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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진보 : 기술 발전은 곧 진보인가?  /  대런 아세모글루 외

303.483 A173pKㄱ   사회과학열람실(3층)

 

책 소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아세모글루 신간
‘기술 발전=진보’라는 통념을 뒤엎는 역작!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찬사를 받은 대런 아세모글루의 최신간 『권력과 진보』가 출간되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아세모글루는 예비 노벨상이라 일컬어지곤 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하였고, 지난 25년간 번영과 빈곤의 역사적 기원과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경제 성장, 고용,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다. 저자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은 『권력과 진보』에서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연구를 토대로, 정치적·사회적 권력이 어떻게 기술 발전의 방향을 ‘선택’하는지, 그리고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를 치밀한 논증과 함께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저자들은 책에서 지배적인 계층(권력자와 엘리트)에 의해 설정되는 비전에 도전하고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취한 풍요를 모두가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권력 기반이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의 발전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멋진 신세계’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결정된다.

 

 

출판사 서평

 

기술 발전은 곧 진보인가?
통념을 뒤흔드는 경제와 역사에 대한 대담한 재해석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찬사를 받은 대런 아세모글루의 최신간 『권력과 진보』가 출간되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아세모글루는 예비 노벨상이라 일컬어지곤 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하였고, 지난 25년간 번영과 빈곤의 역사적 기원과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경제 성장, 고용,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다. 저자 아세모글루와 존슨은 『권력과 진보』에서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연구를 토대로, 정치적·사회적 권력이 어떻게 기술 발전의 방향을 ‘선택’하는지, 그리고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를 치밀한 논증과 함께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저자들은 책에서 지배적인 계층(권력자와 엘리트)에 의해 설정되는 비전에 도전하고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취한 풍요를 모두가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권력 기반이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이 발전하면 모든 이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기존의 경제 상식이었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더 나은 기계의 도입은 거의 자동적으로 노동자들의 더 높은 임금으로 이어진다’고 봤으며, 최초의 근대적 보수주의자로 여겨지는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인 에드먼드 버크 또한 ‘상업의 법칙은 자연법칙이자 신의 법칙’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기술의 진보가 직접적으로 자본이나 노동의 생산성을, 혹은 둘 다를 높인다고 가정해 왔다.


물론 많은 이들이 기술 발전이 혜택을 가져다주는 만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병폐도 어느 정도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테크노-낙관주의’에 눈이 먼 이들은 “인류는 자신의 지식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현명하며, 놀라운 혁신을 이루는 데 사회적 비용이 따른다면 해법은 한층 더 유용한 것들을 발명하는 데 있으리라(25쪽)”고 믿는다. 미래에 가치가 있을 만한 것에 우선 투자하고 밀어붙이고 발전을 향해 나아가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소한’ ‘부차적인’ 문제들은 추후 또 다른 과학 기술이 해결해 주리라고 굳게 믿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의 방향을 정하는 집단은 소수의 엘리트층 및 권력가이고, 진보로 인한 풍요는 그들의 주머니를 불린다. 이들은 언제나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비전을 설정해 왔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공동의 이익이라는 대의를 앞세워 수많은 이들을 뒤로 물러나게 하고 희생시켰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들에게는 대다수 사람들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끔 설득할 수 있는 ‘권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은 종종 대놓고 일어났으며, 행여 나중에 그 비전이 엄청나게 잘못된 것으로 판명이 나더라도 이와 같은 패착이 권력자들을 권좌에서 끌어내리지는 못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뿌리 깊은 통념에 전면으로 반박하며, 기술 진보로 일궈낸 번영이 결코 자동적인 과정이 아니었으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거침없이 질주하는 기술 발전의 경로를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할 수 있는지 대담한 통찰을 제공한다.

AI의 발전은 저절로 모두에게 금빛 미래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진보’라는 환상이 당신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기술의 발전이 궁극적으로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2022년 11월, 오픈 AI는 챗gpt를 세상에 조용히 내놓았다. ‘연구 미리보기’ 정도로 간주해서 주목을 받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챗gpt는 유례없는 역사를 쓰고 있다. 출시 후 무서운 기세로 입소문을 타며 반년 만에 전 세계 11퍼센트에 해당하는 9억 명의 사람들이 챗gpt를 이용했다. 골드만삭스는 챗gpt가 생산성을 끌어올려 세계 GDP를 7조 달러가량 높일 것으로 내다보면서 동시에 AI 자동화로 3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챗gpt, 인공지능이 우리 모두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인가?


