을 중심으로 밀도 있게 묘사한 논픽션. 이 새로운 ‘노마드’ 노동자들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집을 포기하고 길 위의 삶을 택한 퇴직한 노년의 노동자들이 주를 이룬다. 평생을 끊임없이 일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사람들.

책은 가장 취약한 계층을 가장 집요하게 착취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이 주는 감동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회적 불의에 분노하고 문제를 절감하게 하는 한편으로 우리에게 꿈이란 무엇인가, 또 집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이 책은 지금 가장 주목받는 감독인 클로이 자오가 연출하고,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주연을 맡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2020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을 휩쓸며, 평론가들의 극찬 속에 수상 기록을 여전히 갱신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평생 쉼 없이 노동하는,
그러나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삶에 대하여

린다 메이, 예순네 살, 지프에 작은 연노란색 트레일러를 달고 광활한 국유림으로 달려가는 중이다.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트레일러는 그의 집이다. 그는 그 집을 ‘가지고’ 일을 하러 달려간다. 여름 한 계절 동안, 그는 국유림에 있는 캠프장 관리를 맡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주당 40시간을 꽉 채워서, 최저임금보다 조금, 아주 조금 더 받으면서. 물론 근무시간은 회사가 원하는 대로 그때그때 조정될 것이고, 언제든 사유나 예고 없이 해고될 수 있다.
지금 미국에는 집을 포기하고 밴이나 RV, 심지어 세단까지, 다양한 차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미국 전역을 누비는데, 대부분 더는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진 은퇴 연령대의 사람들이다. 이 새로운 노마드 노동자들은 많은 수가 중산층이었고, 누구보다 사회 규범에 충실하게, 안정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봐도 집값은 수입을 훌쩍 뛰어넘고, 은퇴는, 일하지 않고 쉬는 삶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마침내 집을 포기하고 길 위로 나선다. 이것은 사회도, 그들 자신도 상상하지 못한 미래다. 그리고 지금, 그와 같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들은 고용주에게는 필요할 때에, 필요한 만큼만 일을 시키고, 최대한 낮은 임금을 주고,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다. 그중 가장 적극적인 고용주인 아마존은 연말 성수기에 폭증하는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노마드 노동자들을 모집하는 ‘캠퍼포스’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몇 년 전 당시 아마존 최고경영자였던 제프 베이조스는 자신만만하게 2020년까지 이런 노동자들 네 명 중 한 명은 아마존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게 될 거라고 예견했다. 린다 메이 또한 그 넷 중 하나에 곧 합류하게 될 터였다.

