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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순환의 일부… 코로나로 인한 변화, 긍정효과 올것”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개미’ ‘심판’의 베르나르 베르베르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매년 가을이면 정기적으로 소설을 한 권씩 출간한다. 희곡은 소설 작업 중 휴식 개념으로 동시에 쓰기도 한다. 그는 “글쓰기에서 엄청난 기쁨과 희열을 느낀다”며 “쓰는 과정을 통해서만 생각을 분명하게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열린책들 제공

 

작가의 존재는 작품으로 증명된다. 올해만 해도 장편소설 ‘기억’과 희곡 ‘심판’까지 두 권의 책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놓은 이 작가가 물리적 거리와 달리 한국 독자에게 유독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9)는 독창적인 발상과 지적 탐구가 융합된 흡인력 높은 작품을 선보여온 한국인의 ‘최애작가’ 중 한 명이다. 전 세계에서 팔린 그의 책 2300만 부 중 절반이 국내에서 팔렸다. 작가 역시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지적인 독자”라고 추켜세웠다. 1993년 데뷔작 ‘개미’ 이후 30년 가까이 한국 독자 특유의 왕성한 호기심과 두터운 팬심을 충족시킬 수 있었던 건 자기관리의 ‘끝판왕’이라 할 만큼 철저한 글쓰기 습관 덕분이다. 출판사 관계자는 거의 매년 한두 권의 신간을 내면서도 “출간을 기다리는 다른 초고가 항상 준비돼 있다”고 귀띔한다. 장르도 자유롭게 넘나든다. 천국의 법정에서 벌어진 판결을 유쾌하게 그려낸 ‘심판’(프랑스에서는 2015년 출간)은 “신선하고 흥미롭다”는 평 속에 국내에서 7만 부가 팔렸다. 여러 장르의 글을 독특한 발상과 예측 불허 전개라는 ‘베르베르 전용’ 거푸집에서 쉼 없이 주조해내는 그의 ‘비법’을 e메일 인터뷰로 들어봤다.

―  데뷔 이후 한 해 평균 1.5권의 책을 썼다. 철저한 글쓰기 습관은 어떤 방식인지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16세 때부터 매일 오전 8시∼낮 12시 반에 10페이지를 썼다. 이런 리듬으로 매년 두 권을 써서 한 권은 출간하고 나머지는 컴퓨터에 저장해둔다. 물론 오전 8시부터 글이 술술 써지진 않는다. 카페에 앉아 전날 작업한 내용을 다시 읽고 뼈대를 정교하게 만들 궁리를 하다 보면 오전 11시쯤 글쓰기 자체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예열이 끝난 기계 엔진처럼 말이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예술 창작자들은 엄격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영감이 오기만 기다리거나 여유 있게 집중할 시간을 찾으려다 보면 방만해지기 쉽다.”

―  지속적인 글쓰기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인가.

 

“마라톤에 임하는 자세다. 일단 일정한 페이스에 도달하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절대 멈추지 말아야 한다.”

매일 규칙적인 시간대에 이뤄져온 ‘글쓰기 리듬’을 40년 넘게 유지하는 그에게 글은 단순히 노동이 아니다. 글쓰기는 “매일 같은 시간 이뤄지는 즐거운 만남” 같은 것이며 “하루의 약속이자 삶의 지표”다. 베르베르는 “글을 쓰지 않고 지나가는 하루는 막막함과 허전함뿐일 것이며 그런 날이 며칠 이어지면 우울함이 밀려올 것 같다”며 “아마 나는 책을 내줄 출판사나 읽어 줄 독자가 없는 무인도에 혼자 살더라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스케일과 분량이 방대한 작품이 많다. 아이디어와 구상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나.


“보통 단편을 쓰고 장편으로 확장시킨다. 10페이지 내외 단편을 매일 초저녁에 하나씩 쓴 적도 있다. 거칠게라도 아이디어를 던져놓고 천천히 발전시킨다. 단편이 장편을 위한 디딤돌이 되는 셈이다. 장편을 쓰다 도저히 그 안에 다 담을 수 없다 싶으면 연작을 시도한다. ‘개미’ ‘신’ ‘제3인류’ 3부작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소설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같아서 자신이 원하는 길이와 크기를 일러준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  ‘기억’은 최면을 통한 신비주의적인 전생 탐험을, ‘심판’은 천국에서의 일을 다룬다. 특히 최근작에서 죽음이나 전생, 사후세계 등에 대한 관심이 많이 엿보이는데….