소셜미디어가 떠오를 당시, 초기에는 시민들 사이에 열린 광장 역할을 하여 부패와 폭력을 폭로하고 지혜로운 정치 담론의 장을 이루어 민주주의에 이로운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짜 정보를 퍼 나르고 극단주의자들의 혐오 선동이 판치는 온상이 되었다. ‘페이스북’은 플랫폼에 무분별하게 업로드되는 유해한 콘텐츠들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고, 오히려 ‘사용자 관여(user engagement)’를 높인다는 목적으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상위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수정해 거짓 정보가 더 빠르게 확산되고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는 데 일조했다.


중국 정부는 감시를 위한 AI 기술에 막대하게 투자하고 있다. 혹시 모를 반란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사적인 데이터를 방대한 규모로 수집하여 분석할 것을 주요 테크 기업에 지시하여 사람들의 사회적 활동을 통제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검열하고 삭제하여 대중들의 접근을 차단한다. 강력한 힘을 가진 중국 공산당이 많은 돈을 감시 기술에 투자하자 중국의 테크 기업들에게는 이것이 이와 같은 기술을 먼저 개발할 인센티브가 되었고, 현재 AI 분야에서 유일하게 중국이 미국을 앞선 항목이 ‘데이터’다. 심지어 감시와 억압용으로 개발된 AI 도구들은 신장 지역을 넘어 비민주주의 국가들에 수출되고 있다.


‘아마존’과 같은 거대 기업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자를 감시하고 업무 일정을 엄격하게 관리하며, 작업하는 노동자들의 휴식 시간까지 모니터링한다. 어느 정도의 모니터링은 고용주의 합당한 권한일 수 있다. 하지만 고도의 감시 환경은 노동자를 로봇으로 전락시키고 모멸감을 주며, 무리한 업무 일정과 작업 기준을 맞추느라 위험천만한 상황을 초래한다. 실제로 아마존 물류센터에서의 사고 발생률은 전체 평균보다 두 배나 높았으며, 업무량이 특히 집중되는 피크 시즌에는 더욱 사고가 잦았다.
위와 같은 사례들 모두에서, 거대 기업과 강력한 정부의 ‘선택’으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영향을 받을 시민들의 의견은 수렴되지 않았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 개발을 통해 기업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렸고, 중국 등 비민주적인 국가는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감시·통제할 수 있었다. 이 디지털 도구들은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을 늘리며 기업들이 노동자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지 모른다. 기관 및 정부에게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독점하는 기술이 권력을 집중시키고 시민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데 더없는 도구가 되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들은 결과적으로 사회적 후생을 낮추고 민주주의를 쇠퇴시켰다. 그럼에도 ‘기술의 발전은 곧 진보’라고 여전히 확언할 수 있을 것인가?


책에서 아세모글루와 존슨은 지난 1,000년의 역사를 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 살펴보며, 기술 발전이 공유된 번영과는 거리가 먼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온 순간들을 포착하고 있다. 개선되고 체계화된 농업 기술은 당시 인구의 90퍼센트에 가까운 농민들에게는 부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중세 말 바닷길이 열리고 대서양 교역을 통해 유럽의 일부 사람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나, 이면에는 그 배로 운송된 수백만 명의 노예가 있었다. 산업혁명 시기 혁신적인 기계의 발명은 공장의 생산량을 크게 늘려주었으나 노동자들은 오히려 더 착취당하고 억압적인 환경으로 내몰렸다. 기술의 발전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멋진 신세계’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결정된다.