집 없는 삶은, 은퇴 이후의 미래는 선택일까 결과일까
우리의 삶을 되묻는 노마드들의 이야기

아마존 물류 창고에서 일한다는 건, 10시간 이상을 주야간 교대 근무로 일하며, 매일 하프 마라톤 거리 정도를 걷고, 반복되는 단순 동작으로 머릿속이 멍해진 채 진통제를 몇 알씩 삼키며,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끔찍한 통증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다. 노마드 노동자들이 하게 되는 일 어느 하나도 흔히 상상하는 노년의 ‘소일거리’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산더미같이 쌓이는 사탕무와 씨름하며 12시간을 버티거나, 커다란 캠프장을 관리하며 갖가지 일을 몽땅 떠맡거나, 각종 부상과, 때로는 죽음을 감내하며 놀이공원에서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2016년에 이미 900만 명에 달하는 65세 이상의 미국인들이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고, 그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한 여론 조사는 사람들이 “이제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산이 버텨주는 나이보다 오래 사는 일”을 더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죽음보다도 두려운 삶, “새로운 은퇴자들의 시대”는 그렇게 와 있다.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은 어째서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나 할 법한 고된 일에 고령의 노동자들을 선호할까? 순응적이고 성실한 태도 때문이기도 하고, 사회적 약자를 채용할 때 주어지는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들은 집을 들고 나타나 작은 기업 의존형 마을을 형성했다가 필요 없어지면 사라진다. 그러니까 아주 맞춤하게, 간편하고 값싼 노동력인 것이다.
이들의 삶은 하나의 질문으로 이끈다. 어떻게 해서 평생 열심히 일해온 사람들이 결국 집도, 영구적인 거주지도 없이 앞날을 알 수 없는 저임금 노동에 의존해 살아가게 되는 걸까. 린다 메이는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살았다. 트럭 운전사, 칵테일 웨이트리스, 종합 건설업자, 그 외에도 일고여덟 가지쯤. 근근이, 그래도 끊임없이 살길을 찾으며 두 아이를 거의 혼자서 키워냈다. 아픈 어머니를 돌봤다. 하지만 이 지칠 줄 모르는 베테랑에게도 끝은 찾아왔다. 어디에도 일자리가 없었다. 린다는 궁금했다. 모두들 대체 어떻게 노년을 살아갈 수 있나.
노마드들에겐 저마다 수백, 수천 가지 사연이 있다. 2008년 금융 붕괴로 직격탄을 맞아 집을 압류당하거나 예금이나 주식, 개인연금을 날려버린 사람들도 있고, 그 후 이어진 대침체 기간에 사업이 기울거나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도 있다. 어떤 이들에겐 경제 위기 속에서 이혼이나 부상 같은 개인적 불행을 견딜 만한 안전망이 없었다. 하지만 국가는 그들에게 개인의 일은 개인이 알아서 하라고 한다. 가난은 당신 탓이고, 당신은 온전히 당신 책임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실패한 개인들의 합이 아니다. 경제체제의, 국가 시스템의 실패를 말해주는 지표다. 그리고 차량에서 살아가게 되지 않더라도, 많은 미국인들이 그들과 마찬가지의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빚을 따라잡을 수 없는 수입, 점점 더 벌어지는 임금 격차는 많은 가구들의 가계 상태를 위태위태하게 만들고 있다. 더 이상 사회이동은 불가능하고, 불평등과 단절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이 깊어진다. 그렇게 시스템이 변화하는 사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고, 사회질서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텅 빈 미래로부터 탈출하기 위하여
길 위에서 찾아낸 전혀 다른 삶, 전혀 다른 꿈

노마드들은 기본적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또 몰려서 더는 갈 곳도 숨을 곳도 없이 길 위로 내밀린 사람들이다. 대부분은 절망 속에서 이 삶을 시작한다. 몰락한 사람, 홈리스, 실패자, 낙오자, 바닥까지 가버린 사람이라는 생각에 잠들지 못하는 밤들이 이어진다. 이들은 화장실을 처리하고, 샤워를 하는 것부터 숨을 곳을 찾아 주차하는 방법까지 모든 것을 다시 다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중에 즐겁고 아름다운 일은 별로 없다. 생존을 위해 자조적으로 “노예 노동”이라고 일컫는 일자리들을 전전해야 하고, 때로는 홈리스라는 낙인이 찍혀 가족들로부터도 버림받는다.
하지만 길 위의 삶이 단지 생존인 것만은 아니다. 노마드들은 길 위에서 전혀 생각지 못한 행복,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발견한다. 중산층이라는 환상을 좇는 무리에서 밀려날 때의 막막함과 불안은 이내 사라진다. 오히려 실은 잃은 것이 별로 없음을, 마침내 지긋지긋한 집세와 주택 융자금의 압박에서 해방되었음을 깨닫는다. 밴을 집답게 꾸미고, 생활을 되찾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들은 이 새로운 생활방식을, 자유와 모험의 삶을 다시 한번 받아들인다.
그리고 노마드들은 혼자 떠도는 외톨이가 아니다. 이들에겐 그들만의 공동체가 있고, 동류의식이 있다.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길 위의 만남에서 그들은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를 격려한다. 계절성 일자리들의 해고가 시작되는 한겨울에는 황량한 사막을 들뜬 열기로 채우는 그들만의 행사를 열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밴 가족’이 되어서, 함께 휴일을 보내고 생일을 축하하고 아플 때 돌봐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신산한 가난의 현실을 멋지게 포장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들에게서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여전히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끈질긴 용기, 삶의 품격을 지키려는 노력들, 한곳에 정주하지 않는 삶을 하나의 생활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유연함과 낙천성을 목격하게 된다. 3년간 이들과 함께한 저자는 이 낙천적인 태도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역경에 직면했을 때 적응하고, 의미를 추구하고, 연대감을 찾으려는 인류의 놀라운 능력을 증명”한다고, 위기의 시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역설적인 힘을, 순간순간 반짝이는 행복을 발견해내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린 쓰러지지 않게 서로를 붙잡아줄 거예요
놀랍고도 강렬한 기쁨으로, 그렇게 연결되어