“인간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 즉 영성(靈性)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독자들을 그 질문에 동참시키고 싶었다. 나는 과학이라는 중간 단계를 거쳐 영성으로 향하는 길에 들어서게 됐다. 전직 과학기자인 내가 소설가로서 하는 작업은 진실이나 확신의 영역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려는 소망의 일환이다.”

과학잡지에서 7년간 기자로 일한 그는 기술, 미래 등에 대한 공상과학(SF)적 상상력으로 ‘뇌’ ‘나무’ 등을 썼다. 하지만 이후 관심사가 영혼, 영성 같은 신비주의 영역으로 확장됐다. 최근엔 최면에 심취하기도 했다. 그는 “삶에 대한 나의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서 더 열심히 쓴다”고 했다.

―  희곡은 소설 쓸 때와는 어떻게 다른가.


“어떤 면에서 희곡은 창작자에게 소설보다 더 큰 재미를 준다. 공이 왔다 갔다 하는 탁구를 연상시키는 등장인물 간의 대화를 쓸 때 소설 속 대화와는 다른 차원의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인물들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하다 보니 창의성을 시험받게 되는데, 좋은 훈련 기회가 되는 것 같다. 내게 희곡 집필은 소설 사이에 부담 없이 즐기는 휴식 같은 시간이기도 하다. 길이가 비교적 짧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고.”

―  태어나기 전, 우리가 부모부터 자신의 재능 같은 모든 환경을 골랐다는 ‘심판’의 설정이 흥미롭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환경을 더 긍정하기를 원하나.

“세상이 불공정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부당하다며 불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불교의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주어진 삶의 조건을 수용하는 순간 남에 대한 질투와 자기 폄훼는 설 자리를 잃는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체념하라는 뜻이 아니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라는 것이다. 포커에 비유하자면 나쁜 패를 쥐고도 얼마든지 게임에서 이길 수 있고, 좋은 패를 쥐고도 언제든 질 수도 있다. 게임의 방식이 결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  작품 속 유머가 가독성을 높인다. 소설 ‘죽음’에서 “좋은 책은 결국 한마디의 멋진 농담 같은 거 아니겠나”라고도 했다. 유머는 얼마나 중요한가.

“프랑스어에서 영성(spiritualit´e)이라는 단어는 유머러스함을 표현할 때도, 기도와 명상, 종교와 관련된 표현에도 쓰인다. 유머는 정신의 놀이이자 구도의 한 방식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죽음이나 환생 같은 소재를 다룰 때 자칫 경직되고 진지하게만 접근하기 쉽다. 하지만 유머의 존재는 겸허한 태도와 거리 두기를 가능하게 한다.”

―  소설의 소재를 찾을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다른 작가들이 아직 다루지 않았고 나 역시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소재를 찾아내는 것을 가장 고민한다. 새롭고 참신한 소재와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늘 긴장한다. 며칠 후 프랑스에서 출간되는 ‘고양이’ 3부작의 마지막 편은 인류의 종말과 다른 종으로의 지식 전수를 다룬다. 요즘은 ‘기억’의 후속편도 구상 중이다. 퇴행최면이란 소재를 통해 독창적 역사소설을 선보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작가로서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나.

“내 작품이 아직은 알 수 없는 모종의 복잡하고 원대한 계획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부지런히 산을 오르고 있으나 정작 그 산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는 상태라고 할까. 산 정상에 도달하고 나야 비로소 그 모든 것의 의미를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다.”

 

―  “지상은 무지하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곳”이란 대사가 시의성이 있다. 삶의 속성도 그렇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으로 더욱 이해하지 못하는 시절을 보내는 중이다.

“프랑스에서 올봄 발표한 단편에서 ‘3주 만에 끝난다고 했던 상황이 3년 동안 지속됐다’라고 썼다. 그 말이 진실이 돼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비록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페스트가 창궐했을 땐 이보다 더한 고통도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상황은 우리에게 기존의 관습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채택할 것을 요구한다.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늘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하루야말로 우리 인간에게 최악이 아닐까. 누군가는 코로나로 인해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누군가는 노동 방식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당장은 이런 변화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안타깝게도 사망자도 많이 발생하지만 지금의 위기가 긍정적인 효과 또한 발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삶의 순환을 위해서는 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위기는 순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  이런 시기 한국 독자를 위한 조언을 건넨다면….