“공유된 번영은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권력이 조준하는 협소한 비전에서 벗어나
공유된 번영으로 나아가게 할 날카로운 제언

아세모글루와 존슨은 이와 같은 낙관들을 정면으로 반증하고, 어떻게 우리가 ‘공유된 번영’을 누릴 수 있었는지를 풍부한 사례를 통해 의견을 개진한다. 기술의 발전은 분명 이 세계에 풍요를 가져다주었다. 몇백 년 전 조상들의 삶에 비해 오늘날의 삶은 가히 비약적으로 쾌적하고 편리해졌음은 자명하다. 저자들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가 진보의 수혜를 누릴 수 있게 된 주효한 이유는 우리 앞의 세대들이 진보가 공유된 번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상보다 생활 수준이 높은 이유는 우리 앞에 있었던 산업 사회 국면들에서 시민과 노동자가 스스로를 조직해 테크놀로지와 노동 여건에 대해 상류층이 좌지우지하던 선택에 도전했고 기술 향상의 이득이 더 평등하게 공유되는 방식을 강제해 냈기 때문이다. (19쪽)

저자들은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발전할 때 그것이 모두에게 이득을 가져다주기 위해서는 해당 기술이 기존에 인간이 하던 업무를 보조하여 인간의 역량을 강화시켜 주고, 새로운 업무를 창출해 내어 노동자를 대체하는 것을 상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얻은 번영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곳에 놓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포용적인 ‘비전’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자본 소유자나 사업가들의 반대편에 놓인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저항할 수 있는 길항 권력을 가질 때에 ‘공유된 번영’이 더 실현 가능해진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산업용 기계가 도입되며 셀 수 없는 돈을 벌어들이게 되었지만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되려 열악한 노동 여건과 심각하게 오염된 환경으로 내몰렸다. 이에 사람들이 조직화하여 테크놀로지 기득권에 맞서자 정부의 비전이 재설정되었고 모두에게 이득이 분배되는 방향으로 내러티브가 조정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20세기 초에 포드컴퍼니의 헨리 포드는 공장에 대량생산 기법이 도입되면서 노동자들의 이탈이 잦아지자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노동자 교육 훈련을 실시했다. 이는 새로운 블루칼라 일자리를 창출해 낸 동시에 노동자들의 생산성도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내러티브가 바뀌고 사람들이 조직된다면, 사회적 압력이 높아지고 절대 도전받지 않을 것 같던 ‘진보’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은 아마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하지 않다.

 

목차

 

프롤로그: 진보란 무엇인가? 


1장 테크놀로지에 대한 통제 
2장 운하의 비전 
3장 설득 권력 
4장 비참함의 육성 
5장 중간 정도의 혁명 
6장 진보의 피해자 
7장 투쟁으로 점철된 경로 
8장 디지털 피해 
9장 인공 투쟁 
10장 민주주의, 무너지다 
11장 테크놀로지의 경로를 다시 잡기 

감사의 글 
출처 및 참고 문헌에 관하여 
참고 문헌
사진 출처 
찾아보기 

 

< 내용 출처 : 교보문고 >

:
Posted by sukji

신작을 내고 독자와의 만남 자리에서 강연한 내용입니다.  공부 하다 쉴 때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김훈 “악다구니로 날 지새…남의 고통 공감 능력 사라졌다”

 

소설가 김훈, 하회마을 ‘인문캠프’ 강연
조화와 공존의 공동체가 하회마을 정신
“노동자들 죽음에 고통, 공감 느껴야” 강조

 

소설가 김훈이 1일 오후 경북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에서 열린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에서 ‘하회마을, 비스듬히 외면한 존재의 품격’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안동은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가장 격렬한 독립운동이 벌어졌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독립운동은 전통적인 유림 사대부들의 권위와 지도력에 의해 전개되었습니다. 오늘 여기 하회마을에 와서 느끼는 문제는, 과연 우리가 그런 전통의 힘으로 현실을 개혁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회마을이 우리 시대 전체에 던지는 무서운 질문이자 참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우리는 이 질문 앞에 봉착해 있는 것이죠.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전통과 보수의 힘 안에 우리 미래를 열어젖힐 힘의 바탕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힘을 우리는 근대화의 과정에서 잊어버리고 박멸시켜 버림으로써 혼란에 빠지게 된 것이죠.”