책은 “어디에나 틈은 있어. 빛은 그 틈을 통해 들어오지”라는 레너드 코언의 가사로 문을 연다. 틈은 체제의 빈곳이고, 균열의 흔적이다. 혹은 부서진 삶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렇게 벌어진 틈을 통해, 빛은 들어온다. 이들은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어쩔 수 없이 길로 나선 사람들이지만, 그게 결말은 아니다. 길 위에 선 그 자리에서 삶은 다시 시작된다.
쓰라리고 험난한 고난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혼자가 아닐 수 있다. 사막 같은 땅들과 지평선이 까마득한 길들과, 곡예하듯 구불구불한 산길을 외로이 운전하고 있대도 혼자가 아닐 수 있다. 고된 육체노동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하는 한 노마드에게 린다는 말한다. “우린 쓰러지지 않게 서로를 붙잡아줄 거예요.”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좋은 일들이, 좋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믿음. 그렇게 그들은 길 위를 홀로 달리고, 차에서 몸을 구겨 잠들면서도, 끝없이 희망을, 꿈을 갱신한다. 왜냐하면 당연하게도, 누구나 풍요롭게 살고 싶어하므로. 그냥 하루하루 살아남는 게 아니라. 린다는 “모든 것을 곱씹어본 끝에 삶은 멋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낯설고 불안했던 길 위에서 “나는 행복하고, 기쁘고, 자유롭다”고 말하면서.

 

목차

서문

1부
1장 틈새 호텔
2장 끝
3장 미국을 살아내기
4장 탈출 계획

2부
5장 아마존 타운
6장 집결 장소
7장 타이어 떠돌이들의 랑데부
8장 헤일런
9장 더 이상 사탕무할 수 없는 경험들

3부
10장 H로 시작하는 단어
11장 홈커밍

코다 - 코코넛 속 문어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 문헌

 

<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 매기 앤드루스

305.409 A568hKㅎ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이제, 여성의 시선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들여다본다

여성의 삶은 무엇으로 혹은 어떠한 연유로 바뀌고, 형성되며, 재정립돼왔는가.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는 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끼쳤거나, 여성에 의해 만들어졌거나, 오늘날까지도 여성을 억압하고 있는 물건들을 중심으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발달해온 과정을 기록한다.

여성의 역사를 오래도록 연구해 온 두 명의 영국 여성학자가 남다른 시선으로 세심하게 골라낸 여성사의 100가지 상징들은 여성의 몸, 사회적 역할의 변화, 기술의 진보, 미의식과 소통, 노동과 문화, 정치 등 총 여덟 가지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여성사의 전말을 담아낸다. 또한 이 책은 여성이 남긴 풍부한 유산에 대해 눈을 열어주고, 여성이 어떻게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에 순응하도록 조장되었으며, 그러한 압박감에 어떻게 맞서왔는지를 들려준다. 여성과 페미니즘의 역사에 관한 복잡하고 흥미로우며 중대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그러나 심도 있게 다뤄낸 책이다.

 

출판사 서평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삶을 바꿔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0만 년 인류의 역사를 통찰하는 유물들의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물건으로 여성들의 역사를 엮어본다면 어떨까? 여성이 아무런 법적 권리나 공식 지위도 없는 2등 시민에서 오늘날의 강력한 목소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상징하는 물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반대로 오늘날까지도 여성들을 억압하는 물건들은 무엇일까?
문화사학자 매기 앤드루스와 여성학자 재니스 로마스의 유쾌한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는 영국 여성의 참정권 획득 100주년을 기념하여 쓰였다. 총 여덟 개 분야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흡사 여성사의 다양한 장면들을 탐험하듯 둘러볼 수 있는 박물관과도 같다.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여성의 경험을 미리 결정지어온 증거들에서부터 사회가 아내와 주부에게 얼마나 많은 기대를 부여했는지 알 수 있는 물건들, 여성이 도움을 받거나 직접 그 발달에 기여한 기술들, 즐거움이었지만 억압의 대상이기도 했던 의생활의 아이템들, 해방과 참여의 수단이 되어주었던 도구들, 새로운 기회를 만끽하고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었던 발견들, 여성이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대의를 주장했음을 알려주는 작품들, 불의와 억압에 대한 투지를 보여주는 상징들까지. 두 저자는 많은 여성 동료 연구자들의 귀하고 값진 조언을 얻어 여성사의 방대한 역사를 100가지 물건과 텍스트로 엄선하고 추렸다. 기존 역사학자들이 설정한 우선순위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고 풍성하며 다채롭게 수집한 이 100가지 물건들의 서사 속에서, 우리는 시공간을 초월한 여성들의 연대감을 발견할 수 있다.

