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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2.08 거꾸로 읽는 세계사
  2. 2020.09.09 냉전의 지구사 : 미국과 소련 그리고 제3세계
2021. 12. 8. 09:47

거꾸로 읽는 세계사 추천도서/추천도서2021. 12. 8. 09:47

 

 

거꾸로 읽는 세계사  /  유시민

909 유59거4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스트셀러의 귀환
1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이야기의 힘’

1988년 초판 출간 이후 스테디셀러로 굳건히 자리를 지켰던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절판 이후 새 얼굴로 출간됐다. ‘전면개정’이라는 수식이 무색할 정도로 30년 넘게 축적된 정보를 꼼꼼하게 보완하고, 사건에 대한 해석을 바꿨으며, 같은 문장 하나 두지 않고 고쳐 쓴 ‘새로운’ 책이다. 그럼에도 제목을 그대로 쓴 이유는 초판에서 보였던 ‘거꾸로 읽는 자세’를 전부 거둬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를 보는 편향된 시각에 균형을 맞추려 했고, 여전히 소홀하게 취급받는 몇몇 사건도 비중 있게 다뤘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유시민에게 여러 모로 ‘첫 번째’로서 갖는 의미가 많다. 처음으로 ‘작가’라는 이름을 달아준 책이자, 저서 중 가장 먼저 단시간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인 동시에 가장 오랫동안 독자 곁에 머문 책이다. 지식소매상 유시민을 본격적으로 알린,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돌베개 2021), 『역사의 역사』(돌베개, 2018)를 있게 한 ‘유시민의 역사 3부작’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책의 수명이 점점 더 짧아지는 요즘, 33년 전에 출간된 책이 생명력을 잃지 않고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보고 싶다. 20대 청년의 지적 반항으로, 중고등학생의 보조 교재로, 대학가의 교양 필독서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책은 이제 어디로 가닿게 될까? 부디 지나온 시간만큼 다시 한번 잘 건너가기를 희망한다.

 

출판사 서평

 

지난 100년, 세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유시민이 가려 뽑은 20세기의 결정적 장면
전면개정판과 초판의 다른 점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20세기’라고 할 수 있다. 초판을 집필하던 1980년대 후반이 20세기의 한복판이었다면, 지금은 20세기를 훌쩍 넘긴 시점이다. 20세기를 돌아보고 21세기를 내다보며 유의미하다고 판단되는 사건들을 추릴 시간적 거리가 생긴 것이다. 20세기는 그 어느 때보다 사라지는 것도 새로 생겨나는 것도 부지기수였다. 전 세계의 판도를 바꾼 세계전쟁이 두 차례나 일어나는 가운데 가장 큰 ‘정치적 사건’인 볼셰비키혁명이, 가장 중대한 ‘기술적 사건’인 핵폭탄 개발이, 가장 큰 ‘혁명적 사건’인 디지털 컴퓨터의 발명이 20세기를 지배했다(375쪽). 그리고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여전히 그 사건들에서 자유롭지 않다.
드레퓌스 사건(1장), 사라예보 사건(2장), 러시아혁명(3장)처럼 20세기에 막을 내린 일들은 이제 사건 너머의 메시지를 여러 각도에서 곱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빼놓을 수 없다. 초판 집필 당시 한창 뜨거웠던 팔레스타인(7장)과 핵폭탄·핵무기(10장) 문제는 현재진행 중이라 그간의 변화와 사안의 쟁점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20세기를 만든 11가지 결정적 장면에는 저마다의 시공간적 무대가 있으나, 모두 다 연결되어 있더라는 익숙한 깨달음은 당부처럼 곳곳에서 확인된다. 20세기를 보내며 느낀 뒤늦은 소회와 자신도 모르게 변화된 역사관에 대해서는 에필로그에 꽤 긴 분량으로 담았다. 20세기를 보내고 나니, 유시민은 이제 역사를 쉽게 낙관하지 못하겠다고 고백한다. 가속화되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혜택을 입었고 앞으로 더 큰 변화를 마주하겠지만, 기후위기나 핵전쟁 앞에서 호모사피엔스는 무력할 수밖에 없으며 “인간이 신이 되리라고 보지 않”(386쪽)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담담하고 성찰적인 문장들은 우리 각자에게 20세기가 무엇이었냐고 질문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기울어진 세계를 바로 보는 법
역사 공부만이 줄 수 있는 앎의 기쁨
『거꾸로 읽는 세계사』 독자 리뷰 중에는 세계사 공부의 길잡이 역할을 해줬다는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애초에 한국사회를 바로 보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공부했고, 그것을 나누고 싶어 쓴 책이기에 지식을 전달하는 안내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쉽고 재미있다. 지식소매상 유시민만의 스토리텔링은 과감 없이 발휘되고, 짧게는 20년 길게는 100년 넘게 진행된 일련의 일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흘러간다. 범위도 넓고 헷갈리기도 쉬운 세계사를 공부할 때 첫 번째로 권할 만한 책으로 무리가 없다. 게다가 전면개정판에는 각 장 앞에 개별 연표를 넣어 사건의 분기점을 짚어주는 역할도 더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은 여전히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유통되는 세계사에 균형을 맞춰보려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가령 9장은 미국의 흑인민권운동을 다루는데 제목을 ‘맬컴 엑스’로 달았다. 익히 알려진 마틴 루서 킹과 맬컴 엑스의 업적을 동일선상에 놓고 교차하며 서술하지만 킹 목사에 비해 덜 알려진 맬컴의 생을 기려보려는 마음이다. 8장은 두 차례 진행된 베트남전쟁의 발발 과정과 그 밑에 깔린 미국, 프랑스, 남북베트남 간의 권력관계를 찬찬히 풀어내지만 결론에 이르러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베트남에서 퐁니·퐁넛 학살 등을 저지른 가해자로서의 한국의 모습이다.
유시민이 말하듯 역사 공부는 즉각적인 쓸모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쓰는 일의 중심에 ‘역사’를 두었던 건 그 과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통찰과 앎의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기술도 대신해줄 수 없는 가치를 다시 한번 나누고 싶어 33년 전에 나온 책을 가다듬은 것이니, 이제 우리가 직접 경험해볼 차례가 아닐까.