 

소설가 김훈이 1일 오후 경북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소나무 숲을 가득 메운 700여 청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1~2일 안동과 예천에서 열린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 중 핵심 프로그램인 초청 강연을 위해서였다. ‘하회마을, 비스듬히 외면한 존재의 품격’을 주제로 행한 강연에서 그는 우리 사회가 도산서원과 하회마을 등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가치를 잃어버린 결과 “어수선하고 천박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악다구니, 쌍소리, 욕지거리, 거짓말로 날이 지고 샌다. 사람들이 생각 없이 혓바닥을 너무 빨리 놀리며 혀가 마음껏 날뛰게 내버려 둔다”고 그는 개탄했다.강연 첫머리에서 김훈은 “하회마을은 집과 집들이 서로 비스듬하게 외면하는 듯하고, 집과 집 사이를 길들은 물이 흘러가듯 굽이쳐서 흘러간다. 또 이 마을은 물이 사람의 마을을 향해서 곧장 달려들지를 않고, 사람의 마을을 좀 어려워하는 기색으로 옆으로 빙 돌아서 나간다. 이처럼 산과 물, 물과 마을, 집과 집, 집과 길, 인간과 인간 등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관계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약간 옆으로 비켜서 가며 조화를 이루는 곳이 하회마을”이라고 설명했다.“이 마을에는 수백년 동안 양반과 상인 등 여러 계급들, 대립하는 문화들이 서로 부닥치지 않고 공존하면서 문화와 전통을 이어 왔습니다. 인간이 세상으로부터 격절되지도 않고 또 세상에 매몰되지도 않고, 남과 대립하지도 않고 남에게 매몰되지도 않으면서, 인간과 인간이 연결되며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힘을 가진 곳이 하회마을입니다.”그는 “퇴계의 도산서원은 인간의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지만 마을로부터 격절된 암자가 아니라 마을과 연결되어 있다”며 “세상과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도산서원의 위치는 하회마을의 물리적 구조와 같다. 하회마을은 도산서원의 단순한 이념형을 인간의 생활 속에서 구현해 낸 구도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일 오후 경북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에서 열린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 참가자들이 소설가 김훈의 강연을 듣고 있다.

김훈은 또 사고로 죽는 건설노동자들에 관해 최근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을 언급하면서 “우리 사회는 남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이 너무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우리 나라에서 1년에 사고로 죽는 노동자가 2400명입니다. 추락, 폭발, 붕괴, 매몰, 중독 이런 것들로 해마다 2400명이 죽는 거예요. 내년에도 또 2400명이 죽어요. 2400. 생각을 해 보세요. 그건 눈에 보이게 죽는 거고, 노동 때문에 골병 들어 죽는 건 통계에 잡히지를 않아요. 그런데도 이런 일들에 대해 아무런 감수성이 없어요. 그냥, 으레 그러려니 하는 거죠. 전통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인간에 대한 경외심이나 연민, 남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 그것을 상실하고 아주 천박하고 단명하는 잔재주의 세계로 들어온 거예요.”김훈은 “이런 오래된 마을이 수백년 동안 함양해 온 덕성과 가치를 우리는 상실해 가고 있다”며 “그런 덕성과 가치를 어떻게 현대에 접목시킬 것이냐에 대해서 아무런 대책이 없다. 나 자신이 무슨 대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 니다. 다만, 그런 고통을 여러분과 공유할 수는 있겠고, 그것만 해도 나는 아주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강연에 이어진 북토크에서 그는 “퇴계의 서원과 하회마을의 가르침을 개인 차원으로 치환하면 바로 ‘친절’이라 생각한다”며 ”나는 친절한 사람이 되는 게 목표고, 죽은 뒤에 친절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백두대간 인문캠프는 경상북도와 안동시, 예천군 등이 후원했는데, 이날 북토크에는 이철우 경북 지사가 깜짝 출연했다. 이 지사는 백두대간 인문캠프의 취지에 관한 질문에 “경상북도는 전통과 문화, 자연 등 관광자원이 풍부한데, 국내외적으로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경북의 문화 자산에 대한 깊이 있는 소개와 접근을 위해 이번 인문캠프와 같은 인문학적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1일 오후 경북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에서 열린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에서 강연을 마친 소설가 김훈이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 주고 있다.