생존과 투쟁, 해방의 상징 혹은
여전히 여성의 입을 막는 도구들
이 책이 소개하는 첫 번째 유물은 바로 루시의 뼈다. 루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인류의 할머니’라 칭하기도 한 최초의 인류인이다. 루시 이래 수백만 년간 여성의 역사는 진화해왔지만, 그녀의 뼈가 그러하듯 불완전한 파편들로 흩어져 그 궤적을 좇기가 쉽지 않다. 그러한 여성사를 물건이라는 대상을 통해 한눈에 조망하게끔 펴낸 이 책은 여성 생존의 도구와 증거에 관한 탁월하고 재기발랄하며 위트 넘치는 탐구이자, 다시 쓰는 세계사 자체로서 독자에게 지적 신선함을 선사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물건들은 여성이 주어진 제약과 환경을 어떻게 극복했으며 또한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혹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해당되는 이야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16세기 스코틀랜드의 잔소리꾼 굴레는 가부장적인 규범에서 벗어나 '불손'하거나 '제멋대로' 말하는 여성의 입에 채워졌다. 묵직한 쇠틀로 만들어진 이 장치는 혀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해 물을 마실 수도, 음식을 먹을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다. 그런가 하면 19세기 한 잡지는 자전거를 타는 여성에 대해 '여성의 최고 매력인 유혹적인 자세가 전혀 없다'고 논평했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이제 전 세계 여성들은 무엇이든지 타고 어디든지 가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여성의 자유를 제한하는 장치는 없는지, 자동차를 운전하는 현대의 여성들은 또 어떤 집요한 조롱과 회의적인 태도를 마주하는지는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다.
여성에게 권력이란 얼마나 불안정한 것이었는지 말해주는 스코틀랜드 메리 1세의 사형집행영장, 기혼 여성에게 계약을 체결할 지위가 없던 시절 이혼의 수단이었던 아내 판매 광고, 여성의 히스테리 치료기로 발명되었다고 오해받은 바이브레이터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경제학자 장하준이 ‘인터넷보다 더 큰 변혁을 일으켰다’고 말한 세탁기의 발명이나, 여성 고용의 영역을 확장한 동시에 싼 임금으로 남성을 대체하게 만든 타자기는 또 어떤가. 책에서는 이처럼 사회와 가족 역학에서 여성의 역할 변화를 상징하거나, 평범한 주부 플로렌스 파파트가 발명한 전기냉장고처럼 여성이 직접 발명의 주체가 된 물건들의 이야기들도 만날 수 있다.

지금 세상을 균형감 있게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깊고 위대한 교양’
세계적인 여성사학자이자 페미니스트 이론가인 실라 로보섬이 지적한 바와 같이, 여성은 ‘역사에서 가려져’ 있었다. 그들의 역사는 주로 사적이고 가정적인 영역인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글로 남고 기록될 만큼 중요하게 여겨지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는 그런 여성의 역사를 쉽고 명료한 텍스트로 정리하고 풍부한 컬러 도판을 곁들여 선보임으로써 독자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생생한 역사의 장면들을 일목요연하게 증언한다. 언젠가 들어본 것 같은, 막연히 알고 있다고 여겼지만 사실은 제대로 공부하거나 배워본 적 없는 이야기들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고 생각해보게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여성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다양한 분야의 물건들을 한데 모아 읽는 장점뿐 아니라 여성의 삶을 무엇이 어떻게 형성하고, 바꾸어왔는지 토론해볼 만한 ‘거리’들을 발견할 수 있는 이 책은 여성과 페미니즘의 역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물론 흥미로운 테마로 읽는 역사서를 선호하는 이들까지 아우르며, 여성사를 처음 공부하고자 하는 독자에게도 권하고 싶은, 단 한 권의 교양서다.
수많은 제약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이어온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과거에서 배우고 변화한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시대와 역사의 흐름에 발맞추어 적절하게 나와준 이 ‘깊고 위대한 지식’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의 세상을 균형감 있게 이해하고 지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책장에 가만히 꽂혀 있는 책이 아니라 우리의 지적 대화 속에서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이는 책이 되길, 이 책을 통해 그동안 가려졌던 절반의 역사를 앎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길, 또한 지금 우리의 물건에서도 미래의 역사학자들이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발견하길 바란다.