 

목차

서문: 오래된 책을 다시 펴내며

1 드레퓌스 사건: 20세기의 개막
반역자 드레퓌스 | 피카르 중령이 찾은 진실 | 에밀 졸라의 고발 | 법률적 종결 | 정치적 해결 | 지식인의 시대

2 사라예보 사건: 광야를 태운 한 점의 불씨
사라예보의 총성 | 유럽의 내전 | 최초의 세계전쟁 | 달도 삼켰을 제국주의

3 러시아혁명: 아름다운 이상의 무모한 폭주
핀란드역에서 | 피의 일요일과 포템킨호 반란 | 건전한 독재에서 국정농단과 혁명으로 | 레닌, 싸우는 사람 | 볼셰비키혁명 | 이카로스의 추락

4 대공황: 자유방임 시장경제의 파산
뉴욕의 ‘끔찍한 목요일’ | 남아도는 오렌지, 굶주리는 아이들 | 루스벨트와 히틀러 | 케인스혁명 | 대공황의 유산

5 대장정: 중화인민공화국 탄생의 신화
여덟 번째 통일 영웅 | 숙명의 라이벌 | 홍군의 탈출 | 양쯔강을 건너다 | 지구전 | 시안사건 | 붉게 물든 대륙 | 신민주주의

6 히틀러: 모든 악의 연대
바이마르공화국 | 나의 투쟁 | 제2차 세계대전 | 홀로코스트 | 악의 비속함

7 팔레스타인: 눈물 마르지 않는 참극의 땅
비극의 무대 | 드라마의 주역 | 유대 군대의 ‘인종 청소’ | 중동전쟁과 PLO | 뉴욕의 아라파트 | 테러와 전쟁의 무한반복

8 베트남: 마지막 민족해방전쟁
굴복하지 않는 민족 | 호찌민이라는 사람 | 제1차 베트남전쟁 | 프랑스의 배신, 미국의 개입 | 제2차 베트남전쟁 | 펜타곤 페이퍼 | 전쟁이 끝난 뒤

9 맬컴 엑스: 검은 프로메테우스
무하마드 알리 | ‘짐 크로 법’ 시대 | 맬컴 엑스와 마틴 루서 킹 | 통합과 분리 | 암살 | 미국의 인종 불평등

10 핵무기: 에너지의 역습
여성평화캠프 | 전쟁과 과학 | 핵폭탄 | 탄도미사일 | 쿠바 위기 | 핵 없는 세상

11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 20세기의 폐막
베를린장벽 | 사회주의 세계의 소멸 | 미하일 고르바초프 | 소련의 어두운 역사 | 위대한 실험의 참담한 실패 | 프라이카우프

