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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판교IT기업, 남성…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 3가지 열쇳말

 

[2020 스타트업 리포트] 국내 대표적 스타트업 80곳 조사
주요 5개대+미 30위권 대학 출신
양대 포털·게임 빅3 경력자 다수
“학벌 덕에 정보 우위·후광 효과”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10년 새 모바일 환경에 기반한 혁신 서비스들이 잇달아 등장하는 가운데, 국내를 대표하는 주요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절반은 국내외 주요 대학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정보기술(IT) 기업이나 대형 게임회사를 거친 경력자도 상당수였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출신학교나 인맥 등의 변수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한겨레>는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연구팀(김도현·이수용)과 공동으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12곳과 300억원 이상 초기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 등 국내 대표 스타트업 80곳을 대상으로 창업자 93명의 학력과 경력 등 주요 배경 특성을 전수조사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배경 특성을 처음으로 대규모 분석한 작업이다. 비상장기업인 탓에 정보 취합에 일부 한계가 있었으나, 공개 정보를 중심으로 창업자의 나이, 학력 등 기본 요소와 산업·기업 경력 등을 파악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포함해 유니콘 기업 12곳, 스타트업 지원 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3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았다고 정리한 기업들(11월3일 기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세차례 선정한 예비 유니콘 기업 중 3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곳 등 80개다.조사 결과, 창업자의 49.5%(46명)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포항공대·카이스트 등 국내 5개 대학과 미국 상위 30위권 대학 출신으로 집계됐다. 아이티 기업과 컨설팅사, 벤처캐피탈에서 일했거나 이미 창업을 경험하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와 친숙한 분야 출신도 47.3%(44명)나 됐다. 특히 아이티 기업 출신자(20명) 중 19명은 양대 포털(네이버·카카오)과 게임 ‘빅3’(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업체를 거쳐, 이들 기업 경력이 스타트업 창업의 ‘기초자산’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분석작업에 참여한 이수용 박사(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방문학자)는 “학벌이 가진 사회적 자본은 스타트업 창업에서도 ‘정보의 우위’를 가능하게 하고 ‘후광 효과’도 일으키기 때문”이라며 “다만 일부 창업자의 결과적 특성만을 보여주는 데이터이므로 ‘학벌이 좋아야 창업에 성공한다’는 식의 인과관계는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환경으로 창업 쉬워도 성공 험난…창업 아이디어 ‘플러스 알파’는 학벌·인맥

‘끼니때가 되면 배달의민족 앱을 켜거나 마켓컬리에서 산 식재료로 요리를 한다. 출근은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로, 퇴근길엔 이웃과 만나 당근마켓 중고물품을 사고판다. 주말엔 쏘카에서 빌린 차를 타고 야놀자에서 예약한 숙소에 간다. 약속을 마치고 밥값을 정산할 땐 토스로 송금, 끝’.2010년 무렵부터 본격 등장한 국내의 모바일 기반 서비스들은 2020년대 우리의 일상 깊숙이 자리잡았다. 해당 서비스 업체들은 스타트업이란 단어가 무색하리만큼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현재와 같은 모습의 스타트업 붐이 처음 시작된 건 2008년께 미국 실리콘밸리. ‘아이폰 등장’과 ‘풍부한 자금’이라는 조건과 맞물려 드롭박스, 에어비앤비, 우버 등이 잇달아 탄생했다. 국내의 스타트업 창업 흐름도 이런 사정과 맞물려  있다.과연 2020년대 일상을 지배하는 서비스를 탄생시킨 주인공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한겨레>는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인 주요 창업자의 배경 특성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가장 중요한 건 창업자에 대한 믿음”