“자신의 삶의 의미를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프랑스에서는 명상을 하는 사람이 전보다 많이 늘어났다. 요리나 그림에 관심을 갖거나 새롭게 취미로 삼을 만한 것을 찾는 사람도 부쩍 많아졌다.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뭔가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출처 : 동아일보 >

:
Posted by sukji

 

5말 6초..소설의 ‘여름사냥’  휴가때 뭐 읽지?

 

시즌 대목 맞아 ‘빅타이틀’ 출간 러시
독자들 초반 호응 다소 주춤, 순수문학보다 장르물 주도 예측도
일각 “불황 심각… 여름특수는 옛말”

 

소설은 여름에 강세를 보인다는 게 통설이다. 올해 ‘5말 6초’에도 어김없이 여름을 겨냥한 ‘빅 타이틀’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조남주의 ‘사하맨션’(민음사), 정유정의 ‘진이, 지니’(은행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 1·2’(열린책들), 조정래의 ‘천년의 질문’(해냄)이 연달아 선을 보였다.

하지만 초반 반응은 다소 주춤한 편이다. 온라인서점 예스24가 집계한 6월 둘째 주 종합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든 작품은 ‘죽음 1·2’(2, 3위)가 유일하다. ‘진이, 지니’는 14위에 올랐으며, 오디오 북으로 독자와 먼저 만난 뒤 최근 출간한 ‘천년의 질문’은 서서히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이들의 전작들이 출간 즉시 10위권에 입성한 뒤 상당 기간 순위를 유지한 과거에 비하면 왠지 어색한 풍경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아직은 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지만 전작의 리커버 북이 나오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한 출판계 관계자는 “출간 1, 2주에는 대기 독자가, 그 이후는 작품성과 입소문이 판매량을 좌우한다. 중간 마케팅이 극적으로 성공하지 않는 이상 초반 분위기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하 맨션

811.32 조211ㅅ

진이, 지니

811.32 정67ㅈ

죽음

843.914 W484dKㅈ 

천년의 질문

811.32 조73ㅊ 

돌이킬 수 없는 약속

813.32 약96ㅅKㄱ 

숨 (테드 창)

823.92 C532eKㄱ 

사일런트 페이션트

823.914 M621sKㄴ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811.32 장11ㅈ

 

여름을 겨냥해 5, 6월에 출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 정유정 작가의 ‘진이, 지니’, 조남주의 ‘사하맨션’, 테드 창의 ‘숨’(왼쪽부터). 맨 마지막 작품은 2017년 2월에 출간돼 지난해 8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입소문으로 역주행을 시작한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으로 여름 소설시장은 순수문학보다는 장르물이 주도할 거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종합 10위에 오른 테드 창의 ‘숨’과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돌이킬 수 없는 약속’(야쿠마루 가쿠), 신흥 강자로 꼽히는 ‘사일런트 페이션트’(알렉스 마이클리디스) 등의 반응이 뜨겁기 때문이다. 게다가 1년 365일 최강자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에다 장강명 작가도 SF소설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을 곧 선보인다.


사실 여름은 출판계로선 10여 년 전부터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방학과 휴가철 독서 인구를 겨냥해 대형 신작을 선보이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김영준 열린책들 편집주간은 “어수선한 연초와 명절이 낀 가을을 제외하면 여름이 남는다. 특정 시기에 주력 작품을 출간하면 일하기 편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작가들의 집필 주기가 비슷하다 보니 같은 작가가 재차 맞붙기도 한다. 올해에는 3년 만에 정유정 조정래 베르베르 등이 격전을 펼치는데, 서로 좋은 자극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설이 계절을 탄다는 공식은 옛말이란 의견도 상당하다. 출판계 불황이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가운데 4명이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게다가 20대에서 40대로 독자 연령대가 높아지며 ‘방학 특수’도 사라졌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40대 독자 비중은 2010년 22.7%에서 2019년 상반기 32.9%로 늘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출판 시장 분위기를 띄우기가 갈수록 힘들다. 게다가 인문 에세이가 강세를 보이며 소설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 출처 : 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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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