 

목차

머리말 10

Ⅰ 몸과 모성, 섹슈얼리티 _ 여성의 경험을 미리 결정지어온 것들
01 | 인류의 할머니 - 루시의 뼈 16
02 | 임신과 출산 -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20
03 | 사생아를 낳는다는 것 - 런던 고아원의 토큰 24
04 | 수유와 분유 - 테라코타 젖병 29
05 | 포르노그래피와 여성의 대상화 - 호텐토트의 비너스 엽서 34
06 | 마스터베이션 - 의료용 바이브레이터 39
07 | 위생용품 - 생리대 44
08 | 여성의 광기를 대하는 태도 - 포윅 정신병원 환자 기록 48
09 |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방법 - 중국의 아기 포대기 52
10 | 무통분만 - 루시 볼드윈 산과마취기구 56
11 | 여성 성기 절제 - 쇼디치 시스터즈의 퀼트 60
12 | 애정 관계에서의 강간 - 데이트 강간 경고 포스터 64

Ⅱ 아내와 가정주부 _ 사회의 기대와 변화의 순간들
13 | 베이킹과 요리 - 빵 굽는 인형 70
14 | 여성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법 - 잔소리꾼 굴레 74
15 | 로맨틱한 사랑의 영원한 상징물 - 타지마할 79
16 | 여성 음주에 대하여 - 호가스의 진 골목 84
17 | 재산이 결혼에 미치는 영향 - 캐롤라인의 도자기 상자 89
18 | 파경과 이혼 - 아내 판매 광고 93
19 | 기혼 여성의 재산권 - 포셋 부인의 가방 97
20 | 가사의 전문가들 - 비튼 부인의 살림 요령 101
21 | 정부가 여성을 지원할 때 - 전쟁미망인 연금신청서 105
22 | 전쟁과 식량 부족 - 캐나다의 통조림 기계 109
23 | 가정 폭력 - 위민스에이드 슬로건 114
24 | 지역사회의 빈곤 여성 지원 - 빈민법과 푸드뱅크 118
25 | 여성을 위한 신용카드 - 바클리 카드 123
26 | 티타임의 즐거움 - 찻잔 세트 128

Ⅲ 과학과 기술 _ 가사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해방
27 | 직물과 옷 만들기 - 실 잣는 여성이 그려진 고대 그리스 화병 134
28 | 배수시설의 중요성 - 로마시대 수전 137
29 | 출산에서의 의료적 개입 - 산과겸자 141
30 | 고단함의 해방 - 재봉틀 145
31 | 최초의 여성 교수 - 마리 퀴리의 책상 149
32 | 진화론의 기초 - 플레시오사우루스 화석 153
33 | 세탁기의 전신 - 빨래 방망이 157
34 | 찍고 찍히는 여성들 - 카메라 161
35 | 가전의 혜택 - 냉장고 165
36 | 외로움을 여가로 - 에코 SH25 라디오 169
37 |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다 - 피임약 173

Ⅳ 패션과 의상 _ 여성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
38 | 아름다움의 이상 - 청동기시대 화장품 상자 180
39 | 종교와 혐오 - 베일과 히잡 185
40 | 신발의 정치 - 구두와 전족 190
41 | 유혹 또는 구속 - 코르셋 194
42 | 결혼식의 진화 - 빅토리아 여왕의 흰색 웨딩드레스 198
43 | 격차와 혁명 - 알렉산드라 황후의 티아라 203
44 | 영원한 제국의 허상 - 레이디 커즌의 공작 드레스 207
45 | 역경에 직면한 독창성 - 제2차 세계대전 노끈 모자 211
46 | 패션과 자유 - 메리 퀀트의 망토 215
47 | 섹슈얼리티의 이상 - 메릴린 먼로의 원피스 219
48 | 여성 동성애자 운동 - 레즈비언 해방 배지 223
49 | 성형과 자기결정권 - 실리콘 가슴 228