“사업계획서 한장을 보고 결정해야 하는 스타트업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창업자에 대한 믿음이다. 출신 학교는 좋은 교육을 받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줄 좋은 인적 네트워크도 갖췄으리라는 기대 등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게 현실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본투글로벌센터 김종갑 센터장의 이야기는 2020년 한국의 스타트업 현실에서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이번 조사에서도 ‘학벌 좋은’ 창업자 현상은 뚜렷했다. 조사 대상자 절반의 출신학교는 국내 5개 대학과 미국 상위 30위 대학(‘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2020’ 기준)에 집중됐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서울대 치대), 샌드박스 나희선 대표(연세대 법대), 직방 안성우 대표(서울대 통계학과),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고려대 경영학과), 왓챠 박태훈 대표(카이스트 전산학과) 외에도 하버드대 출신의 김범석·윤선주·고재우 쿠팡 공동창업자 등이 대표적이다.이번 분석 작업에 참여한 이수용 박사는 논문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의사결정 기준에 관한 연구’에서 “국내 120개 벤처캐피탈의 투자심사역 263명을 조사한 결과, 투자를 결정할 때 창업자의 학벌을 가장 중시했다”며 “명문대에서 형성한 사회 엘리트 집단의 네트워크 등 인맥 요인이 신생 벤처기업의 제품, 서비스에 대한 불확실성을 충분히 상쇄시킬 것으로 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학맥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는 정보 획득에도 유리한 요소다. 이 박사는 “이번 조사대상 기업의 창업 시기는 2006년부터 2015년 사이(78.8%, 63곳)에 집중돼 있다”며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2010년 중반 이후를 보다 개방된 사회로 보는데, 이들은 모바일 시대 이전 혹은 초기에 학벌을 바탕으로 쌓인 인맥 등 사회적 자본에서 기인하는 정보를 밑천 삼아 남들보다 먼저 창업에 뛰어들어 우위를 차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능력 평가의 결과” 대 “20년 전보다 나아져”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학벌사회’ 경향을 두고선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이성화 지에스(GS)홈쇼핑 이노베이션플랫폼사업부 상무는 학벌의 중요성엔 동의한다면서도 “결과론”이라고 못박았다. 이 상무는 “문제해결 능력은 스타트업이 도전하려는 사업의 시장 규모보다 중요하다”며 “일을 해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닥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때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 방법을 찾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약 20년 전인 2000년 전후의 이른바 ‘닷컴 붐’ 시절과 견줘 학벌의 영향력이 외려 줄었다는 견해도 있다. 인터넷 기반의 1세대 창업 환경과 모바일 기반의 창업 환경 사이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게 이런 판단의 근거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지금과 같은 모바일 시대엔 개발만 할 수 있으면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문턱이 낮아졌다”며 “닷컴 시절엔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출신이 주로 창업을 했고, 학벌 등 배경이 따라주지 않으면 소창업에 머무르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말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도 “과거엔 대기업에 납품하는 비투비(B2B) 창업이 대부분이라 대기업 재직 경험이 있어야 유리했다. 지금은 기업이 직접 고객을 갖는 비투시(B2C) 창업이 많아진 터라 특정 배경을 갖추지 못해도 창업을 해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성 창업자에겐 여전히 높은 문턱

여성 창업자가 극히 드문 점도 눈에 띈다. 조사 대상자 93명 가운데 여성은 김슬아(마켓컬리), 윤자영(스타일쉐어), 김연정(트리플) 대표 3명뿐이었다. 성공한 여성 스타트업 창업자가 적은 이유에 대해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 김지영 대표는 “여성 창업자들은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공격적으로 기회를 잡기보다는 ‘내가 정말 자격이 있나?’라는 식의 자기 의심이 먼저 작동하며 기회에서 한발짝 스스로 물러나곤 한다”며 “벤처투자업계의 여성 심사역이 10% 이하에 머무는 등 남성 중심적 문화가 강고하다 보니, 여성들이 성장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일도 여전히 많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성공한 여성 창업자가 늘어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견해도 있다. 임정욱 티비티 공동대표는 “여성 창업자들은 육아 등 주로 생활 속의 불편을 풀어주는 틈새시장에서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이런 사업은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며 “최근엔 역량있는 여성 창업자들이 뛰어드는 사례가 눈에 띄게 많아졌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달라질 것”이라 강조했다.

 

“30대 국외파, 스타트업의 주축”

‘국외파’의 움직임이 유독 활발한 것도 2010년대 이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된 특징이다. 1983년생으로 민족사관고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길에 나서 웰즐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대표적이다. 카카오페이지와 소프트뱅크 덕분에 76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한 래디쉬의 이승윤 대표는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철학과를 졸업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국외 명문대 졸업생들은 창업이 커리어의 한 갈래로 자리를 잡았다”며 “2000년대 중후반 유학 붐 때 주로 미국으로 건너간 유학생들이 이런 모습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30대 초중반인 이들은 지금 한국 스타트업의 주축”이라고 말했다.특히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에선 ‘사업의 신규성’과 관련해서도 국외파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수용 박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는 국외에서 검증됐지만 국내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선호한다”며 “국외 경험이 있는 창업자가 이런 사업을 잘할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범석(하버드대) 대표와 신현성(펜실베이니아대) 대표는 미국 소셜커머스 스타트업 ‘그루폰’의 성공을 보고 귀국해 2010년 각각 쿠팡과 티몬을 창업했다.