에필로그: 알 수 없는 미래
역사의 시간 | 부족본능 | 앨런 튜링 | 4차 산업혁명 | 100년 후

참고문헌
찾아보기

 
 
<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냉전의 지구사 : 미국과 소련 그리고 제3세계 / 오드 아르네 배스타

909.825 W522gKㅇ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소개

 

현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옥스퍼드대학교의 고전학자 재스퍼 그리핀은 “우리가 역사를 들여다보는 데에는 두 가지 동기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나는 과거를 알기 위한 호기심으로 우리는 무엇이 일어났으며 누가 무엇을 왜 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또 다른 동기는 현재를 이해하려는 희망이다. 역사 공부의 이유는 우리의 시간과 경험을 해석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희망을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가장 좋은 현대사 공부는 이 두 가지 동기에서 진행된다. 역사를 과거의 관점 그리고 현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동기 말이다. 그리핀 교수의 격언에 비유하자면 『냉전의 지구사』는 오늘날의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기 위한 글이다.

제3세계에 개입하는 주체는 냉전기의 두 초강대국인 미국과 소련이다. 18세기부터 1960년대까지를 다루는 이 책의 전반부는 미국과 소련 중심의 지구사에 집중한다. 요컨대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이 냉전의 주체로서 미국과 소련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가정하고 두 나라가 유럽에서 경쟁하는 것을 다루어왔다면, 이 책은 미국과 소련의 역사를 먼저 서술한다. 베스타는 미국과 소련을 유럽사의 확장판이 아니라, 보편적 가치(자유와 정의)를 담보한 ‘제국’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냉전이 단순히 유럽에서 미국과 소련으로 힘의 패권이 교체되는 시기가 아니라 제국주의가 제국 간 경쟁으로 바뀌는 시대 자체의 변화이며, 미국과 소련이라는 특수한 나라가 국제 정치를 이끌어갔기에 냉전이 비로소 지구화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 책 후반부는 제3세계가 어떻게 미국과 소련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이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가 어떻게 역동적으로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베스타는 미국과 소련의 제3세계 개입 과정에 제3세계 엘리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꼼꼼한 외교 문서 분석을 통해 살피고 있다.

 

출판사 서평

 

옥스퍼드대학교의 고전학자 재스퍼 그리핀은 “우리가 역사를 들여다보는 데에는 두 가지 동기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나는 과거를 알기 위한 호기심으로 우리는 무엇이 일어났으며 누가 무엇을 왜 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또 다른 동기는 현재를 이해하려는 희망이다. 역사 공부의 이유는 우리의 시간과 경험을 해석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희망을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가장 좋은 현대사 공부는 이 두 가지 동기에서 진행된다. 역사를 과거의 관점 그리고 현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동기 말이다. 그리핀 교수의 격언에 비유하자면 이 책은 오늘날의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기 위한 글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세계는 어떤 시대인가? 1990년대부터 이 책의 제목과도 연관이 있는 ‘지구화’ 또는 ‘세계화’라는 개념이, 더 정확하게는 ‘미국화’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특히 금융 시장을 비롯해 전 세계적 시장은 홀로 남은 초강대국 미국을 중심으로 확장하는 자본주의 세계와 밀착했다. 소비주의와 자유민주주의로 대표되는 이 개념은 여전히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는 그 이유를 설명하거나 이해하기 위해 그 앞선 시대를 분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앞선 시대란 이른바 ‘냉전’이라고 지칭하는 시대다. 이 시대는 넓게 보면 세계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세계로 분열하기 시작한 약 100년간을 의미하고, 좀더 엄격하게 말하면 미·소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90년경을 일컫는다.