Ⅴ 소통과 이동, 여행 _ 참여 혹은 탈출의 수단
50 | 여성과 지성 - 여성 잡지 234
51 | 성희롱으로부터의 보호 - 여성 전용칸 238
52 | 도피와 모험 - 와르카 마스크 242
53 | 행로의 개척 - 포장마차 246
54 | 새로움과 불확실함 사이 - 라자 퀼트 250
55 | 페미니스트 순교자 - 에밀리의 왕복 티켓 254
56 | 대화와 통신 - 공중전화부스 258
57 | 글로 지키는 관계 - 제1차 세계대전의 러브레터 262
58 | 운동의 자유 - 프랜시스의 자전거 267
59 | 용맹한 비행 - 리틀 레드버스 271
60 | 이동의 자유 - 미니 276

Ⅵ 노동과 고용 _ 정체성의 발견
61 | 여성의 공예 - 바이외 태피스트리 282
62 | 인종과 착취 - 노예 소녀 매도증서 286
63 | 가장 오래된 직업 - 해리스 리스트 290
64 | 남장과 트랜스젠더 - 제임스 배리 박사의 초상화 294
65 | 낙농업과 목축업 - 착유용 삼각의자와 멍에 298
66 | 집안일 - 하인 호출벨 302
67 | 새로운 직업의 예고 - 타자기 306
68 | 법과 질서의 수호 - 여성 경찰 완장 310
69 | 역할의 전문화 - 간호자격증 314
70 | 산업의 장벽 - 왕립 셰익스피어극장 318
71 | 위험한 노동 - ‘여성들이여, 공장으로 오라’ 포스터 322
72 | 교육과 지도 - 몬테소리의 지폐 327
73 | 끝나지 않는 투쟁 - 동일 임금 접시 332

Ⅶ 창작과 문화 _ 관념에 도전하는 법
74 | 영아 살해와 복수 - 고대 그리스 연극 메데이아 338
75 | 연대와 영감 -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343
76 | 낭만적인 우정 - 랭골렌의 귀부인들 347
77 | 페미니즘의 탄생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우표 351
78 | 예언과 종교 - 조애나의 상자 355
79 | 여성 문학 - 브론테 자매의 동상 359
80 | 인간성과 연민 - 노예제도 반대 메달 364
81 | 그룹 활동과 스포츠 - 소녀단 배지 368
82 | 흑인 여성의 소울 - 스트레인지 프루트 앨범 372
83 | 대량 학살 - 안네 프랑크의 일기 377
84 | 여성과 장애 - 앨리슨 래퍼의 동상 381
85 | 출판의 혁명 -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385
86 | 낙태의 권리 - 지옥의 일주일에서 389

Ⅷ 여성의 정치 _ 그리고 살아남다
87 | 가장 오래된 여성 권력자 - 하트셉수트 여왕 신전 396
88 | 여왕의 저항 - 부디카 동상 400
89 | 신념을 위한 투쟁과 죽음 - 잔 다르크의 반지 403
90 | 음모와 암투 - 메리 1세의 사형 집행 영장 406
91 | 주술과 박해 - 마녀 잡는 망치 410
92 | 여성참정권 운동의 첫 성공 - 1893년 뉴질랜드 청원 414
93 | 여성 정치범의 대우 - 강제 급식 도구 418
94 | 민족주의와 페미니즘 - 콘스탄스의 햇살 깃발 422
95 | 인도주의적 저항 - 이레나 센들로바의 병 426
96 | 미국 민권운동 - 로자 파크스의 머그샷 430
97 | 여성의 정치 - 바버라 캐슬의 일기 435
98 | 평화의 시위 - 그린햄 커먼 철조망 439
99 | 여성의 노동조합운동 - 갱 폐쇄 반대 피켓 443
100 | 리더와 권력 - 훼손된 마거릿 대처 조각상 447

참고문헌 452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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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