인문캠프 이틀째인 2일 오전에는 예천군 초간정에서 김훈 작가의 미니 강연이 이어졌다. 이 강연에서 그는 “평면적이고 납작한 아파트에 비해 전통 가옥은 인문적 깊이를 지니고 있다”며 “일상과 세상을 반성하는 태도가 바로 인문학”이라고 강조했다.인문캠프는 김훈 작가의 강연과 북토크 외에 북뮤지션 제갈인철과 테너 황남석이 꾸린 작은 음악회, 독자들이 참여한 김훈 작품 낭독회, ‘백두대간’ 4행시 백일장, 안동 병산서원과 예천 병암정, 삼강주막을 비롯한 문화유산 답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백두대간 인문캠프는 다음달 6~7일 안도현 시인, 9월 28~29일 정호승 시인, 10월 12~13일 만화가 이원복 교수 순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김훈 “악다구니로 날 지새…남의 고통 공감 능력 사라졌다”

소설가 김훈, 하회마을 ‘인문캠프’ 강연 조화와 공존의 공동체가 하회마을 정신 “노동자들 죽음에 고통, 공감 느껴야”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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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정래 "축적이 아닌 분배의 시기로 진입해야"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묻는 <천년의 질문>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있은 이후 수천 년에 걸쳐서 되풀이되어온 질문. 그 탐험의 길을 나서야 하는 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소설가 조정래(76)는 신작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전3권·해냄)을 펴내며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썼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소설 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이 세 권의 소설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의 문제점들을 총체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조 작가가 3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은 재벌 비자금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자, 이를 무마시키 위해 주변 인물 뿐 아니라 국회의원까지 포섭하는 재벌, 서울대 출신 수재로 재벌가의 사위가 됐지만 ‘죽어도 진골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비자금 장부를 훔쳐 잠적한 사위, 강사법 실시 이후 일자리를 잃을까봐 고뇌하는 시간강사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정경유착 실태와 비정규직 문제, 급격한 양극화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드러낸다. 원고지 3612장 분량의 소설은 한국 사회 곳곳의 자본과 권력에 의한 병폐를 파헤침과 동시에 작가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해법을 담았다.

“1976년 월남전쟁이 종식되고 있을 무렵부터 한국의 경제구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월남전 특수로 한국 기업이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고, 분배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려 했지만 국무총리가 ‘지금은 분배의 시기가 아니라 축적의 시기’라고 말했고, 국민들은 침묵으로 승인했습니다. 침묵은 분배를 기다리는 세월로 쌓이기 시작했고, 정권이 교체됐지만 ‘분배의 시기로 진입한다’는 선언이 없는 채로 1인당 국민총소득 3만불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손자가 올해 스무살인데, 손자 세대 만큼은 우리 세대가 겪은 갈등과 모순을 겪지 않는 정상국가가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의지로 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소설은 재벌 비자금 사건을 파헤치는 기자 장우진을 중심으로 입법·행정·사법의 국가권력과 재벌·언론의 부패를 파헤친다. 작가는 이를 위해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을 만나 심층적으로 취재해 생생한 캐릭터를 부여했다. 메모와 그림으로 이뤄진 취재노트가 130권에 달한다. 소설은 실제 사건을 연상시키는 재벌 비리, 촛불 시위 등이 등장하며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고 답한다.

조 작가는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이라는 소설 속 국회의원의 말이 제가 하고 싶은 말”이라며 “모든 권력은 부패하고 타락한다. 그것을 막는 것이 권력을 만들어준 국민의 의무이고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의 선진국을 언급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복지가 제대로 갖춰진 국가가 21세기에 바람직한 국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작가가 제시하는 해법은 소설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1000만명이 매달 1000원씩 회비를 내서 100개의 시민단체를 만들고, 그 단결된 힘으로 이 나라를 완전히 뒤집어 바꾸자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평화적 혁명’ ‘1000만의 평화적 상비군’이라고 표현했다.

조 작가는 1970년 등단, 49년째 왕성한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근현대 삼부작’인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1550만부가 판매됐으며, 다른 소설까지 합하면 1800만부 이상이 독자들과 만났다. 조씨는 “2008년 태백산맥 문학관이 개관할 때 벽면에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고 썼다”며 “앞으로 죽을 때까지 이 정신을 이어가며 소설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북통일의 기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북핵문제 타결이 순조롭지 않은 것이 불안하다”며 “경제가 굉장히 나쁜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연간 1인당 10억원의 국민 세금을 쓰면서 파렴치하고 치졸한 말싸움만 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 출처 : 경향신문 >

 

 

소설가 조정래 "축적이 아닌 분배의 시기로 진입해야"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묻는 <천년의 질문>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있은 이후 수천 년에 걸쳐서 되풀이되어온 질문. 그 탐험의 길을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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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kji