 

‘삼성·엘지 출신’에서 ‘네이버·카카오 출신’으로

정보기술(IT) 기업이나 벤처캐피탈 등 스타트업 생태계와 밀접한 분야에서 경력을 지닌 창업자들이 상당수인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선 2000년 전후 삼성(삼성에스디에스)과 엘지(엘지씨엔에스) 등 재벌 계열사 출신들이 잇달아 벤처 성공신화를 써 내려온 전통이 새롭게 변주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 대상자의 약 20%가 네이버와 카카오 혹은 국내 게임 ‘빅3’ 경력을 갖고 있는데, 이들 기업은 과거 삼성과 엘지의 아이티 계열사 출신들이 중심이 돼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정신아 대표는 “아이티 기업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창업의 디엔에이가 여전히 살아 있고, 퇴사 뒤 창업에 성공한 사례가 많다 보니 직원들에게 ‘나도 한번’이라는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 대표는 이어 “과거 닷컴 붐 시절에도 앞선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삼성에스디에스나 엘지씨엔에스 출신 창업자가 많았고, 그렇게 태어난 대표적 회사가 네이버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기대 이사는 “전통 대기업 직원은 좁은 범위의 일을 하므로 사업을 벌일 정도로 업무 역량을 형성하진 못하지만, 아이티나 게임 회사는 하던 일을 그대로 떼어내면 바로 창업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기술(개발) 분야 이외의 경력자들이 창업에 적극 나서는 것도 한 특징이다. 벤처캐피탈 투자심사역 출신(5명·5.4%)인 박지웅(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나 컨설팅사 출신(13명·14%)인 윤성혁(에스티유니타스) 대표와 강석훈(에이블리) 대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성화 상무는 “수많은 사업모델의 성공과 실패를 보면서 풍부한 간접경험을 통해 직접 창업에 뛰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거나 “컨설턴트로서 고객사에 문제 해결 솔루션을 제시했던 경험이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한겨레 자료사진

 

배민 김봉진·야놀자 이수진·당근마켓 김재현·…

화려한 경력보다 전문성으로 ‘성장가도’

 

[2020 스타트업 리포트] 건강한 창업 생태계 만들려면

국내외 명문대를 다녔거나 화려한 경력 없이도 커다란 성공을 거둔 창업자들도 많다. 이번 조사 대상 가운데는 김봉진 창업자(우아한형제들), 이수진 대표(야놀자), 김재현 공동대표(당근마켓), 우상범 대표(메이크어스), 정세주 대표(눔), 양태영 대표(테라펀딩) 등의 사례가 그랬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전문성을 갖춘 영역에서 회사를 일군 경우다. 이수진 대표는 모텔 청소부로 일하며 운영했던 모텔 정보 커뮤니티를 유니콘 기업으로 키워냈다. 조만호 대표가 창업한 무신사도 조 대표가 고등학생 때 시작한 신발 등 패션 사진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쇼핑몰이 포함된 종합 패션 서비스로 확대된 경우다. 대학 시절 콘서트 등 공연 기획 일을 하다가 모바일 비디오 콘텐츠 플랫폼 딩고 등을 만든 메이크어스의 우상범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좋은 학교나 좋은 직장 경력을 갖진 못했지만 사업을 크게 키운 창업자들은 특정 영역에서 한 우물을 파고 부족한 인맥과 배경을 보완할 만한 끈기를 지녔다는 점이 공통적”이라고 말했다.하지만 2010년대 후반으로 올수록 이런 성공사례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추세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공 경로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성화 지에스(GS)홈쇼핑 이노베이션플랫폼사업부 상무는 이런 현상을 ‘선발주자의 이점’으로 설명했다. 이 상무는 “2015년 이전에는 모바일 앱에 무주공산이 많아서 오프라인 서비스를 가장 먼저 온라인화한 사람이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선발자의 이점)를 누리며 성공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웬만한 사업모델은 이미 출시가 된 터라 성공을 거두려면 더욱 뛰어난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시대에선 창업의 난이도는 크게 낮아졌지만 성공의 난이도는 갈수록 올라가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더욱 건강한 환경으로 만들려면 창업자의 저변을 크게 넓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도현 국민대 교수(경영학)는 “특정 학교 출신이나 특정 산업(회사) 경험을 가진 이들이 성공한 창업자의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건 그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학벌과 특정 산업(회사) 경험 이외에 창업에 필요한 경험, 인맥, 지식을 쌓는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줄 수 있을지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대 이사는 각 대학 창업보육센터의 내실있는 운영을 주문했다. 이 이사는 “그동안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사실상 전국의 모든 대학에 창업보육센터를 만들었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거의 없다”며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선배 창업자와의 접점을 찾아주는 등 창업교육을 실질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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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