영어 ‘Cold War’의 번역어인 ‘냉전’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차가운(冷) 전쟁(戰)’을 뜻한다. 개념은 이를 활용하는 이들의 인식 틀을 규정한다. 냉전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긴장 상태이지만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떠올린다. 냉전기 유럽은 이와 같은 개념이 잘 부합하는 사례다.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고 서유럽과 동유럽이 분열했지만, 미국이 이끄는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소련이 이끄는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직접적 군사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각지에 스파이가 암약하고 핵전쟁의 공포가 만연했으나 유럽의 냉전은 사실상 ‘차가운 평화’ 상태였다. 냉전 개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우리는 은연중에 유럽의 경험을 특권화하고, ‘유럽식’ 개념을 중심으로 냉전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냉전이라는 시간대의 공간적 범위는 전 지구에 걸쳐 있었다. 유럽식 냉전 개념만으로는 파악되지 않는 현상이 무척 많다. 유럽 바깥 지역의 냉전 경험은 ‘차가운 평화’는커녕 ‘뜨거운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베스타는 기존의 협소한 냉전 개념이 유럽 중심적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뜨거운 전쟁’까지 포괄하는 ‘글로벌 냉전(Global Cold War)’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냉전을 단순히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지구의 모습을 형성한 시대로 이해한 것이다.
그렇다면 냉전은 어떻게 전 지구적 현상이 되었을까. 이는 이 책 원서의 부제인 ‘제3세계의 개입과 현대의 형성(Third World Interventions and the Making of Our Times)’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제3세계에 개입하는 주체는 냉전기의 두 초강대국인 미국과 소련이다. 18세기부터 1960년대까지를 다루는 이 책의 전반부는 미국과 소련 중심의 지구사에 집중한다. 요컨대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이 냉전의 주체로서 미국과 소련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가정하고 두 나라가 유럽에서 경쟁하는 것을 다루어왔다면, 이 책은 미국과 소련의 역사를 먼저 서술한다. 베스타는 미국과 소련을 유럽사의 확장판이 아니라, 보편적 가치(자유와 정의)를 담보한 ‘제국’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냉전이 단순히 유럽에서 미국과 소련으로 힘의 패권이 교체되는 시기가 아니라 제국주의가 제국 간 경쟁으로 바뀌는 시대 자체의 변화이며, 미국과 소련이라는 특수한 나라가 국제 정치를 이끌어갔기에 냉전이 비로소 지구화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유럽 제국주의는 위기에 봉착했다. 유럽이 위기에 빠지자 비유럽 지역에서 탈식민 독립 운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 미국과 소련이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미국은 ‘자유’라는 가치에 의거해 유럽의 식민 지배를 부정적으로 인식했으며, 소련은 ‘정의’라는 관점에서 유럽 중심의 기존 질서를 혁파하고자 했다. 그렇기에 탈식민 독립 운동가들에게도 미국과 소련은 매력적인 존재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다시금 식민 질서를 복원하려 하자 탈식민 독립 운동은 이에 맞서 저항했고, 미국과 소련은 적어도 유럽 제국주의 편에 서지는 않았다. 또한 미국과 소련은 제3세계 지역을 직접 지배하지 않았다. 다만 제3세계의 정치·사회적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냉전기 비유럽 지역에서 벌어진 전쟁과 내전은 미국과 소련의 개입과 함께 봐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미국과 소련의 제3세계 개입만을 다루었다면, 이 책은 미국사와 소련사에 대한 저자의 독창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학문적 명성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Third World Interventions’의 뜻은 ‘제3세계에 대한 개입’이기도 하지만 ‘제3세계의 개입’을 뜻하기도 한다. 이 책 후반부는 제3세계가 어떻게 미국과 소련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이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가 어떻게 역동적으로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베스타는 미국과 소련의 제3세계 개입 과정에 제3세계 엘리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꼼꼼한 외교 문서 분석을 통해 살피고 있다. 냉전기 제3세계의 집권자나 반대파 모두 미국과 소련이라는 동맹국을 선택할 수 있었다. 적의 적은 나의 편이라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통용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미국과 소련의 세력 균형이 유지되더라도 제3세계는 자주 내전과 혁명에 돌입했고, 제3세계의 판도 변화에 따라 미국과 소련의 세력 균형이 흔들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이와 같은 관점 아래 냉전은 점점 더 미국과 소련만의 이야기를 넘어선다. 중화인민공화국, 쿠바, 베트남이 등장하고 냉전을 다루는 베스타의 시선은 한층 넓어진다. 앙골라 내전과 에티오피아 혁명을 돌아보고,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일련의 위기가 미국과 소련의 데탕트를 어떻게 무너뜨리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이어지는지를 살펴본다.
베스타가 특히 주목하는 시기는 1970년대다. 이때 제3세계는 각기 민족주의, 사회주의, 이슬람주의라는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하거나 이 중 몇 가지를 조합하는 선택을 내린다. 그리고 1970년대의 선택이 남긴 성공과 실패의 유산이 미국과 소련뿐 아니라 제3세계를 포괄하는 현대 세계를 형성했다고 본다. 그 결과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수렁에 빠져 몰락의 길로 들어섰고, 레이건 행정부의 선택은 제3세계의 여러 국가를 무너뜨리고 이어 소련의 변화와 몰락에도 영향을 주었다.
냉전기에 직면했던 이와 같은 문제는 소련의 해체 이후 완전히 끝났을까? 저자의 관점에 따르면, 미국의 개입주의와 제3세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략 그리고 이후의 이슬람 국가 등장, 현재까지 계속되는 미국-이란의 갈등 등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은 여전히 제3세계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전과 같은 제3세계주의의 깃발은 존재하지 않지만, 난민 문제를 비롯해 제3세계에서 출발한 여러 문제는 이제 다시금 미국과 유럽 그리고 동아시아라는 중심부에도 일종의 되먹임(feedback)을 주고 있다. 여전히 제3세계의 ‘개입’은 끝나지 않았다.

냉전은 왜 한반도에서 더욱 가혹했을까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냉전은 다른 그 어떤 지역보다도 한반도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한반도만큼 냉전의 영향이 심하고 파괴적인 곳은 없었다. 냉전으로 인해 조국을 황폐화한 전쟁이 발발했고, 적어도 250만 명의 한반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냉전이 한반도에서 이토록 파괴적이었던 두 가지 주요 원인을 밝힌다. 첫째, 1890년대부터 본격화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데올로기 대립과 일본의 점령 및 식민화가 한반도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1940년대부터 국제 체제가 냉전 체제로 재편되면서 미국과 소련이 남과 북의 단독 정부 수립을 지원했다는 사실이다.
“한반도는 중국의 여러 제국과 관계를 맺어왔지만 오랫동안 독립성을 유지했다. 조선은 19세기 후반부터 제국주의라는 새로운 형태의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청 제국은 기존의 전통적인 조선-청 관계를 폐기하고, 새로운 형태의 종속 관계를 수립하고자 했다. 유럽과 미국의 제국주의자들은 조선의 개국을 원했고, 이를 통해 통상권을 확보하고자 했다. 또 근대화를 급속히 진행하던 일본 제국은 조선에서 청과 서구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한편, 조선을 일본의 관리하에 두고 일본식 근대화를 강요하려 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모두 승리한 일본은 1910년 한반도를 일본 제국의 일부로 병합했다.
한반도가 일본 제국에 불법적이고 잔인하게 병합되기 이전에, 한반도에는 새로운 형태의 이데올로기적 지향이 나타났다. 이는 외국 제국주의와의 조우를 통해서였다. 당대 조선인 엘리트 대부분은 어떻게 그들만의 방법으로 근대화를 이루고, 조국의 부국강병을 성취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몇몇 인사는 일본과 협력하면 이와 같은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다른 이들은 독립을 강하게 추구하며 이를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를 통해 이루고자 했다. 망명 상태로 독립 운동을 하던 조선인들이 주로 선택한 방향은 바로 민족주의와 사회주의였다. 20세기 초 지구의 모든 지역에서 전개된 사회주의자와 그 반대자들 사이의 투쟁이 그러했듯 조선인 민족주의자와 사회주의자의 대립은 매우 격렬했고, 이 둘은 서로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1940년대 일본 제국이 미국 및 소련과 대립하는 길(일본 제국은 이 두 나라를 상대로 승리할 수 없었다)을 택하자, 조선 독립 운동가들이 조국의 미래를 두고 자신들의 이상을 추구할 수 있게 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조선인의 이데올로기적 분열과 1940년대 국제 체제가 지구적 차원의 냉전으로 전환되면서 한반도에는 두 분단 정권이 등장했다. 한반도의 냉전적 분단은 1950년부터 1953년까지 벌어진 한국전쟁으로 고착화했고, 남한과 북한은 격렬히 대립하는 두 국제 동맹 체제하에 편입되었다. 지구적 차원의 냉전이 1991년 소련의 해체로 종식되었지만, 한반도인의 노력에도 남과 북의 평화적 통일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도 한반도에서 냉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어판 서문)

책의 의의와 결론

물론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은 냉전을 두 초강대국이 군사력과 전략적 통제를 둘러싸고 대부분 유럽 지역에서 벌인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이런 기존의 시각과 달리 냉전에서 가장 중요한 국면은 군사나 전략, 유럽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대개 제3세계의 정치·사회적 발전과 관련이 있었다고 본다. 탈식민지화와 제3세계의 급진화는 냉전의 직접적 산물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 냉전의 영향을 받았다. 이 두 가지 과정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많은 부분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냉전의 영향 중 일부는 단순한 우연이었지만, 그중 많은 부분은 초강대국의 직접 개입을 통해 형성되었다. 냉전기 혁명과 개입은 오늘날의 파국적 결과로 이어진 범유럽 국가와 세계 다른 지역과의 관계 유형을 형성했다.
역사적으로, 특히 남반구의 시각에서 보면 냉전은 방법을 조금 달리한 식민주의의 연장이었다. 충돌의 과정에서 보면 냉전은 주로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통제와 지배에 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초강대국과 현지 동맹국이 취한 방법은 유럽 식민주의의 최종 국면에서 나타난 양상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다. 거대한 사회·경제 사업으로 지지자에게는 근대성을 약속하고, 반대자나 그 진보의 길에 방해가 되는 자들에게는 죽음을 선사하는 방식 말이다. 제3세계 입장에서 볼 때, 냉전은 식민지 시기와 하나의 연속체라 할 수 있었다. 냉전의 시작은 1945년 또는 1917년이 아니라, 유럽 제국주의 국가끼리 아프리카를 분할한 1884년 베를린 회의부터라고 할 수 있다. 아니면 포르투갈이 아프리카에 최초의 식민지를 건설한 1415년을 기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지속된 유럽의 지배라는 관점에서 보면, 초강대국의 대립이나 이데올로기의 대립 역시 새로운 현상은 아니었다. 냉전 이전에도 제3세계에 개입한 강대국들은 자주 충돌하곤 했으며, 때때로 이런 충돌은 경쟁하는 관념의 산물이었다.
냉전사의 비극은 제3세계와 초강대국이 서로 얽혔을 때, 본질적으로 반식민주의라는 출발점을 공유했던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역사적 기획이 지배의 형태 면에서 옛 식민주의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해졌다는 점에 있다. 여기에는 충돌의 강도, 이해관계의 대립, 상대가 이겼을 경우 예상되는 결과를 둘러싼 묵시록에 가까운 공포가 영향을 주었다. 비록 냉전기 내내 미국과 소련이 식민주의라는 형식에 반대해왔지만, 이 두 국가가 자국의 근대성을 제3세계에 부과하는 방식은 이전의 유럽 제국, 특히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의 영국과 프랑스 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과 소련의 방법은 제3세계 사회의 문화·인구·생태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고, 저항하는 사람에게는 가혹한 군사적 조치가 뒤따랐다.

“우리의 미래는 장차 발생할지도 모르는 폭력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의 행동을 어떻게 성찰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냉전의 큰 교훈 중 하나는 일방적 군사 개입은 이점으로 작용하지 않으며 국경의 개방, 문화적 상호 작용과 공정한 경제 교환이 모두에게 이점을 준다는 사실이다. 한편 저자는 공격받았을 때의 자위권을 강력하게 옹호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가 이데올로기적으로 더욱더 다양해지고 있으며 소통이 우리를 더 가까이 만들고 있다고 강조한다. 충돌을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행동을 국제적으로 조직하고, 필요하다면 재앙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다자적 차원의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냉전은 지구적 개입을 주도했던 체제가 정확히 이 반대 방향으로 행동한 비극적 사례였음을 이 책을 읽은 독자는 모두 깨달을 것이다.

 

목차

지도 목록
한국어판 서문
감사의 글

서론
01 자유의 제국: 미국 이데올로기와 대외 개입
02 정의의 제국: 소련 이데올로기와 대외 개입
03 혁명가들: 반식민주의 정치와 그 변환
04 제3세계의 형성: 혁명과 대립하는 미국
05 쿠바와 베트남의 도전
06 탈식민지화의 위기: 남부 아프리카
07 사회주의의 전망: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의 뿔
08 이슬람주의자의 도전: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09 1980년대: 레이건의 공세
10 고르바초프의 철수 결정과 냉전 종식
결론: 혁명, 개입 그리고 초강대국의 붕괴

약어표

옮긴이의 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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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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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